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부터 감독, 그리고 팬들까지 입을 모아 "열악하다"라고 말하는 경기장 잔디.
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런건지, 현장카메라 김승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K리그 경기가 한창인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입니다.
최근 열악한 잔디 상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경기 시작 3시간 전.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입니다.
곳곳이 황톳빛으로 변한 경기장에 녹색 가루, 즉 착색 잔디를 뿌리는 겁니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
"경기 바로 직전이니까 패인 곳 같은 거 보수하는 거예요 잔디."
그라운드 안에서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잔디 밀도가 떨어져 사실상 맨땅을 밟는 느낌입니다.
폭염이 이어진데다 대규모 관객이 몰린 공연 후 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3년 전 10억 원을 들여 잔디를 새로 깔았지만 버텨내지 못했습니다.
축구 선수와 팬들은 경기 승패에 영향을 줄 정도라고 토로합니다.
[김기동 / FC서울 감독(지난달 29일)]
"경기장 (잔디) 사정이 진짜 열악해서 너무 안 좋아서. 퀄리티 있는 마무리가 잘 나오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안데르손 / 수원FC 선수]
"잔디가 없는 부분에 넘어지다 보면 상처가 나고 피가 나거든요. 실제로 지금도 살이 좀 까진 상태고."
큰 공연이 진행되지 않는 다른 경기장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마치 옷을 기운 듯 군데군데 잔디 색이 다릅니다.
올들어 추가로 채운 잔디 규모만 1000㎡.
전체 면적의 8분의 1를 새 잔디로 바꾼 셈입니다.
수시로 잔디를 보충해야 하다보니 아예 뒷편에서 잔디를 키웁니다.
[김재후 / 울산시설공단 문수시설팀]
"올해는 좀 많았다. (평소보다) 2배 정도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상고온 현상 때문입니다.
품질이 우수해 국내 경기장서 가장 많이 쓰이는 서양 잔디로 조성했는데 28도부터는 잘 자라지 않는 탓에 이번 여름을 견디지 못한 겁니다.
그라운드 위치도 한몫했습니다.
그라운드가 지하 3층 깊이에 있습니다.
공기도 잘 통하지 않고 햇볕도 잘 들지 않아 잔디가 제대로 자라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K리그 1부 구장 12곳 중 5곳은 지하에 있어 내년 여름에도 같은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재후 / 울산시설공단 문수시설팀]
"선진 사례를 분석해 테스트해 주고 그것을 스탠다드(표준)으로 보급하고 장기적 계획으로 가져가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심규열 / 잔디연구소 소장]
"(서양 잔디도) 종류가 많아요. 여름에 강한 품종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가 있고…"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잔디 품종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현장카메라 김승희입니다.
PD 장동하
AD 송시원
작가 신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