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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선이 간다]정부는 고개 돌린 ‘엄마들의 피난처’
2020-11-26 19:47 사회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죠. 이럴 때 더 돌아봐야할 사각지대가 있습니다.

최근 부모가 못 키우는 아이들을 받아주는 베이비박스 근처에 유기된 아기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경찰이 오늘 이 아기의 엄마를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보냈습니다.

차가운 바닥에 아이를 둔 엄마가 비난을 피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비극을 막을 방법은 없었는지 고민해볼 대목입니다.

제가 직접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리포트]
이렇게 긴 언덕길을 올라와야 아이들을 받아주는 베이비 박스가 나옵니다.갓 태어난 아기를 안고 이 긴 언덕길을 올라오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이종락 / 베이비박스 운영자]
여기까지 오면. 너무 하혈을 많이 해서 애기만 주고 팍 쓰러지는 아이가 있어 참 안타깝죠.

도입된지 11년 동안 1800명이 넘는 아이를 살린 베이비 박스.

그런데 베이비 박스 근처에서 숨진 아기가 발견되는 사건이 지난 2일 밤 처음 일어났습니다.

[이종락 / 베이비박스 운영자]
그 엄마도 아이를 살리려고 여기까지 온 거예요. 의도적으로 (죽게) 한 건 아니고 살리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고시원에서 수입 없이 살다 아이를 혼자 낳은 20대 미혼모였습니다.

[이종락 / 베이비박스 운영자]
지금 정신적인 고통 때문에 자꾸 딴소리를 하고 그런다고 하거든요.

이렇게 극한 상황에 몰려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맡기러 오는 부모들의 70% 가량이 미혼입니다.

부모들이 남긴 편지를 읽어봤습니다.

[현장음]
조그만한 원룸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으셨고 젖을 물리는 법을 몰라서 초유도 먹이지 못하셨다고...

태어난 지 삼일 만에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젖먹이 아기.

[현장음 ]
곧 엄마한테 갈 거예요 그렇지? 좋겠다. 조금 있다 갈거예요. 한 달만 위탁 부탁하신 것이라서 (다행이네)

부모가 마음을 바꿔 아기를 다시 데려가는 경우도 30% 정도 있습니다.

[자원봉사자]
여기서 조그만할 때 왔다가 통통해져서 가거든요. 그러면 기분이 제일 좋아요.

영아 사망 사건 이후 이제 이 센서 앞만 지나가도 내부에서는 경보음이 열립니다.

그리고 CCTV를 통해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넣는 장면을 모두 지켜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맡기러 온 엄마가 쉬었다 가거나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공간도 있습니다.

[현장음]
애기를 데리고 와서 여기에 와서 앉아서 한참 울어요 이야기도 하고…

안타까운 아기의 죽음이, 서툰 부모들의 시행착오가 이런 진전을 이루게 한 것 입니다.

부모라는 이름이 아직 어려운 이들, 편견 대신 함께 보듬어야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요.

[전영순 / 한국 한부모 연합 대표 ]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제하고 차별하고 숨게 만드는가 그런 부분을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종락 / 베이비박스 운영자]
베이비박스는 엄마들의 피난처고 도피처예요. 왜? 정부에서 하는 데가 없으니까.

여인선이 간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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