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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때는 말야]황영조 “금메달 따니, 일본 아무 말도 못해”
2020-07-02 14:59 스포츠

매주 목요일 추억 속 스포츠 스타들의 뒷이야기를 들어보는 '나때는 말야' 시간입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일본 선수를 떨쳐내고, 기적을 일궈낸 황영조의 경기 장면이 지금도 생생한데요.

'나때는 말야', 김민곤 기자입니다.

[리포트]
떠오르는 태양 아래 오늘도 트랙 위에서 아침을 시작하는 황영조.

[황영조]
"나 때는 말이야."

마라톤 입문 2년 차에 대회 참가는 3번밖에 되지 않던 1992년,

스물두 살밖에 안 된 황영조는 족저근막염까지 앓고 있던 탓에 바르셀로나 올림픽 메달은 기대도 못 했습니다.

[황영조]
"올림픽 참가 선수 중에 가장 나이가 어렸어. 내 나이에 시작할 나이도 아닌데 참가했잖아요, 올림픽에."

하지만 경쟁자에게 물을 건넬 만큼 대범하게 달렸습니다.

[황영조]
"모리시타 선수가 물을 못 잡았더라고. 보통 선수 같으면 먹다가 그냥 버려. 그냥 가면 되는데 먹다가 줬지. 그런데 그 선수하고 마지막에 (선두경쟁을) 붙었네."

결국 가파른 몬주익 언덕에서 일본의 모리시타를 떨쳐냈습니다.

[황영조]
"(지금은) 에스컬레이터가 있다니까요. 이런 코스는 요즘 뛰지도 못해요. 이런 데를 그냥. 이거 완전히 등산 코스도 아니고."

손기정에 이어 56년 만에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중계음]
"마라톤은 올림픽의 꽃이었고, 꽃 중의 꽃은 우리의 황영조 선수였습니다."

바로 그다음 해 초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했습니다.

[황영조]
"(일본의 주장은) 손기정 선수는 일본의 힘으로 금메달을 딴 거고, 한국은 일본을 절대 이길 수 없고. 그런데 (제가) 금메달 따는 것을 봤잖아요. 그다음부턴 그런 말을 못하는 거지."

2년 뒤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인들을 앞에 두고 또 하나의 금메달을 따낼 만큼 황영조는 한국 마라톤의 자존심으로 우뚝 섰습니다.

하지만 1996년 스물여섯 나이에 은퇴하자 사람들은 그를 게으른 천재라고 욕했습니다.

황영조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황영조]
"마라톤에 게으른 천재라는 건 없어요. 내가 무슨 천재예요.마라톤이라는 운동은 고통스럽고 고달프고, 즐기기엔 너무 가혹하다. 아파도 뛰었죠, 아파도."

이제는 20년간 후진양성을 이어가고 있는 황영조.

후배들을 향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습니다.

[황영조]
"지금 케냐 선수들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는데 처음부터 연습이 전력이에요. 그리고 그다음 날 또 그렇게 뛰고 있어요. 우리는 열심히 안 한단 말이에요, 거기에 비하면."

또 한 번의 한국 마라톤 황금기를 기대하며 황영조는 오늘도 마라톤 외길 인생에 나섭니다.

채널A뉴스 김민곤입니다.

영상취재: 한일웅
영상편집: 천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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