해외 관광이 사실상 막혀서 특히 제주도를 찾는 분들이 많은데, 오락가락 방역 단속 기준 때문에 관광객은 물론 단속 공무원조차 혼란스럽습니다.
혼란을 틈타 코로나19 방역의 또다른 사각지대도 등장했습니다.
권솔 기자의 현장카메라 시작합니다.
[리포트]
제주의 대표 해수욕장 가운데 한 곳인 협재 해수욕장.
지난해 30만 명 이상 찾아 휴가를 즐겼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하루종일 한산한 모습입니다.
제주시에서 동쪽에 있는 함덕 해수욕장도 관광객 보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해양수산부의 '코로나 해수욕장 운영 대응지침'에 따라 지난달 18일부터 두 해수욕장에서는 야간 음주와 취식 행위가 금지됐습니다.
[현장음]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오전 6시까지 해수욕장 내에서 음주 및 취식행위가 금지되며 3백만 원 이하의 벌금이 청구될 수 있으니."
밤에는 어떨까?
제주시 관리요원과 함께 나가봤습니다.
모래사장에서 음식을 먹던 관광객이 적발됩니다.
[현장음]
"(음료수도 안돼요?) 취식 하는 거 안돼요. 취식 하는 거."
파라솔 설치구역에서는 텐트를 치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술을 먹습니다.
폭죽은 바로 단속하면서
[현장음]
"(불꽃놀이 하시면 안 돼요) 해도 되는 데가 있어요? (해수욕장에선 원래 안 돼요)"
텐트 설치와 음주는 왜 단속하지 않는지 물었습니다.
[제주시 관리요원]
"사실 좀 애매했어요.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거죠?) 백사장 내에서라서."
백사장 내 음주는 단속 대상이지만 풀이 자라난 모래 언덕이나 바로 옆 도로는 단속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모호한 기준을 두고 관광객들끼리 시비도 붙습니다.
[현장음]
"(개만도 못한 인간들이) 해변에서 술 먹으면 벌금 3백만 원이야. 계속 시비 걸어. 그딴 식으로 해. (이거 놔봐) 술 먹고 행패 부려요."
정부의 운영지침에서 빠진 곳은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가 됐습니다.
[권솔 / 기자]
제주시 탑동 광장 근처입니다. 밤 11시, 늦은 시간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서 술을 먹고 있습니다.
[현장음]
"술은 여기 앞에 편의점에서 사왔어요. 절대 (단속) 안 해요. 여기 단골이거든요."
[현장음]
"(다른 해수욕장은) 막혀서 취사 안 되고, 이쪽에서 (술) 먹는 거 즐기는 거 따지지 않으니까."
탑동 광장 방문객은 하루 평균 1천여 명. 코로나19 방역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현장음]
"(캔은 이 정도면 백 개 넘는 거 아니에요?) 오늘은 약과야.장마잖아.(평소엔) 여기 사람 다니지도 못해. (코로나 때문에) 술집들을 잘 못 가니까."
밤바다를 빨간빛으로 물들인 파라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이호해수욕장에선 대놓고 술과 안주를 팔고 있습니다.
단속 기준인
지난해 이용객 30만 명에 미치지 않아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호해수욕장 주점 관계자]
"저희는 (단속) 그런 거 없어요. 내내 장사하고 있어요."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빈자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현장음]
"라면 하나가 이만 오천 원, 라면에 소주 하나만 시켜도 3만 원."
[권솔]
첫 확진자가 나온 지 반년이 지난 지금도 코로나 여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뒤죽박죽인 기준에 휴가철 제주를 찾은 사람들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현장카메라 권솔입니다.
kwonsol@donga.com
PD : 김종윤
영상취재 : 김한익
자료조사 : 신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