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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가다]대낮에 좀비처럼…등하굣길에 마약 주사기도
2023-05-05 19:32 국제

[앵커]
일상 곳곳으로 파고든 마약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미국은 이미 수십 년째 마약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죠.

필라델피아의 한 거리는 대낮에도 마약에 취해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중독자들이 넘쳐나 ‘좀비거리’라고 부릅니다.

세계를 가다, 이은후 워싱턴 특파원이 그 거리를 직접 가봤습니다.

[기자]
미국 필라델피아 북쪽에 위치한 켄싱턴 거리.

한 젊은이가 허리를 완전히 굽힌 채 그대로 정지해 있습니다.

계속 벽을 보고 서 있거나 머리를 푹 숙인 채 멈춰서 있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마약 과다 복용으로 근육이 경직된 겁니다.

마약에 취해 관절이 꺾인 채 느릿느릿 걷고 벽에 기대 힘없이 앉아 있는 사람들.

3km 남짓한 이 거리가 '좀비거리'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오후 2시 벌건 대낮이지만, 마약을 주사기에 넣고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투약하는 모습이 쉽게 포착됩니다.

이 거리에서 만난 45살 크리스티나 씨는 20살 대마를 처음 접하면서 중독이 시작됐습니다.

마약을 구하는 건 갈수록 쉬워졌습니다.

[크리스티나 / 마약 사용자]
"(펜타닐 마약은) 요즘은 정말 싸요, 5달러(6천600원)예요. 그 정도면 이틀 가량 투약해요. 사람들은 긴급 해독제를 맞기도 하지만 (사망하는 경우도) 빈번해요."

천연식물에서 추출하지 않은 인공 합성 마약 '펜타닐'이 등장하면서 가격이 저렴해지고 독성은 더 강해진 겁니다.

거리 곳곳에 경찰이 배치돼 있지만 너무 많은 중독자들이 모여들면서 사실상 단속을 포기했습니다.

마약은 이 거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변으로 마수를 뻗칩니다.

켄싱턴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주거지역입니다.

아이들의 등하굣길이기도 한데요.

아래를 보시면 마약 투여 수단인 주삿바늘이 곳곳에 널려있습니다.

마약상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인공 마약을 마구 섞는 탓에 오용의 위험도 심각합니다.

[안네 밀그램 / 미국 마약단속국 국장]
"마약 사용자들은 밀매업자들이 코카인과 헤로인에 펜타닐을 섞는다는 걸 모릅니다. 하나의 알약이 당신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수는 매년 늘어 지난 2021년 1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수십 년간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겁니다.

마약의 첫 관문으로 불리는 기호용 대마가 21개 주에서 합법화되면서 약물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더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대마 상품을 음식 배달처럼 클릭 몇 번으로 주문해 배송받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서야 후회하는 이들.

[크리스티나 / 마약 사용자]
"10년 전에 여동생이 (마약 중독 때문에) 죽었어요. 우울증이 심해져서 마약을 더 하게 됐죠. 제 인생을 되찾고 싶어요. 가족을 되찾고 싶어요. 이런 인생을 살 운명은 아니었을 거잖아요. 그 누구도요."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의 현실이 되기 전에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워싱턴에서 채널A 뉴스 이은후입니다.

영상취재 : 정명환(VJ)
영상편집 : 유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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