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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다]낱낱이 기록되는 내 동선…‘빅브라더’ 갈등
2020-10-04 20:11 뉴스A

'빠른 응답‘의 약자인 QR.

이 작은 격자무늬 안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정보가 들어갑니다.

이 QR 코드를 찍어야 입장할 수 있는 매장이 확 늘었는데, 바꿔 얘기하면 내 신상, 내 동선 이 코드만 있으면 낱낱이 드러날 수도 있는 겁니다.

‘빅브라더’가 개인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사회 소설 <1984>에 담은 조지 오웰의 예견이 코로나 19 때문에 현실이 되는 건지 세계를 보다 김민지 기자가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작업복 차림의 여성들에게 다가가는 러시아 경찰.

[현장음]
"확인 좀 하겠습니다."

여성들은 눈 아래와 치아에 적힌 숫자를 보여줍니다.

코로나19로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디지털 허가증이 있어야만 다닐 수 있었던 현실을 예술가들이 풍자한 겁니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선 QR코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

QR코드는 1990년대 일본에서 바코드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개발했지만, 최근에는 개인 정보를 식별하는데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시원(가명) / 중국 교민]
"'쉐션빤(건강코드)'이란 미니 프로그램 같은 게 있는데 거기 들어가서 그린카드를 보여줘야 다른 건물이나 이런 곳에 들어갈 수 있어요."

"QR코드를 보여달라" "싫다" 충돌도 벌어지지만

[버스 운전기사]
"(건강코드도 안 보여주고 승차한 건) 경찰을 불러서 얘기할 겁니다."

중국은 완벽한 통제로 바이러스를 종식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시진핑 / 중국 국가주석(지난달)]
"8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심금을 울리는 노력을 기울여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바이러스 앞에서 자유를 중시해 온 서방 국가들도 통제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저항을 뜻하는 레지스탕스의 나라 프랑스가 감염자 동선을 알리는 앱 사용을 의회에서 승인한 겁니다.

[세드리크 오 /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지난 5월)]
"('스톱코비드' 앱은) 코로나19 위기의 존재, 그 이후에도 존재할 역사적 위기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로 앱을 다운받은 시민들은 100명 중 3명도 채 안 됩니다.

[프랑스 시민]
"좀 의문스럽습니다. 데이터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고 (정부가) 약속해도 진짜 그렇게 될지 장담할 수 없잖아요."

K 방역으로 호평을 받는 우리나라 역시 '방역이 우선이냐' '통제만이 능사냐' 의견이 엇갈립니다.

[최항섭 / 국민대 교수]
"전쟁을 겪었었고, (독재정권 하에) 통제 받는 것에 익숙해졌고 빅브라더 출현을 우려하기보다 (통제로 받는) 이익을 높이 평가한 것이 현재 상황 아닌가."

[박춘식 / 아주대 교수]
"(정보가) 진짜 폐기되는지 감시하는데도 없고, 또 정부가 투명하게 얘기하지도 않고 유출될 가능성이 있죠."

바이러스에 지친 세계인들은 마스크를 벗을 자유를 달라며 시위를 벌이지만,

[현장음]
"자유! 자유!"

전염병 창궐을 막으려면 자유는 일부 제한될 수 있다는 정부 목소리가 더 큽니다.

이스라엘 역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19가 사라져도 통제는 일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유발 하라리 / 역사학자]
"이 위기가 끝난다 하더라도 2차 유행이나 독감, 아니면 또 다른 위협이 나타날 것이 두려운 나머지, 이 시스템은 유지가 될 거예요."

집을 나서는 순간 수많은 CCTV와 휴대전화 기지국, 자동차 블랙박스까지 내 모든 것을 감시합니다.

70년 전 쓰여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속 빅브라더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김민지입니다.

mettymom@donga.com

영상취재: 윤재영 홍승택
영상편집: 구혜정
취재지원: 이 솔(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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