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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공사 중 “아차” 실수에, 바닷물에 절은 논
2023-04-02 19:52 사회

[앵커]
지금 농촌에선 올 한해 벼농사 준비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볍씨를 뿌려야 할 논바닥에 난데없이 바닷물이 들어와 시작도 전에 농사를 포기한 곳이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조현진 기자입니다.

[기자]
이맘때면 논에는 벼농사 준비가 한창인데요.

그러나 이곳은 한적하기만 합니다.

발로 논을 밟으면 푹푹 들어갑니다.

농민들은 올해 농사를 망쳤다며 체념하고 있는데요.

무슨 일인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해수욕장 앞에 있는 농경지.

흙은 질퍽하고 거름으로 쓸 볏짚들이 누렇게 변해 방치돼 있습니다.

곳곳엔 물이 고여 있고 물이 말라붙은 자리엔 하얀 가루가 남았습니다.

맛이 어떤지 먹어봤습니다.

[현장음]
"짭니다."

일대를 점령한 건 다름 아닌 바닷물, 안내문엔 석 달간 바닷물이 들락날락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바닷물에 포함된 염분은 농작물을 말라 죽여 농경지에 치명적입니다.

일반 농경지의 염분 농도는 0.1%.

그런데 이곳은 4.15%까지 나옵니다.

농사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박광호 /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식량작물전공 교수]
"염분 농도가 높아서 벼 재배가 불가능하죠. 0.3% 이상 되면 벼 재배가 거의 불가능해요."

지난 연말 옹진군이 발주한 물놀이장 공사가 화근이 됐습니다.

시공을 맡은 업체가 수문을 열어놔 밀물 때 바닷물이 밀려들어 온 겁니다.

피해 농지는 확인된 것만 4만㎡.

농민들이 문제제기를 할 때까지 시공사도, 공사를 맡긴 옹진군도 까맣게 몰랐습니다.

논을 조금만 파 봐도 시커먼 갯벌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피해 보상이 진행 중이지만 농민들은 올해 농사를 접어야 할 판입니다.

[시공업체 관계자]
"염해 제거 작업을 하려고 하는 부분도 있고 저희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아니고 100% 우리가 책임을 지겠다."

[이낙호 / 바닷물 유입 피해 농민]
"전 여기서 한 15년쯤 지금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걸 못한다고 그러면 저는 지금 생계가 어려운 입장이죠."

지난해 여름 54헥타르 농경지에 바닷물이 유입되는 피해를 입은 해남군 한 마을.

방조제 수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벌어진 인재였습니다.

저수지 물을 끌어와 염도를 희석시켜 겨우 농사를 지었지만 수확량은 평소 절반도 못 미쳤습니다.

문제는 올해 농사가 어떨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비라도 와서 땅을 씻어주기라도 하면 나으련만, 야속한 가뭄까지 더해져 걱정이 태산입니다.

[김주환 / 바닷물 유입 피해 농민]
"토양에 염분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걱정이 많습니다. 모를 심어서 염해가 올라온다면 피해가 많을 거예요."

한 번의 실수가 수년간의 고통으로 이어지는 상황,

농민들 한숨은 깊어만 갑니다.

현장카메라 조현진입니다.

영상취재 : 조세권 이기현
영상편집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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