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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보다]‘아이 바꿔치기’에 무게…‘과학’까지 부정한 범인
2021-03-13 19:24 사회

자신의 운명을 정해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남의 인생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요?

지난달, 경북 구미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3살짜리 여자아이의 얘기입니다.

홀로 빈집에 방치된 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 아이는 22살인 언니를 엄마로 알고 살았을 겁니다.

유전자 검사 결과 외할머니와 숨진 아이의 DNA가 일치했고, 경찰은 비슷한 시기 아이를 출산한 외할머니가 두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부는 누구인지, 언니가 실제 낳은 딸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여전히 의문투성입니다.

이 안타까운 아이들의 비극.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됐던 걸까요?

Q1. 3살짜리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된 게 지난달 10일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아이의 엄마는 22살 여성이라고 알려졌었는데, 아이 친모의 존재는 어떻게 드러난 겁니까?

보통 친부모와 자식 사이에 유전자 검사를 해보면, 99.99% 일치한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경찰이 숨진 아이의 엄마로 알려졌던 22살 여성의 유전자 검사를 해봤더니, 비슷하긴 하지만, 일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다른 인물들과도 DNA 대조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는데, 외할머니인 줄 알았던 48살 여성과 유전자가 완전히 일치했던 겁니다.

친모는 따로 있었고, 엄마인 줄 알았던 여성은 숨진 아이의 언니였습니다.

Q2. 아이가 바뀌었다는 얘기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거죠?

숨진 아이의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지난달 숨진 3세 여아의 언니로 밝혀진 여성은 2018년 초에 실제 딸아이를 출산했습니다.

병원기록도 있는데, 경찰은 비슷한 시기에 딸을 낳은 친모가 두 아이를 바꿔치기 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바뀌었다는 걸 진짜 몰랐을까에도 의문이 남는데요,

"신생아는 하루가 달리 얼굴 모습이 계속 변하기도 하고, 자신이 낳은 아이에 대해서 엄마가 의심을 갖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실제 언니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면서 "그럴리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딸이 엄마의 임신 사실을 몰랐다는 것도 의문입니다.

Q3. 유전자 결과를 토대로 경찰은 친모를 구속했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이유가 뭔가요?

그제, 법원에 출두하는 모습부터 보시죠.

[숨진 아이 친모]
"(숨진 아이한테 하고싶은 말씀 따로 없으세요?) 제 딸이 낳은 딸이 맞아요.

(딸이 맞아요?) 제 딸이 낳은 딸이 맞다고요.

(본인 아이가 아니라고?) 아닙니다.

(그럼 본인이 낳은 딸은 어딨어요?) 아니에요. 저는 딸을 낳은 적이 없어요.

(다른 아이는 어디에 있습니까?) 낳은 적이 없어요."

믿기 힘든 유전자 검사 결과에 사실 경찰도 놀랐다고 하는데, 그래서 4차례나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결국 같은 결과가 나온 건데, 과학적 증거 앞에서도 끝까지 혐의를 부정하는 심리, 전문가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뒤에 숨어있는 사건이 있으면 이 사건을 자백하는 순간, 뒤에 있는 사건까지 드러나는 거잖아요. 한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 두 사람의 생명이 연관되면 부인하는 거죠."

친모는 딸이 낳은 아이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이 된 상황입니다.

Q4. 두 사람의 생명과 연관이 된다… 또다른 범죄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숨진 아이의 언니가 낳았다는 딸에 대한 얘기입니다.

친모가 아이를 바꿔치기 했다면, 언니가 낳은 아이는 현재 어디에 있냐는 겁니다.

생사확인조차 안 됐는데, 자신이 낳은 아이를 딸의 아이로 바꿔치기 한 뒤에 유기를 비롯해서 추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Q5. 친모가 입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숨진 아이의 친부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아이를 바꿔치기 했고, 특히나 사라진 아이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핵심 단서로 보고 있는 건데, 경찰은 친모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인 남성들을 찾아내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숨진 아이와 DNA가 일치하는 남성을 찾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약 친부의 존재가 확인되고, 친모의 범행을 도왔거나 묵인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이 남성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일단 사라진 아이부터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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