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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다 포기한 모습”…어린이집 원장, 법정에서 오열
2021-02-17 19:32 사회

아무리 공분해도 반복되는 아동학대 사건들, 충격과 분노에 이어 무력감까지 줍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이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설 연휴 기간 아동학대 112 신고가 작년 대비 2배나 늘었는데, 경찰은 사건이 많아진 것 보다는 의심하고 신고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오늘 정인이 사건 두번째 재판이 열렸는데, 매서운 날씨에도 많은 시민이 모였습니다.

처음 학대 의심 신고를 했던 어린이집 원장은 그때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며 법정에서 오열했습니다.

구자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정인이 양모가 탄 호송차가 나타나자 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이 목소리를 높입니다.

[현장음]
"장○○ 사형! 장○○ 사형!"

오늘 정인이 양부모의 2차 공판에서는 생전에 정인이가 다닌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등의 증인 신문이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5월 처음 학대의심 신고를 한 어린이집 원장은 신고 두달 전부터 정인이 몸에서 멍과 상처가 보였지만 이유를 물어도 양모가 답을 피했다고 기억했습니다.

이후 양모가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두 달간 정인이를 어린이집에 안 보냈는데, 다시 봤을 땐 "너무 많이 야위어 다른 아기인 줄 알았다"고 기억했습니다.

사망 전날 등원한 정인이의 CCTV 영상이 법정에서 재생되자, 원장은 끝내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정인이가 "혼자 이동도 못하고 말랐는데 배만 볼록했다"며 "모든 걸 다 포기한 모습"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정인이 담임교사도 평소 정인이가 울 때 양모가 안거나 다독이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증인 신문이 이뤄지는 동안 피고인석엔 가림막이 쳐져 양부모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습니다.

양모 측은 정인이 사망원인이 학대 충격 누적으로 인한 장기파열이라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습니다.

고의성이 있는 살해가 아니라, 아동학대치사로 처벌 받겠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오늘 법원에는 시민들 백여 명이 몰려 정인이 양부모에 대해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온 양모는 호송차에 탑승하고도 시민들의 거센 항의 때문에 한 시간 가까이 출발하지 못했습니다.

[현장음]
"여러분 다치십니다. 물러나세요."

양부모에 대한 세번째 공판은 다음달 3일 열립니다.

채널A 뉴스 구자준입니다.

jajoonneam@donga.com
영상취재 : 강승희 이영재
영상편집 :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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