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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관광버스가 쓰레기차” 몸살 앓는 휴게소
2022-12-04 19:28 뉴스A

[앵커]
집에서 버릴 쓰레기를 굳이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갖고 와 불법 투기하는 사람들이 극성입니다.

쓰레기 봉투값이 아까운 건지 분리수거하는 게 귀찮은 건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양심없는 짓까지 하는 걸까요?

강경모 기자가 현장카메라로 고발합니다.

[기자]
저는 지금 고속도로 휴게소에 나와 있습니다.

이른 아침 쓰레기통 주변엔 분리수거가 안 된 쓰레기들이 넘쳐 나는데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이용객들의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얼마나 심각한 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줄지어 비닐봉지와 쇼핑백에 담긴 쓰레기를 내다 버립니다.

한 남성은 큼지막한 대형 박스를 쓰레기통 옆에 놓고 유유히 사라집니다.

학교 점퍼 차림의 대학생들도 도시락을 먹은 뒤 분리수거도 없이 그대로 버립니다.

관광버스가 들어올 때마다 휴게소 근무자들은 비상입니다.

생활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가는 사람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입니다.

[유영철 / 휴게소 환경반장]
"우리는 쓰레기차라고 부릅니다. 관광버스가 아니고 쓰레기차가 들어온다고, 쓰레기를 너무 많이 버리니까…"

얌체 이용자 탓에 고속도로 쓰레기 집하장은 쓰레기가 넘쳐납니다.

종이와 플라스틱 등 분리수거하도록 돼있지만, 먹다 남긴 음식물이 가득하고 마트 장바구니에 곰인형까지 없는 게 없습니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선 술을 판매하지 않지만, 쓰레기 집하장에선 이렇게 많은 술병들이 나옵니다.

[이종순 / 휴게소 직원]
"(먹다 남은 커피를) 여기에 부어요. 버려요. 던져 버려요. 이걸 막 그냥 버린단 말이에요. 그럼 이거(쓰레기) 다 젖잖아요."

[휴게소 직원]
"심지어 봉지 속에 칼도 들어 있어요. 각 지방의 종량제 봉투도 다른 지역에서 엄청 많이 갖고 와요."

올들어 8월까지 전국 200여 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나온 쓰레기량만 1만 톤이 넘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늘었습니다.

쓰레기 처리하는 비용만 매년 35억 원이 들어갑니다.

현행법상 쓰레기를 몰래 버리다 적발되면 1백만 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하지만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달 13일 오후 3시쯤.

흰색 SUV 차량이 휴게소 쓰레기통 앞에 멈춰서더니 청년 3명이 차례로 내려 쓰레기 3봉지와 박스더미를 버립니다.

그때 휴게소 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타나 청년의 행동을 제지합니다.

[현장음]
(다시 갖고 타?) 그 직원이 뭐라 했거든. (아까 박스는 다 버렸잖아)

이를 본 목격자가 관할 군청에 신고했는데, 지자체는 무단투기가 맞는지 결론을 내지 못 했습니다.

쓰레기통 주변에 버렸으니 불법투기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환경부가 불법투기가 맞다고 결론 내렸지만, 휴게소는 한동안 '과태료 100만 원 이하 부과' 문구를 테이프로 감춰야 했습니다.

[김성윤 / 경남 함안휴게소장]
"고속도로 휴게소 가면 무조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들이 심어질까 좀 우려스럽습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기심이 쌓여 공공의 쉼터가 쓰레기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강경모입니다.

영상취재: 김민석 김건영
영상편집: 이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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