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보다]연인 손에 숨진 20대…끊이지 않는 데이트 폭력
[채널A] 2021-09-18 19:33 뉴스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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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이 얼마전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했습니다.

국민청원을 올렸으니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런 안내방송이 불편하시겠지만, 이렇게밖에 알릴 수 없는 점 양해해 주십시오."

그제 저녁, 지하철 4호선에서 나온 안내방송입니다.

얼마나 애통했으면, 기관사는 승객들을 상대로 이런 호소를 했을까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여성이 남자친구의 무자비한 폭행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연인관계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렸다"는 게 폭행 이유였습니다.

여자친구가 뇌사상태에 빠져 사경을 헤맬 때도 가해 남성은 병문안 한번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Q1.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남성에게 적용된 혐의도 바뀌었다고요?

피해 여성인 25살 황모 씨가 지난달 17일 숨을 거두면서 경찰은 가해자인 황 씨의 남자친구에게 상해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습니다.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의 한 오피스텔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주변 CCTV엔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황 씨가 맥없이 쓰러지는 장면과 함께, 남자친구가 바닥에 쓰러져있는 황 씨를 끌고 가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이후 황 씨는 3주동안 뇌사상태에 빠져있었는데, 사건 이후 경찰은 남자친구에 대해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는데, 황 씨가 숨진 뒤에야 남자친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겁니다.

Q2. 이번엔 법원이 "도주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달 반 사이에 판단이 뒤바뀐 이유가 뭐죠?

가장 큰 차이점은 황 씨가 살아있었냐, 숨진 뒤였냐는 겁니다.

단순히 때려서 상해를 입힌 경우와 달리 상해가 원인이 돼서 목숨을 잃었을 경우엔 형량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전문가는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서 도주우려에 대한 판단도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준태 /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장]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상해로 신청했을 때 법원에서 도주우려를 판단하는 것과 상해치사를 적용해서 영장을 신청했을 때 범죄의 중대성이 더 심각해지기 때문에 법원에서는 도주우려 가능성을 더 높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황 씨의 사인이 '외부충격에 의해 생긴 뇌출혈'이라는 전문가들의 자문 결과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Q3. 황 씨가 쓰러져 있는데도 남자친구는 허위신고를 했다는데, 사실입니까?

황 씨가 의식을 잃자 119엔 "여자친구가 술에 취해 넘어졌다"는 내용으로 허위신고를 했다는 겁니다.

황 씨의 어머니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엔

"폭행 이후 남자친구가 쓰러진 딸을 CCTV가 없는 사각지대로 옮겼고,

한참을 방치해서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까지 놓쳤다"는 내용이 있는데, 황 씨의 어머니는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유족 측의 주장대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되려면 남자친구가 황 씨가 숨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황 씨를 계속 폭행했거나 방치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합니다.

향후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법리다툼이 예상됩니다.

Q4. 최근엔 경찰 간부가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되기도 했는데, 대책은 없는 건가요?

경찰에 신고된 데이트 폭력 건수는 2017년 1만 4천 건에서 2019년엔 2만 건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는 오히려 줄었습니다.

데이트 폭력 피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폭행'의 경우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이기 때문인데, 가해자의 회유나 협박 때문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는 경우도 상당수입니다.

혼인신고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가정폭력처벌법의 적용 대상을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데이트 폭력, 사랑이 아닌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사건을 보다, 최석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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