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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다]‘지지율 80%’에 퇴장 결심…‘포용의 리더십’ 메르켈
2021-09-26 19:34 뉴스A

소외된 동독 출생, 여성이자 이혼한 물리학자였던 늦깎이 정치인.

독일 메르켈 총리가 정치인으로 살아오며 이겨냈던 편견들이죠.

메르켈은 이 모든 조건에 ‘독일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16년간, 안정적으로 국가를 이끌어 왔습니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퇴임합니다.

최근 지지율은 거의 80%. 끝까지 존경과 사랑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세계를 보다> 한수아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하버드대 졸업생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신념을 얘기하는 메르켈 총리.

[앙겔라 메르켈 / 독일 총리]
"바꿀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무엇이든 바꿀 수 있습니다."

역동적이고 불안정한 16년 세월을 여성 총리로 버틴 비결이기도 합니다.

독일에서 역대 세번째 장수 총리로 기록되는데, 무엇보다 메르켈 하면 독일어로 엄마란 의미의 무티, 포용의 리더십이 떠오릅니다.

유럽 유명 여성 정치인은 영국의 대처 총리 밖에 없던 시절인 1990년 정치를 시작한 메르켈.

2005년 TV토론에서 상대 후보 슈뢰더에게 비웃음까지 당했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총리에 당선된 뒤 과감한 대연정을 선언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 독일 총리(2005년)]
"대연정 협상을 하며 양당은 독일이 변화를 겪고 있는 시기란 걸 인정했습니다. 우리는 독일을 다시 정상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뼈아픈 과거사에 대해선 독일 현직 총리 처음으로 나치 수용소를 찾아몇 번이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 독일 총리(2015년)]
"독일과 독일 국민은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다하우 수용소의 사망자들을 비롯해 나치 희생자들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세계 무대에선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지난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100만 명 넘는 난민들이 쏟아지자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 독일 총리(2015년)]
"독일은 강한 나라입니다. 난민 포용 정책의 동기는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뤘고,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지도자들의 등장에 철옹성같은 메르켈의 지지율도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 전 미국 대통령]
"메르켈의 팬이었지만, 독일에게 한 짓이 못할 짓이라고 생각합니다.난민들이 독일에 가기 위해 유럽에 들어와서 다 망쳐놨어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은 장점이자 단점이 됐습니다.

[닐스 / 베를린자유대학 정치학 교수]
"메르켈의 힘은 서로 다른 힘의 통합입니다. 반대로 이 때문에 색깔이 뚜렷하지 않단 비판을 받기도 하죠."

결국 메르켈은 은퇴를 선택합니다.

[앙겔라 메르켈 / 독일 총리 (2018년 10월)]
"이번 네 번째 총리직이 나의 마지막이 될 것입니다. 2021년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을 것입니다."

슈퍼마켓에서 직접 쇼핑을 하고, 총리 공관 대신 베를린 중심가 아파트에서 살며 소탈한 모습으로도 사랑받았던 메르켈.

임기말 지지율은 80%에 가깝고, 서방 지도자들 중에서도 선호도 1위입니다.

역사 속에 어떻게 남길 바라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메르켈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녀는 노력했습니다." ("She tried.")

박수칠 때 떠나라, 최장수 여성 총리의 자발적인 퇴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를 보다, 한수아입니다.

영상편집: 이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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