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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깊은뉴스]변호사 시험 합격률 50%…로스쿨 낙오자 급증
2019-05-06 20:03 사회

사법시험에만 몰두한 채 모든 걸 다 포기한 사람들을 '사시 낭인'이라고 불렀죠.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 없어질까 했는데, 이제는 변호사 시험 '변시낭인'이 늘었습니다.

5년 내 5회 떨어지면 영구히 변호사 자격을 얻을 수 없는데요.

그런 경우를 오탈자’로 부른다는군요.

이서현 기자가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년 간 다섯 번의 변호사 시험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A씨.

영구히 낙오자가 된 그를 동료들은 '오탈자'라고 부릅니다.

[현장음]
"(몇 점 차이로 떨어진 거죠?) 2.93점 차이."

신경안정제로 버티며 꿈꿔 온 법조인의 꿈도 이제 접어야 합니다.

[A씨 / 서울 ○○ 로스쿨 졸업자]
"이렇게 결과가 되니까. 무리해서라도 사교육을 받았어야 했나 생각이 많이 들죠."

선배 오탈자 탁지혜 씨는 1인 방송을 통해 응시제한 제도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앞길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옵니다.

[탁지혜 / 부산대 로스쿨 졸업생]
"현실적으로 살아갈 게 막막해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백화점에서 와인 판매하는 거랑 전단지 돌리는 거. 학교 앞에서 전단지 돌리고…"

교육을 통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로스쿨.

매년 500여 명에 이르는 변호사 시험 탈락자가 쌓이면서 합격률은 50%까지 떨어졌습니다.

사시낭인을 막으려고 도입한 로스쿨 제도가 오히려 더 많은 변시낭인을 만들어 내는 구조가 된겁니다.

[한상균 / 강원대 로스쿨 졸업생]
"당장 저기 열람실 건물에서 3학년 40명이 같이 공부를 했는데 거기서 절반은 무조건 떨어지는 거예요."

[B씨 / 서강대 로스쿨 재학생]
"제가 느끼는 바로는 재수학원에 다니는 거 같아요. 변호사 시험에 합격을 해야 한다. 그 압박감만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성적이 낮은 학생은 강제로 졸업이 미뤄지는 일까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부터 로스쿨별 합격률이 공개되자 학교측이 도입한 꼼수입니다.

[양필구 / 전남대 로스쿨 재학생]
"합격할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졸업 사정으로 걸러내고 있습니다. 그래야 합격률이 올라가니까요."

서울대는 80%가 넘는 합격률을 기록했지만 제주대와 원광대는 응시자의 20%만 변호사를 배출하는 등 로스쿨 간 서열화도 고착되고 있습니다.

자격증을 주는 시험이라는 취지가 무색해 진 것은 대한변협을 비롯한 기존 법조계의 입김 탓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종린 /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
"사건 수임숫자는 변동폭이 없습니다.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태거든요. (변호사) 인원은 줄여야 된다는 게 저희들 입장입니다."

법률서비스의 질 하락을 명분으로 삼지만 실제로는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김창록 / 법학전문대학원교수협의회 공동대표]
"국민들이 변호사를 만나기 어려운데 어떻게 변호사가 많을 수가 있어요?"

[C씨 / 서강대 로스쿨 졸업생]
"밥그릇이죠. 시험 한 번 붙으면 법조귀족이 될 수 있는 세상. 사법시험 시절로 복귀를 원하는 거죠."

갈등이 커지자 법무부는 뒤늦게 합격자 수 재조정 방안을 모색키로 했지만,

[변호사 시험 관리위원회]
"소위원회를 구성한 거예요. 만날 싸울 수는 없지 않느냐. 무슨 기준으로 결정할 것이냐. 늘리더라도 뭐 기준이 있어야 하고."

법률 수요자들인 국민의 생각보다는 이해당사자들 간의 힘겨루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널A뉴스 이서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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