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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하는뉴스]치우고 치워도…‘꽁초 천지’ 된 도심 거리
2018-07-05 20:01 뉴스A

길바닥은 물론 화단 속에도 버려진 담배 꽁초들, 심지어 하수구 속에도 가득한데요. 장마철마다 거리를 물 바다로 만드는 주범이라고 합니다.

꽁초가 얼마나 많은 지, 허욱 기자가 직접 수거에 나섰습니다. 더하는뉴스입니다.

[리포트]
오후 1시, 광화문의 한 뒷골목. 삼삼오오 모인 직장인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꽁초를 버리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경고문이 붙어있지만, 이들이 떠난 자리엔 어김없이 수많은 꽁초들이 널려 있습니다.

[환경미화원]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이렇게 꾸준히 버리니깐 계속 일을 해야 해요. (저기도 있네요. 치우셔야겠다.) 치우면 조금 있으면 또 버려요. 사람들이. 뭐 어쩔수 없어."

[허 욱 기자]
"지금부터 이 집게로 광화문 일대 골목의 담배 꽁초를 샅샅이 찾아 보겠습니다."

길 바닥에 버려진 꽁초도 많지만, 화단 속에 교묘히 숨겨진 꽁초도 적지 않습니다.

[현장음]
"어휴. 많다. 많아."

겉으론 깨끗해 보이는 거리.

그런데 하수구가 반전입니다.

하수구 덮개 사이로 보이는 무수한 담배 꽁초들.

[현장음]
"열리지도 않네요."

반경 백 미터 안의 하수구 4곳을 살펴보니, 재떨이를 방불케 합니다.

집게로 하나씩 들어내다, 결국 손으로 쓸어담습니다.

[허 욱 기자]
"담배 꽁초만 보이는대로 주워담았는데요. 1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가 벌써 가득찼는데 거리에는 아직도 담배 꽁초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오후 3시 서울 강남역. 단속반의 점검이 뜸한 시간입니다.

[강남구청 관계자]
"거기는 워낙 우리가 많이 단속해서 그쪽은 없는데, 지금은 담배꽁초 그렇게 없을거예요."

하지만 이런 장담이 무색하게 거리에는 꽁초들이 널려 있습니다

2시간에 한번씩 꽁초 수거에 나선다는 인근 건물의 관리인.

[이일호 / 강남역 인근 건물 관리인]
"담배꽁초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그리고 아침에 새벽에 청소할 때는 20kg짜리 포대로 쓸어담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하루에 팔리는 담배는 1억8천8백만 개비. 이중 3분의 2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해결책은 없는 걸까. 흡연자들이 몰리는 골목 앞에 쓰레기 봉투를 놔뒀습니다.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 대부분이 봉투 안에 꽁초를 버립니다.

[허 욱 기자]
"설치했던 종량제 봉투를 수거했는데요. 다른 일반 쓰레기를 분리하고 봤더니 봉투 안에 담배 꽁초만 수백개가 버려졌습니다."

경기도 구리의 한 주택가 골목. 버려진 꽁초로 몸살을 앓았던 곳인데, 요즘은 부쩍 깨끗해졌습니다.

[현장음]
"원래 화단에 담배꽁초가 많은데 잘 안보입니다."

변화가 시작된 건 2년 전. 주민들이 꽁초를 주워오면 일정 금액으로 바꿔주는 '담배 꽁초 수거 보상제'가 도입되면서 부텁니다.

시 당국은 이렇게 모은 꽁초들을 퇴비로 재활용합니다.

문제는 예산. 배정된 예산이 제한돼 있어, 1년 내내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유남석 / 경기 구리시 자원행정과]
"사업비 지원이 안되는 기간 동안은 사실상 흡연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꽁초를 거리에 버리다 적발된 흡연자들은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흡연자들은 단속이 능사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공현식 / 경기 용인시 (흡연자)]
"담배 피우는 사람이 양심을 바닥에 던지게 만들지 말라는거지. 흡연구역을 어느 정도 만들어줘서 우리가 정상적인 위치에서 담배를 피우고 버릴 수 있도록…"

전문가들은 담배 1갑마다 24원 넘게 매기는 폐기물 부담금을 제대로 써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해 이 폐기물 부담금은 무려 9백억원에 육박했습니다.

[김용욱 / 한국흡연문화개선환경협회]
"담배 꽁초 치우는 데 써야할 돈이거든요. 그런데, 이 돈을 여기에 안써요. 지금부터라도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합니다."

채널A 뉴스 허 욱입니다.

woo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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