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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타워크레인, 또 무너질 수밖에 없다
2017-12-26 19:47 뉴스A

채널A 더 깊은뉴스팀은 지난 6월에도 타워크레인 문제를 집중 점검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 똑같은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데요.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다시 한번 취재해보니 개선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죽음의' 타워크레인 문제, 김유림 기자의 더 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내 동료들이 죽었어!"

수십미터 상공에서 벌이는 공포의 사투

"죽고 사는 것은 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평범했던 4식구의 가장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잘 다녀오겠다며 아침에 나갔던 52살 남성.

[동료]
"왜 애비 없는 새끼를 만들고 왜 혼자 살게 만들고!"

며칠 전 평택에서 발생한 사고는 경력 20년이 넘는 베테랑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타워크레인은 아파트같은 고층건물 공사장 어디에나 있습니다. 팔처럼 생긴 지브를 움직여 수십 톤의 자재를 들어올리는데 평형추로 무게를 맞춰 균형을 유지합니다.

건설 경기 호황으로 최근 3년 간 타워크레인 수가 거의 2배 늘었는데 그만큼 사고도 늘었습니다.

올 한 해 발생한 타워크레인 사망 사고만 6건. 숨진 사람은 17명에 달합니다. 그 중 4건이 타워크레인을 설치하거나 해체하다 난 사고였습니다.

아파트 층수가 올라가면 타워크레인의 키도 함께 높여야 합니다. 크레인 중간에 설치된 실린더를 밀어올린 뒤 빈 공간에 기둥 일부를 끼워넣는 방식인데 장난감 블록을 높이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평택에서 발생한 사고도 타워크레인을 높이다가 작업자들의 거치대가 주저앉는 바람에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택 사고 크레인은 사고 1주일 전 정기검사에서 2가지 문제가 발견돼 일부 개선권고를 받은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크레인 업체는 개선된 부분이 담긴 사진만 보내고 최종 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경기 평택경찰서 관계자]
"'와이어 같은 거 녹슨 거 칠하라. 합격 줘놓고 '언제까지 수리하라' 하는 거죠."

타워크레인은 6개월 마다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검사업체는 6곳인데 그중 2곳이 전체 검사 건수의 74%를 독점하고 있습니다. 두 업체의 검사 합격률은 각각 98%와 96.9%에 달했습니다.

크레인 검사비용은 9만 원 안팍. 합격률이 높아질수록 검사의뢰가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A씨 / 타워크레인 기사]
"한 번 올라오지도 않고 기사한테 '한 번 숙여보세요. 줄 당겨보세요' 하면서. 밑에서 그거만 확인하고 가는 거예요."

[B씨 / 타워크레인 기사]
"타워크레인에 구멍이 있었어요. 문제가 있잖아요. 사람와서 용접하고 하면 돈이 드니까, 테이프 붙여놓고 도장을 한 다음에 사진 찍어서 통과를."

타워크레인 설치와 해체는 5인 1조로 작업합니다. 36시간 안전교육만 받으면 작업할 수 있고 자격증은 필요없습니다.

취재진이 직접 아르바이트 알선 공고를 보고 연락해 봤습니다. 안전교육 수료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일단 와보라"고 합니다.

[타워크레인 설치팀 팀장]
((안전교육증) 없어도 일은 할 수 있어요?)
"반 이상이 없어요, 교육증 반 이상이 없다고 봐야돼요."

크게 위험하지 않다며 일부터 시작하자고 서두릅니다.

[타워크레인 설치팀 팀장]
"처음에는 모르고 시작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아요. 몇 천 대 중에 (사고는) 일년에 한 두 대잖아요."

정부는 지난달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의 자격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되면서 연기됐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논의 과정에서 반영이 안 됐어요. 다 무산된 건 아니고 국회에서는 반영이 안 됐지만 추가적으로 (예산을) 전용해서 할지 기재부랑 협의를…"

평택 사고 당일은 영하 10도의 강추위에 눈도 내렸습니다.

[건설 현장 관계자]
"아침에 눈이 왔었어요, 많이 왔었어요. 함박눈이."

눈이 그치자 작업자 5명은 크레인에 올라갔습니다. 당시 같은 평택지역 공사장에서 비슷한 시각에 촬영한 풍속입니다. 초속 15m가 넘습니다.

그런데 관련법에서는 순간풍속이 초속 10m를 넘으면 작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타워크레인 기사]
"우리나라는 열흘에 일 할 거를 이틀에 끝내라니까 서두를 수밖에 없는 거야. 담배피우고 쉴 시간이 어딨어. 화장실 가는 것도 동료한테 미안한데."

툭하면 무너지는 타워크레인. 급기야 크레인 기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사태까지 불러왔습니다.

채널A뉴스 김유림입니다.

rim@donga.com

연출 이민경
글·구성 전다정 장윤경
그래픽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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