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현장 카메라]학폭 피해학생 ‘마지막 희망’도 무너지나
2023-03-27 19:47 사회

[앵커]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크죠.

학폭 가해자 처벌은 강화되고 있다지만 피해자 보듬는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학폭 피해자를 위한 대안학교가 단 한 곳 있는데 그마저도 깊은 고민이 있다고 합니다.

전민영 기자의 현장카메라 시작합니다.

[기자]
한창 수업이 진행 중인 이곳은, 국내 하나밖에 없는 학교폭력 피해자 치유 학교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뛰어놀아야 할 강당엔 이렇게 통제선이 둘러져 있는데요.

무슨 일인지 학교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학교 뒷마당에 모닥불을 피우고 교사와 학생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모두 학교폭력을 겪은 피해 학생들입니다.

[현장음]
(오늘 뭐했어?) "오늘 징치고 꽹과리 쳐봤어요. (어땠어?) 재미있어요. 재미있긴 한데 어려워요!"

이 학교 졸업생과 가족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해맑음센터 졸업생 아버지]
"전교 왕따가 돼있었던 거죠. 음식물 같은 걸 애 옷에 고의적으로 쏟는다거나 이렇게 밀쳐서…."

[해맑음센터 졸업생]
"신발 셔틀도 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그 애가 장난으로 제 명치를 발로 찬다거나, 고가의 물건을 일주일 동안 가지고 가서 안 돌려준다거나 욕설은 기본이고"

후유증은 컸습니다.

[해맑음센터 졸업생]
"정말 미칠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진짜 너무 싫어서, 옥상에 올라간 적도 있고. 학교를 제가 몇 개월 동안 안 다녔었어요."

마지막으로 찾아온 곳이 전국 유일한 학교폭력 피해자 대안학교 해맑음 센터였습니다.

교과 수업과 병행한 심리상담, 요가, 뮤지컬 수업이 치유에 도움이 됐습니다.

[임호균 / 해맑음센터 졸업생]
"노래하면서 사람들에게 공연하는 계기가 됐고, 살면서 내가 저런 걸 할 수 있을까 전혀 생각도 못한 부분인데 자존감도 높아지고…."

그런데 지난해 기숙사 건물 일부가 기울어졌습니다.

정밀안전점검 결과는 D등급.

[이동열 / 대전보건대 건설안전과 교수]
"교육 시설물이라 하면 B등급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어요. D등급이라는 것의 의미는 사용 불가라는 얘기죠. 살짝 휘었습니다. 부풀음은 건물 붕괴의 징조예요."

아이를 맡기러 왔다가 시설을 보고 되돌아가기도 합니다.

[조정실 / 해맑음센터 센터장]
"예산이 5년째 동결이에요. 교통편이 안 좋고 낙후됐으니까 부모님들이 머리 흔들고 속상해하고 울고 가시기도 하고…."

대안은 이전뿐.

큰길에서 밭을 끼고 한참을 들어오면 곳곳이 부서진 건물이 나오는데요.

해맑음센터 이전 후보지 중 하나인 서산의 한 폐교입니다.

교육부가 후보지 세 곳을 제안했지만, 모두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 폐교들로, 상담인력 등 교사를 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각 지역 교육청이 부지 제공에 소극적이어서 벌어진 일입니다.

[해맑음센터 졸업생 어머니]
"아이들이 여기에 가는 기분은 어떨까? 화도 났고, 답답하고. 이렇게 없나? 피해 학생들을 구석에 갖다가 처박아놓는 느낌."

10년 동안 335명을 일으켜 세워준 해맑음센터.

[임호균 / 해맑음센터 졸업생]
"피해자들에게 유일한,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피해 학생들이 좀 치유 받고 저처럼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히면 좋겠어요."

학폭 피해자들을 위한 교육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가 또 다른 상처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

PD : 윤순용 장동하
작가 : 전다정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