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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학폭 서당, ‘하숙시설’ 신고 뒤 꼼수 운영
2021-07-27 20:08 사회

아이들 인성 교육을 받으라고 보내는 경남 하동의 서당에서 엽기적인 폭력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었죠.

동급생끼리 폭력은 물론 잔혹한 성적 학대까지 일어났습니다.

관리가 부족한 기숙 형태의 교육시설에서 '예견된 문제' 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시 간다, 우현기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18살 A 군.

약 없이는 밤잠을 이루기 힘들다고 합니다.

A군은 지난 2019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5달 동안, 정식 학교의 대안 성격인 기숙형 서당을 다녔는데.

그곳에서 동급생 2명으로부터 엽기적 폭행을 당한 뒤,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습니다.

[A 군 / 서당 폭력 피해자]
"XX을 먹이거나 오줌 먹이거나…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져 재활치료 다니고 있어요."

폭행과 성적 학대를 외부엔 알릴 수 없었습니다.

이 서당의 폐쇄성 때문이었습니다.

[A 군 / 서당 폭력 피해자]
"연락을 하려면 원장 선생님 앞에서 전화를 했어야 했거든요. 보통 한 달에 한 번 밖에 못해요"

서당 원장도 학생들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A 군 / 서당 폭력 피해자]
"아이가 나가려고 꾀를 쓰는 거 같다, 자기는(원장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부모님들은 믿어버려요."

피해학생 측은, 가해 학생 2명은 소년재판부로 넘겨져 '보호처분'을 받는데 그쳤다며 분통을 터트립니다.

[A 군 / 서당 폭력 피해자]
"너무 어이가 없고 말이 안 돼서, 검사님한테 항소해달라고…"

문제의 서당에 다시 가봤습니다.

버스에서 10여 명의 학생들이 내리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원장이 구속된 이후에도 계속 운영되고 있는 겁니다.

[○○서당 관계자]
"(학생들이) 전화하고 싶은데로 하고. 옛날처럼 그렇게 안 합니다.
(학습은 이뤄지나요?) 교육청에 물어보시면 됩니다."

비슷한 사건이 발생한 인근의 다른 서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근 □□서당 관계자]
"학부모님들이 원하시니까 (학생들이) 있는 거죠. 저희가 붙잡고 있는 건 아니니까…"

문제의 서당들은 과외교습소와 학원으로 등록했다 취소당했지만, '하숙시설' 명목으로 여전히 운영중입니다.

교육청에선 안전벨과 공중전화를 서당과 인근 학교에 설치했지만, 운영 자체를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말합니다.

[경남교육청 관계자]
"개인 집에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형태를 누군가 관리하거나, 못하게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서당 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 부모의 고 1 아들은 한달전 '도와달라'는 쪽지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강원도 양구의 기숙형 고교에서 다녔던 학생입니다.

동급생의 SNS 저격글 등으로 따돌림이 당했고, 그것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부모는 주장합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최소한 1학년 1학기에는 교우 관계가 어떤지 힘든 일은 없는지 (학교에서) 잡아줘야 하는데…"

이 기숙형 학교에선 월 1회 외박만 허용됐고, 부모와의 전화 연락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피해 학생 어머니]
"아이들이 저희한테 전화를 하는 게 아니라 저희가 아이들한테 전화를 해야만 받을 수 있어요."

지난달 초엔 한 교사가 숨진 학생의 자해에 관한 얘기를 들었지만, 부모와 담임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수업도중 학생 몸에서 상처를 발견하지 못하는 등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는 이유였습니다.

[피해 학생 아버지]
"왜 (아들이) 갔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걸 좀 알아야겠어요. 다시 생기지 않게끔 어른들이 잘 살펴보고 반성하고…"

기숙 시설의 폐쇄성을 고려한, 보다 정밀하고 세심한 교육 당국의 관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다시 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PD : 윤순용
AD : 권용석
작가 : 박정민
그래픽 : 고정인
자료출처 : 곽상도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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