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OPEN 인터뷰]50수 내다보는 최정 “세상 물정 모르는 길치”
2022-12-03 20:37 문화

바둑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최정 9단은 남녀 기사의 공공의 적이다
왜냐하면 최정 9단보다 아래에 랭킹 된 남자 기사는
어떻게든 최정 9단을 꺾어야만 하고
또 여성 기사들도 ‘최정 9단만 꺾으면 내가 1등이다’
공공의 적이다, 실감하나요?

이렇게 직접 듣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여자 기사들의 경우에는
저를 이기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남자 기사들은 저한테 지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거든요
여자 기사들은 저를 이겨야 우승이고
예전에는 지금보다 여자 기사가 남자 기사를 이기는 경우가 드물었어요
그래서 한 판 지면 화제가 많이 돼서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지금은 저도 랭킹이 많이 오르고
저 말고도 다른 여자 기사들도 랭킹이 많이 오르면서
지는 게 예전만큼 화제가 되진 않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저랑 둘 때 최상위권 기사들 말고는
그렇게 부담을 느끼는 것 같지 않아요

그중에 하나일 수도 있는데 삼성화재배 4강이었어요
변상일 9단이 좀 밀리다 보니까
눈물을 쏟고 뺨을 때리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저는 보면서 깜짝 놀랐던 게
첫 번째는 ‘최정 9단이 영향을 받았을까?’
두 번째는 ‘저렇게 패배가 괴로운가?’ 두 가지였는데
(대국이) 끝나고 변상일 9단이 사과했고
최정 9단도 순수한 친구라고 감싸더라고요
잘 해결된 거죠?

잘 해결됐습니다

저희는 궁금한 게 바둑이 주는 승패가 그렇게 괴로운가요?
왜냐하면 일반인이 봤을 때는
하나의 가상 세계 속의 일이거든요. 바둑판이라는


바둑을 하는 승부사들은
어릴 때부터 바둑만 하고 이게 직업이잖아요
어떻게 비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시합할 때마다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거든요
그리고 특히 이기고 싶었던 바둑 경기는
졌을 때의 괴로움이 엄청나게 커요

사무치네요

이기고 싶었던 바둑 경기에서 지고 너무 괴로워서
혼자 씻으면서 엉엉 울기도 하고
티가 나는 사람도 있고 안 나는 사람도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승부사라면 겪는 괴로움인 것 같아요

흔히 바둑을 수 싸움이라고 해요
내가 돌을 두고 몇 개의 경우의 수를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성적이 갈리고 승패가 갈릴 텐데요
최정 9단은 50수 앞을 내다본다고 하더라고요
가능한 일인가요?

기사들도 한 수도 예측하기 힘든 장면이 있어요
뭐가 정답인지 모를 때는 감을 믿고 둘 때도 있고
근데 외길로 보이는 수순들이 있어요
그런 거는 50수씩 읽기도 하고
정확하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그럴 때는 좀 많이 보고요
상황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요

50수 정도면 일상에서는 어떻습니까?

일상에서는 길치고요
바둑 둘 때 수 싸움 하는 게 재밌지만 머리가 너무 아프잖아요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비워요
그래서 약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부분도 있고요
바둑을 떠나서는 사실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인생은 좀 다르더라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