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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보다]여중생 2명의 죽음…새로운 증거의 힘
2021-09-11 19:47 뉴스A

지난 5월 14살 동갑내기 여중생 2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성폭행 피해자들이었습니다.

이 중 한명은 6살 때부터 의붓아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한명은 친구의 의붓아빠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성폭행 피해사실을 알리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나쁜 일을 한 사람에겐 벌을 줄 것이란 믿음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한지 3개월이 지나도록 우리 사회는 나쁜 어른에게 어떠한 벌도 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는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나쁜 어른은 뒤늦게야 법의 심판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들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습니다.

Q1. 충북 청주에서 2명의 여중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입니다. 숨진 여중생의 성폭행 피해사실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고요?

피해 여중생이 친구의 의붓아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건 지난 1월 17일 새벽입니다.

전날 저녁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친구의 의붓아빠가 권하는 술을 마시고 잠이 든 사이 피해를 당했다는 건데, 피해 직후 친구에게 보낸 SNS 메시지 내용이 유족들을 통해 공개된 겁니다.

"꿈이 아니고 진짜였다" "너무 충격적이고 무섭다"면서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습니다.

"친구의 아빠라는 사람이 너무하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소연했는데, 성폭행을 당했다는 방 안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보내기도 했습니다.

Q2. 중학생인 친구딸에게 술을 줬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의붓딸도 성폭행했다면서요?

딸의 피해사실을 알게 된 여중생의 부모가 지난 2월 경찰에 신고했는데, 수사과정에서 의붓딸도 "6살 때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겁니다.

경찰은 가해 남성에 대해 2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하려 했지만, 피해자 진술에 대한 전문가 분석과 추가 증거 수집 등 보완수사를 하라면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반려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해 여중생과 의붓딸은 비극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김석민 / 피해 여중생 유족 측 대리인]
"우리 사회가 ○○양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가해 남성은 2명의 아이가 숨진 뒤에야 구속이 됐습니다.

Q3. 그런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요?

구속된 이후 7월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까지 성폭행 혐의를 극구 부인했습니다.

"피해 여중생에게 술을 먹인 건 맞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성폭행 피해자 2명이 모두 숨진 상황에서 범행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는데, 피해 여중생이 숨진지 딱 100일째 되던 지난달 19일,

유족이 피해 여중생의 방에서 중요한 증거를 발견합니다.

자필 유서였습니다.

"성폭행 당한 날만 생각하면 손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댄다"면서 "솔직히 너무 아팠는데, 우리 엄마, 아빠가 또 아플까봐 미안해서 다 털어놓지 못했다"

"이젠 그만 아프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Q4. 가해 남성 측에선 오히려 또다른 유서를 제시하면서 무죄를 주장한다는데, 그 유서는 뭡니까?

숨진 의붓딸이 남겼다는 유서입니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서 공개가 됐는데,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유서에서 "누군가 제 아버지를 신고했다. 신고한 이유는 저를 성폭행했다는 건데, 아버지는 저에게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없으니, 무죄판결을 내려달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서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의붓아빠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던 진술 자체를 부정한 겁니다.

피해 여중생의 유족들은 "형식과 내용 상 유서보다는 탄원서에 가깝다"는 입장인데,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봤습니다.

[이수정 /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유서를 재판장님께 쓰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죠. 그렇기 때문에 이 유서의 신빙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남긴 탄원서 형태의 이 글은 어쨌든 자발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 있어서 이 내용으로는 그 무엇도 입증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누군가의 강압에 의해서 의붓딸이 탄원서를 작성했고, 의붓딸이 숨진 뒤 재판과정에서 탄원서가 유서로 둔갑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인데 2차 공판은 오는 15일에 열립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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