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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안내 표시 없고, 옥상 막히고…멀고 먼 비상구
2021-05-11 19:27 사회

지난해 12월, 경기도 군포의 아파트에서 화재가 나 4명의 주민이 숨졌습니다.

사망자 중 2명은 옥상까지 올라갔지만 안타깝게도 출입문을 찾지 못해 숨졌습니다.

이제는 비상 시설이 목적에 맞게 개선됐는지, 다시 간다 우현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2월 경기 군포의 한 아파트 화재 상황입니다.

창문을 통해 시뻘건 불길이 치솟고, 불길을 피해 난간에 매달려 있던 여성은, 사다리차에 가까스로 몸을 피합니다.

화재 원인은 인테리어 공사 중이던 아파트 12층에서 우레탄 폼이 폭발한 겁니다.

[숨진 30대 남성 유족]
"(조카는) 뒷 베란다에서 시공을 하다가 폭발하니까 화기에 못 이겨서 뛰어내린거죠."

이 화재로 인한 사망자 4명 가운데, 2명은 불이 난 아파트 12층에서 추락해 숨졌고, 나머지 2명은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다가 옥상 출입문을 못찾아 변을 당했습니다.

17층 건물인 이 아파트엔 맨 위 17층이 기계실이고, 옥상은, 한층 아래 16층에서 연결되는데, 안내 표시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주민들이 17층 기계실까지 올라갔고, 기계실 문은 잠겨 있었던 겁니다.

[숨진 30대 여성 유족]
"안경 쓰는데 안경도 안 썼는데다가. 연기 꽉 차 있으면 어느 누구도 못찾아. 깜깜한데…"

사고 이후 군포시는 아파트 내 피난 안내표시 설치를 강화하고, 꼭대기층에 기계실이 있을 경우 아예 올라오는 통로를 차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화재가 발생 5개월, 기계실로 올라가는 복도엔 차단선이 설치됐지만, 대피 방향을 알리는 등 안내 표시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아파트 관계자]
"여기가 비상문이다, 발광테이프를 붙여라, 몇 가지 사안이 있는데 다 보완이 완료가 안 됐습니다. 6월은 돼야 완료되지 않을까…"

주민 안전을 위해 대피방향 표시등을 이중삼중으로 설치한 아파트와는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우현기 기자]
"이곳에선 옥상문에 커다란 비상구 안내 표지판과 형광 띠가 설치돼, 어둠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옥상 출입구 관리가 부실한 아파트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옥상 통로에 버려진 물건들이 가득 쌓여있는가 하면 옥상 출입문이 쇠사슬로 감겨있는 곳도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
"애들이 올라가서 잠가놨어요. 학생들이 와서 별짓 다 해요. 여기만 그런 게 아니고 다 그렇거든."

[공하성 /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저층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1층으로 대피하기 곤란하거든요. 옥상 문이 잠겨있으면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돼서 아주 위험한 거죠."

건축법에는 옥상 출입구에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화재 발생시, 잠겨 있던 도어락이 해제 상태로 풀리는 장치입니다.

하지만 2016년 3월 이후 지어진 아파트에만 의무 사항이여서, 그 이전 아파트들에 대해선 현황 파악조차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자료가 있는 경기와 전남 지역의 경우 7273곳의 아파트 중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 있는 곳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권영세 / 국민의 힘 의원]
"전국적으로 자동개폐장치 현황이 정확하게 파악될 필요가 있고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는 지자체에서 지원을 통해서"

지난 2019년 기준으로,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가운데, 비상 출입문 위치를 모르거나 출입문이 잠겨있어 목숨을 잃은 사람은 17명입니다.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영상취재 : 윤순용 김기범
영상편집 : 윤순용
작가 : 김예솔
그래픽 : 윤승희 박소연 정혜인 한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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