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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고 물 건너…고향 잃은 수몰민의 험난한 성묫길
2022-08-13 19:42 사회

[앵커]
1973년 소양강댐이 만들어지면서 이 일대 수많은 집과 농지가 영원히, 물 밑으로 가라앉게 됩니다.

갑자기 ‘수몰민’이란 이름을 얻고 고향을 잃은 사람들은 지난 세월을 어찌 살았을까요.

고향을 품던 산은 이제 봉우리만 겨우 보이지만 여전히 추석이면 물 넘고 산 넘어 힘겹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강경모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사람들을 태운 배가 물살을 가릅니다.

배 안엔 벌초할 때 쓰는 예초기가 실려 있습니다.

목적지는 소양호 한가운데 있는 조상의 산소.

댐 건설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고향을 잃은 수몰민들이 추석을 앞두고 성묫길에 나선 겁니다.

[권오억 / 강원 홍천군]
이렇게 와야 돼요. 오늘 왔다가 15일에 또 큰 아들하고 손주들 다 와서 또 들어가야 돼요. 예초기 두대 갖고 두 번씩 들어가야 돼요.

뱃길로 20여 분을 달려 다시 찾은 고향 선산.

길도 없는 숲을 헤치고 들어가니 잡풀이 우거진 곳에 산소가 있습니다.

1년 만에 어머니 묘소를 찾은 부부는 무성한 풀을 뽑고 주변 정리를 마친 뒤 고개를 숙입니다.

[조돈교 / 강원 춘천시]
"수몰되고 우리 어머니 묘소에 52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실향민이에요. 고향을 바라만 보지 고향 땅을 못 밟는 거야."

1966년 소양강댐 건설로 6개 면, 38개 리가 수몰되면서, 4천6백 세대, 2만3천여 명이 정든 고향을 떠났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명절 때마다 수몰민들을 위한 선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몰민들 나이가 점점 많아지고 오는 길이 험하다 보니 매년 찾아오는 성묘객들은 줄고 있습니다.

[강선구 / 수몰민 운송 선박 선장]
"(운행한 지) 한 10년 돼 갑니다. 아무래도 이장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옛날보다는 많이 줄었습니다."

물을 건너고 산을 넘어야 하는 힘든 성묫길이지만 수몰민들은 올해도 조상의 묘를 찾아 지금은 없어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김민석
영상편집: 김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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