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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다]중남미 다시 ‘분홍 물결’…파고드는 중국
2022-06-26 19:51 국제

[앵커]
중남미 국가에 분홍색 물결이 다시 한번 일고 있습니다.

부정부패와 금융위기 여파로 물러났던 좌파정권이 속속 세를 불리고 있는 건데요.

4년 전 멕시코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칠레, 급기야 사상처음으로 콜롬비아까지 ‘좌파’가 집권한 겁니다.

그 사이 중남미가 앞마당이었던 미국 입지는 좁아지고 중국 영향력은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를보다 박수유 기자입니다.

[리포트]

불타는 차량, 자욱한 최루탄 연기, 경찰의 물대포.

에콰도르 수도 키토가 2주째 이어진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현장음]
"연대된 시민들은 절대 패배하지 않는다!"

좌파 정권이 이어져온 에콰도르에서 지난해 우파가 승리를 거두었지만 경제 위기로 정권 교체를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옆나라 콜롬비아에선 일주일 전 대선에서 사상 처음 좌파 후보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구스타보 페트로 / 콜롬비아 대통령 당선인 (19일)]
"오늘은 의심할 여지없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우리는 지금 콜롬비아의 새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1980년대 무장 반군세력인 M-19에 몸담았던 '좌파 게릴라' 출신의 구스타보 후보가 부동산 재벌 로돌포 에르넨데스 후보를 약 3%포인트 차이로 꺾었습니다.

빈곤율 42%, 실업률 13%의 경제 위기 속에서 보수 정권에 대한 실망이 정권 교체로 이어졌습니다.

[카를로스 자모라 / 회사원]
“변화를 원하니까요. 허황된 희망, 배고픔, 불평등, 끝도 없는 추락에 지쳤어요.”

지난해 7월 페루, 12월엔 칠레 등 코로나19 사태 이후 불어닥친 경제 위기로 중남미에 잇달아 좌파 정권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가브리엘 보리치 / 칠레 대통령]
"칠레에서 (불평등으로 인한) 분열은 고통스러운 현실입니다."

외신들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중남미 온건 사회주의 좌파들이 정권을 잡았던 '핑크 타이드'의 부활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중남미 지도를 보면 미국과 접경지역인 멕시코부터 아르헨티나, 칠레 등 주요 국가 대부분이 좌파 정권을 뜻하는 핑크 물결입니다.

10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까지 좌파 후보가 당선되면, 중남미 경제규모 상위 6개국 모두에 좌파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미국의 영향력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달 초 미국 LA에서 열린 미주 정상회의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 반미 3개국을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좌파가 득세한 멕시코 등 다른 중남미 국가들도 잇달아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남미에서 가장 보수적이었던 콜롬비아의 좌경화는 당장 미국에 큰 타격입니다.

구스타보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과의 FTA 재협상과 함께 반미 선봉에 선 베네수엘라와의 관계 회복 등을 외교 공약으로 내세운 상태입니다.

[임수진 / 대구카톨릭대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
"(핑크 타이드의 부활로) 베네수엘라 같은 권위주의 정부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밖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안으로는 물가 고공 행진 등으로 바이든 정권의 영향력 축소가 우려되는 가운데

코로나19 백신 제공 등으로 남미에서 입지를 넓힌 중국이 핑크 타이드의 확산과 맞물려 미국의 빈자리를 파고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세계를 보다, 박수유입니다.

영상편집 : 변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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