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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메라]청소년에 심부름값 받고 담배 사주는 어른들
2020-12-21 19:43 사회

청소년에게 심부름값을 받고 담배나 술을 대신 사주는 대리구매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판매자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못난 어른에 철없는 아이들인데, 조금 씁쓸하죠.

김철웅 기자의 현장카메라입니다.

[리포트]
"담배를 대신 사준다는 글이 이렇게 많습니다. 미성년자 학생에게 술, 담배를 주고 수수료로 푼돈을 챙기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현장으로 갑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오는 남성.

주머니에서 담배 4갑을 꺼내 건넵니다.

SNS에 담배를 대신 사주겠다고 글을 올린 남성입니다.

취재진 신분을 밝혔습니다.

[담배 대리구매자]
"어머니가 아프셔서 돈 필요해서… 미납되면 신용카드 못 쓰잖아요. 치료비 긁어야 되는데, 이자라도 내야겠다 해서요.”

중·고등학생에게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사다 주면 보통 500원에서 많게는 2천 원까지 수수료를 받습니다.

[담배 대리구매자]
"하루에 많으면 3명. 보통은 1명이고요. 수수료 다 치면 하루에 3천 원도 못 벌긴 하는데.”

(아르바이트는 안 하시고?)

"전에 하던 아르바이트 잘리고. 코로나 때문에 구하기도 쉽지 않고 30건 정도 지원했는데, 그러고 연락이 없고요.”

술, 성인용품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대리 구매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등학생 1학년도 (거래)해요. 열에 여덟은 연초 담배고요. 하나는 전자담배, 또 하나는 술이요.”

취재진이 만난 또 다른 판매자.

[담배 대리구매자 B]
(같이 사러 가는 거예요?) “어. 같이 편의점 갈 거야.”

만나서 주고받는 직거래보다 택배로 부쳐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담배 대리구매자 B]
"요즘엔 택배가 많이 와. 빠르면 하루 만에 도착해. 늦으면 2~3일.”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쉽지 않아 불법인 줄 알면서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담배 대리구매자 B]
“가라오케요 웨이터. 행정명령 떨어져서 가게를 아예 문을 닫았어요. 진짜 일자리가 없어요.”

주택가 공원을 돌며 학생들이 노인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인]
"누가 담배 달라고 돈을 줬어. 다음 날 와서 또 달라 그래서 혼내고… 고등학생 중학생도 담배 다 해요.”

일대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성범죄로 이어질 위험도 높습니다.

특히 여학생에겐 심부름값 대신 신체적 접촉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고등학생]
"며칠 신은 것 사고 싶다고. 이런 걸 사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했다). 만나면 생각보다 다 젊어요. 담배나 술 사줄 테니까 하면서…"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술, 담배를 직접 사는 비율은 줄었지만 대리구매는 늘고 있습니다.

실태조사에선 절반 이상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단속은 쉽지 않고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고 있습니다.

판매자, 구매자 양쪽 모두 신상 노출이 없는 SNS로 거래가 이뤄져 현장을 적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범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련 대책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청소년에게 술, 담배 등 유해 약물을 대신 구매해주는 행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합니다. 현장카메라 김철웅입니다.”

woong@donga.com
PD : 김종윤 석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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