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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툭 하면 고장…애물단지 ‘크린넷’
2017-10-09 19:51 사회

추석 연휴 동안 밀려나온 쓰레기, 어떻게 처리할까도 고민인데요.

이런 쓰레기를 자동으로 집하장으로 보내주는 '크린넷'이라는 시스템이 일부 신도시에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수백억씩 들인 이 장비가 툭하면 꽉 막히고 고장나서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박건영 기자의 더깊은 뉴스입니다.

[리포트]
네모난 기계 주변에 쓰레기봉투가 잔뜩 쌓여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도 한가득 입니다.

[유인항 / 경기 김포시 A 아파트 주민]
“이렇게 잔뜩 쌓여요. 여기 지나갈 때마다 안 찡그리고 가는 사람이 없어요. 냄새 때문에.”

고장 난 이 기계의 이름은 '크린넷'.

원리는 공기압을 이용한 진공청소기와 비슷합니다.

[박건영 기자]
“크린넷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각각의 투입구에 넣습니다.

관을 타고 내려간 쓰레기는 땅속에 매설된 관로에서 다른 아파트 단지 쓰레기들과 합쳐지게 되는데요.

이렇게 모인 쓰레기들은 4km 떨어진 집하장에 모이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장이 잦다는 겁니다.

[현장음]
“뭐가 걸려있는 것 같은데….”

쑤셔 넣어 보지만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모 씨 / 경기 김포시 A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일주일에 두세 번은 심각한 고장으로 하루 반나절 걸려서 고치지 못할 때도 있고요.“

관로가 쓰레기로 꽉 막혀서 고장이 나거나, 음식물에서 새어 나온 물기 때문에 관로가 부식되기도 합니다.

송풍구나 전기회로 이상 등 고장의 원인도 다양합니다.

입주 때 설치비 명목으로 가구 당 3백만 원씩 부담했던 주민들은 분통이 터집니다.

[이창환 / 경기 김포시 B 아파트 주민]
“저희는 (올해) 7월 1일부터 이용했어요. 그 이전에는 아예 이용조차 못 했던 거죠.”

[김모 씨 / 경기 김포시 C 아파트 주민]
“우리 아파트는 거의 5년 동안 못 썼어요.”

수리비도 온전히 주민들 몫입니다.

[배동아 / 경기 김포시 D 아파트 주민]
“비용이 만만치 않은 거죠. 연 3백만 원에서 5백만 원 정도가 드는 거예요. 기계만 고치는데. 쓰레기봉투로 내놓는 게 더 낫죠.”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보니 아예 크린넷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파트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자체는 크린넷을 수리해서 쓰지 않으면 청소차를 더 이상 보내지 않겠다고 공문을 보냈습니다.

쓰레기 수거비용이 이중으로 든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상가 지역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바로 옆에 크린넷이 있지만 길 한가운데에 쓰레기가 쌓여 있습니다.

[A씨 / 대전시 서구]
“밤에는 엉망이거든요. 퇴근할 때쯤 되면. (학생들은) 귀찮으니까 앞에다 버릴 수도 있고”

그렇다고 함부로 없앨 수도 없습니다.

신도시 건설 당시 시행지침으로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김상남 / 대전 도안신도시 크린넷 사업소장]
“법적제재사항은 사실 없는데 하나의 의무 시설로 해서 들어와 있기 때문에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사용 안 하는 건 아닙니다.”

크린넷은 2009년 스웨덴의 쓰레기 자동처리시설을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강조하면서 본격화됐습니다.

[시공사 직원]
“그때 지자체도 막 경쟁적으로 유치하려고 했어요. 운영비가 이렇게 많이 드는 거를 지자체가 잘 모르고 그냥 좋다고 하니까 한 거지.“

세종시, 김포 한강, 성남 판교 등 2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크린넷이 도입된 지역만 10여 곳.

지자체마다 최소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1천억 원 가까이 들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자체와 시공사가 서로 운영권을 떠넘기며 소송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시공사 직원]
“한참 했는데 막상 운영비가 나오니 인수한 사람들은 골치 아픈 거죠. 예산은 없는데 운영비는 매년 내야 되니까.”

이 같은 상황은 일찍부터 예견됐습니다.

[홍수열 / 자원순환 사회경제연구소장]
"비용을 들여서라도 깨끗한 시스템을 유지할 거냐 아니면 시스템을 폐쇄하고 다른 데처럼 지자체 시스템에 의존할 거냐. 옛날에 다 문제 될 거라고 얘기한 거거든요.”

확실한 기술 검증 없이 유행처럼 도입한 크린넷.

주민들은 막대한 비용을 직접 부담하고도 매일매일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박건영입니다.

연출 : 송민
글·구성 : 전다정 장윤경
그래픽 : 박진수 김민수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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