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더깊은뉴스]되살아난 ‘안아키’…피해자는 아이들
2018-08-29 19:59 뉴스A

약을 전혀 안쓰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

이른바 안아키 운동이 최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요,

아동학대 논란에도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허욱 기자의 더깊은뉴스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3월 대구의 한 한의원.

"약 안 먹은 1년 동안이랑 지금 생각해봐. 그 전보다는 낫잖아.

(모르겠어요. 그거는.)

아니. 겨드랑이도 나았지. 그 다음에 기침도.

(겨드랑이는 없었어요.)

어쨌거나 그거는 BCG 부작용인 것이고."

갑상선 기능 저하에 천식까지 앓던 아이.

몸무게가 15kg이나 빠질 정도로 쇠약해졌지만 한의사는 무조건 운동을 시키라고 권합니다.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낮에 아이를 굴려."

'약 안쓰고 아이키우기'
이른바 안아키식 치료를 받던 아이는 결국 폐가 손상되고 피까지 토했습니다.

해당 한의사는 안아키 논란이 불거지자 회원수 5만 명의 인터넷 카페를 폐쇄했지만 기소를 피하지 못했고,

1심 법원은 지난달 허가받지 않은 의약품을 제조하고 처방했다는 혐의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승준 / 대한한의사협회 법제이사]
"필수 예방 접종의 기피, 그리고 무조건적인 숯가루의 처방, 그런 것들은 기본적인 의학 상식과는 거리가 먼 행위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몰락한 듯 했던 안아키가 다시 꿈틀거린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보자]
"맹신하고 있는 안아키 회원들이 현실을 좀 자각했으면 하는 마음이 큽니다."

한의원은 성업중이었습니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고,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왔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3살 아이 아토피 상담을 받으러 왔다는 취재진에게 3살배기 아이의 특성을 설명합니다.

[김모 씨 / 한의사]
"2살은 모르니깐 안 아프면 안 울고, 4살부터는 울 것 같구나. 우는데 해보면 안 아프니깐 그치고, 3살은 짜증이 나기 때문에 계속 울어요. 3살 짜리들이 늘 그렇죠."

침 치료와 관장을 거치는 해독 치료 도중 아이가 울수도 있다는 말인데 대뜸 인터넷 카페 이야기로 이어갑니다.

[김모 씨 / 한의사]
"충분히 (안아키 강의)들으시고 그 다음에 그 내용에 대해서 이해가 되고 수긍이 되면 하시는거고, 저희들이 쓰는 건 해독제, 거의 그것 밖에 없어요."

과거 영국의 전염병 사망 통계자료까지 보여주며 백신에 대한 강한 불신도 드러냅니다.

[김모 씨 / 한의사]
"저 같으면 (백신을)안 맞히죠. 우리 애들은 한 명도 안 맞혔고요. 그럴 때는 이유가 안 있겠어요. 그걸 확인하시라는 거예요."

아동학대 논란도 적극 해명합니다.

[김모 씨 / 한의사]
"안아키라는 카페가 아동학대 단체로 막 몰려가지고 난리가 났었거든요. 작년에. 그런데 사실은 아동학대 건 수가 없어요."

이후 취재진의 신분을 밝히자 1심 판결에 항소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김모 씨 / 한의사]
"(판사는 제가)약용 숯가루를 써야 될 것을 알면서 비약용 숯가루를 썼다 이렇게 이해하신 거예요."

현재 안아키 맘을 자처하는 인터넷 사이트 회원수는 5천명 정도로 줄어든 상태.

안아키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를 취재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공부부터 하고 오라는 반응만 되돌아 왔습니다.

[안아키 회원]
"육아서와 관련해서 수많은 책들을 읽었고, 백신에 관해서도 우리나라 책 뿐 아니라 외신도 수시로 확인하고 있고요."

안아키식 치료가 거센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동학대 논란 탓입니다.

[공혜정 /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병원을 데려가는 건 부모예요.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부모예요. 고통스럽게 할지 안할지 이 아이는 선택할 수가 없어요."

한 때 안아키를 맹신했던 한 엄마.

안아키 방식으로 딸의 화상을 치료한다며 40도의 뜨거운 물에 억지로 몸을 담그게 했던 것을 후회하고 자책합니다.

[안아키 피해자 엄마]
"(아이가) 목욕을 거부하기 시작한 거죠. 추운 겨울에도 손을 넣었을 때 살짝 미지근하다 싶은 정도 물에만 들어가려고 하는 거예요."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을 자양분으로 퍼져나간 안아키 치료.

[안아키 피해자 엄마]
"엄마들의 불안한 심리를 건드려서 만들어내다 보니깐, 또 다른 안아키가 생기지 않을 거란 보장을 전혀 못할 것 같아요."

허울 좋은 명분의 최대 피해자는 말없이 고통받는 아이들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채널A 뉴스 허욱입니다.

wookh@donga.com

연출 : 김지희
구성 : 고정화 이소희
그래픽 : 전유근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