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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다]물 폭탄 막은 ‘낮은 나라’…네덜란드의 비결
2021-07-25 19:39 뉴스A

산업화 이후 지구는 1도 더 뜨거워졌습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기상이변이 그 결과로 돌아오고 있죠.

특히 올여름 대홍수로 난리가 난 국가가 한둘이 아닌데, 유독 ‘네덜란드’는 단 한 명도 사망자가 안 나왔습니다.

<세계를 보다> 오늘은 네덜란드의 기적, 그 비밀을 풀어봅니다.

[리포트]
지하터널 입구에 수십 대의 차들이 흙더미를 뒤집어쓴채 뒤엉켜있습니다.

최근 허난성 정저우에 폭우가 쏟아져 길이 1.8km의 터널 안에 200여 대의 차량과 운전자들이 고립돼 4명이 숨졌습니다.

[황모 씨 / 터널 생존자]
뒤쪽에 어떤 여자가 또 살려달라고 소리쳤어요. 물길에 떠내려가는 차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녀는 못 내렸어요. 옆 자리 사람이 수영을 못 한다고 소리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돌아서 20~30m 쯤 다시 들어갔는데, 이미 물이 목까지 차서 할 수 있는게 없었어요.

불어난 물 위의 위태위태한 다리 위로 트럭이 아슬아슬 지나갑니다.

중간쯤 도착했을 때쯤 차 무게를 이기지 못한 다리는 무너지고 트럭은 물에 떠내려갑니다.

갑작스런 폭우에 9200km, 세계에서 가장 긴 시베리아 횡단 철도 운행도 중단됐습니다.

급류에 집이 통째로 떠내려갑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마을 전체는 쑥대밭으로 변했습니다.

한 달치 양의 비가 단 이틀 만에 쏟아지면서 독일에서만 170명 넘게 숨졌습니다.

[모니카 데커 / 수재민]
"가난한 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지, 독일에서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최근 전세계를 휩쓴 폭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때문입니다.

평균 기온이 1도만 올라도 습도는 7% 늘어나는데 강력한 폭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문제는 경보시스템입니다.

독일은 공영방송과 휴대전화 앱, 소셜미디어 등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홍수 경보를 발령했지만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확성기를 장착한 소방차, 공습 대비용 구식 사이렌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앙겔라 메르켈 / 독일 총리(지난 20일)]
"우리는 모든 정보가 지역 당국에 전달되는 모듈식 경고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맞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몇 달 안에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가 접한 지역에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졌지만 네덜란드에선 사망자가 단 1명도 없었습니다.

네덜란드는 나라 이름부터 '낮은(Neder) 땅(Land)'이란 의미로 전체 국토 4분의 1이 해수면보다 낮고 인구의 60%는 늘 홍수에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실제 지난 1953년엔 대홍수로 1천800여 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네덜란드는 '델타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수해 대응 국책사업에 17조 원을 쏟아붇었습니다.

에펠탑 크기의 방벽 두 개가 강 쪽으로 펼쳐지면서 물길을 막습니다.

[현장음]
"세계에서 가장 큰 해일 방파제, 매스란트케링입니다. 높이는 22m 정도고 네덜란드 영토 대부분을 바다로부터 지켜주고 있습니다."

폭염과 폭우, 가뭄과 홍수로 신음하는 지구.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늦추고, 재난을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세계를 보다, 박수유입니다.

aporia@donga.com
영상편집 : 이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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