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보다]아빠의 억울한 옥살이…성폭행 진범은 고모부
[채널A] 2020-12-26 20:00 뉴스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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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평범했던 한 남성의 집에 술에 취한 50대 여성이 찾아왔습니다.

같은 빌라에 사는 윗집 여자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남성은 단순한 취객의 주정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이 여성의 방문이 단란했던 한 가정을 산산조각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여성은 이상한 말을 시작했습니다.

"이 남자가 지적장애 2급인 내 조카를 성폭행했습니다."

윗집과 아랫집에 살던 이웃이었을 뿐인데, 도대체 이들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빠의 누명을 벗기기 위한 딸의 힘든 여정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Q1. 성폭행범으로 지목된 아버지는 결국 억울한 옥살이를 했습니다. 그런데 범인은 따로 있었다고요?

2015년 12월 말, 전남 곡성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장애인 성폭행범으로 몰린 50대 김모 씨는 이듬해 구속이 됐고,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김모 씨 / 성폭행 누명 피해자]
"성폭행했냐, 안 했다. 그리고 나는 얼굴도 모른다. 피해자 진술만 믿고 저를 빨리 범죄로 만들어가지고 구속시키는데 집중했지, 그 이면은 한번도 들여다보지 않았죠."

그런데 알고보니, 당시 18살이었던 지정장애 2급 여성, 정모 씨를 성폭행한 진범은 다름아닌 고모부였습니다.

2013년 아버지가 사망하고, 어머니가 보호시설에 맡겨진 뒤 친언니와 함께 고모 집에서 살았는데,

40대인 고모부가 10대 조카를 상대로 추악한 범행을 저질렀던 겁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고모는 남편을 질책하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 성폭행 혐의를 뒤집어 씌우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인근 휴게소에서 큰 사업을 하며 고급 승용차를 몰고다니던 김 씨가 그 범행대상이 됐습니다.

결국 김 씨는 304일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습니다.

Q2. 진범이 고모부라는 사실은 어떻게 밝혀지게 된 건가요?

진범을 밝혀낸 건 수사기관이 아니라, 김 씨의 둘째 딸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다

2심 재판이 시작된 2017년 여름, "정 씨가 고모 집을 나가 전남 한 마을에서 남성과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는데요,

같은해 9월 13일, 수소문 끝에 정 씨, 그리고 정 씨와 함께 살고 있는 남성을 만났습니다.

김 씨의 2심 선고가 있기 딱 2주 전이었는데요, 정 씨는 "고모가 김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하라고 시켰다"면서 "안 그러면
센터를 보내거나 감옥에 집어넣겠다고 협박했다"고 털어놨습니다.

Q4. 수사기관에서 해야 할 일을 결국 딸이 한 거네요?

그렇습니다.

마음고생에 유산까지 했다고 합니다.

[성폭행 누명 피해자 딸]
"2017년 9월 아빠가 보석되기 2주 전에 병원에 갔는데, 임신이었는데 심정지 상태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 바로 수술했죠.
(그 때 태아가 몇 주 정도였나?) 5개월이요."

경찰에게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정 씨가 경찰조사에서 집에서 3번, 모텔에서 2번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모텔 CCTV만 빨리 확인했다면 진범을 잡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당시 수사관]
"3개월 지난 시점에 CCTV를 확인해야 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 했고, 삭제가 됐다고 당연히 생각했었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텔 업주에게 CCTV 저장 기간이 얼마나 되냐고 물으니 1주일이라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모텔 주인에게 CCTV 저장 기간을 1주일이라고 들었다고 했는데, 김 씨의 딸이 직접 모텔 주인을 만나 받았다는 확인서에는 이 모텔의 CCTV 저장기간이 4개월이라고 돼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Q5. 얼마 전 무고죄 등으로 넘겨진 고모와 고모부에 대한 법원의 선고가 있었어요. 어떤 결과가 나왔습니까?

지난 13일, 이들에 대한 1심 법원의 선고가 있었습니다.

성폭행 혐의를 뒤집어 씌운 고모와 고모부는 징역 7년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는데요,

사건을 조작하고 기획한 중심에 고모가 있었다고 보고, 가장 강력한 처벌을 내린 겁니다.

무고, 무고교사, 강요, 특수강요, 협박, 모해위증, 명예훼손, 장애인복지법 위반까지 인정됐습니다.

또 허위진술을 한 정 씨에 대해서도 법원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Q6. 김 씨 측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요?

2019년 1월, 무죄를 선고받은 뒤 304일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금 1억 원은 받았습니다.

하지만 김 씨 측은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다"며 지난해 4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성폭행 범죄자가 되고, 그 누명을 스스로 벗어야 했던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살인범으로 지목돼 20년 감옥살이를 한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복역자 윤성여 씨가 떠올랐습니다.

더는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은 없어야 겠습니다.

[성폭행 누명 피해자 딸]
"경찰은 하는 말이 처음부터 끝까지 매번 그래요. 고의적으로 한 게 아닙니다. 검찰은 유감이다, 하지만 판단은 법원이 했다. 법원은 유감이다…"

다음달 15일에 선고결과가 나옵니다.

억울한 피해자는 없어야겠죠.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bully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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