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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없이 술만 마시면 살 안 찔까?…회식 전 필독[팩트맨 AS]

2019-12-18 07:57 사회

길을 지나다 들려온 노래 가사가 왠지 내 얘기 같아서 멈춰선 기억 있으신가요. 매일같이 새로운 주제를 정해야 하는 팩트맨 팀도 '내 얘기 같은', 정확히 말하면 '내 얘기였으면' 하는 마음에 멈춰 선 주제를 만났습니다. 그 주제는 바로 "안주 없이 술만 마시면 살이 찌지 않는다고"는 솔깃한 이야기였는데요. 연말 송년회를 앞두고 나날이 늘어가는 술자리에, 늘어가는 술살로 고민이신 분들을 위해 술에 관한 속설들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준비했습니다. '술살'의 진실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이라면 글이 길더라도 일독을 권합니다.



술에 대한 오해 ①
술은 저칼로리?…알고 보니 '칼로리 폭탄'

술 없이 안주만 먹으면 살이 안 찐다는 속설의 배경에는 술은 열량 즉 칼로리가 낮을 것이라는 가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술은 삼겹살이나 밥처럼 푸짐하지도 않고 액체다보니 칼로리가 높지 않을 거 같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술의 칼로리를 취재해보니 실상은 예상과 많이 달랐습니다. 일단 330ml의 양을 기준으로 우리가 자주 마시는 술의 열량을 비교해보니 소주(374kcal), 레드와인(262kcal), 막걸리(139kcal), 라거 맥주(121kcal) 순으로 열량가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같은 양을 전제로 비교했을 때의 기준이고, 소주는 맥주보다 소량의 잔에 담아 마시는 만큼 '소주 한 잔(45ml)'과 '맥주 한 잔(500ml)'을 비교해보면 아래처럼 맥주 칼로리가 월등히 높습니다.



서울대 분당병원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밥 한 공기의 칼로리를 약 272kcal로 잡아 보겠습니다. 통상 소주 한 잔(45ml)에 63kcal의 열량이, 맥주 한 잔(500㎖)에는 185kcal, 와인 한 잔(120㎖)에 84kcal의 열량이 들어있는데요. 소주 4잔만 마셔도(252kcal) 밥 한 공기 열량(273kcal)과 맞먹고, 맥주는 1잔 반 만(277kcal) 마셔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 것과 같습니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건 술의 칼로리는 우리 몸의 영양으로 쓰이는 다른 음식과 달리 지방으로 축적되기 쉽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단백질과 탄수화물에는 1g당 4k㎈, 지방에는 9k㎈가 들어가 있지만, 알코올에는 1g당 7k㎈입니다. 칼로리만 따지만 지방보다 오히려 낮습니다. 하지만 음식물 섭취를 통한 지방은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지만, 알코올은 우리 몸과 근육이 에너지원으로 쓸 수 없는 '빈 칼로리(empty calorie)'입니다. 즉 술을 통해 섭취한 칼로리는 인체에 해로운 작용을 하는 데만 쓰인다는 겁니다. 한림대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밥이나 떡은 같은 칼로리라도 다양한 영양소가 있어 몸을 이롭게 하지만, 술은 '빈칼로리'만 있어서 살만 찌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술에 대한 오해 ②
'안주 없이' 술 먹으면 살 안 찐다고?…실상은 근육량↓·체지방↑



또 하나의 속설 중 하나는 안주를 안 먹고 술을 마시면 살이 안 찐다는 겁니다. 팩트맨 주위에서도 다이어트를 한다는 주변인들이 술을 마실 때 ”난 안주를 안 먹고 술만 마시니까 괜찮을 거야“라며 안심하는 애주가들을 많이 보았는데요. 전문가들에게 취재를 해보니 안주 없이 술을 마시더라도 아침-점심-저녁 중 먹은 음식물들이 체내에 남아 있기 때문에 지방은 축적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특히 과당이 들어간 술(과일향 소주, 칵테일, 막걸리 등) 속의 첨가물이나 당류는 체내에 남아 지방으로 축적될 수도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술은 우리 몸에 이로운 단백질을 파괴시켜 근육량을 감소시키기도 하는데요.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내과 전용준 원장은 "술을 마시면 근육량이 줄어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살이 많이 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술에 대한 오해 ③
마른 사람보다 뚱뚱한 사람에게 술이 덜 해롭다?

술에 대한 속설 중 하나는 마른 사람보다 뚱뚱한 사람이 술을 더 잘 마시고 술이 세다는 겁니다. 하지만 무조건 체격이 큰 사람이 술을 잘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아 술을 빨리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술이 세다고 표현되는 알코올 분해 능력은 몸무게가 아니라 유전적 요인과 간의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는 게 의료계의 진단입니다. 특히 마른 사람보다 과체중인 사람들에게 술은 더 치명적인데요. 에너지 대사를 지연시켜서 더 살찌기 쉬운, 정확히 말하면 지방이 늘어나기 좋은 체질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규래 대한비만학회 회장 “체지방이 많이 축적된 체형의 경우, 알코올을 마시면 체지방률을 높여 살찌기 더 쉬운 체질로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마른 사람도 배만 불룩 튀어나오는 알코올성 지방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건강한 '과음'은 없다…물·채소 섭취 권유



다만 술을 아예 피할 수 없다면, 물을 많이 마시고 채소 같은 안주를 많이 먹는 것이 그나마 낫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요. 오상우 동국대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물이나 채소를 자주 먹으면 소화 기관의 손상도 덜하고 뇌에도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겹살과 같은 기름진 고기 섭취는 오히려 지방 분해에 더 악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채소나 기름을 뺀 고기는 권장할 만하다는 건데요. 특히 적절한 물과 당분, 예를 들면 ‘꿀물’은 술의 해독 과정을 도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적정량의 음주는 하루 2잔, 일주일에 14잔 이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특히 와인 1~2잔 정도는 항산화제가 포함돼서 오히려 대사를 활발히 하고 항암 효과도 있다는 일부 연구도 있는데요. 하지만 와인도 2잔 이하, 즉 소량을 마실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종합하면, 술을 자주 많이 마시면서 건강하기를 바라는 건 합리적이지 않은 기대라는 겁니다. 스스로 적정량의 음주를 지키면서 팩트맨 독자 여러분도 건강한 연말을 맞이했으면 합니다. 또 체중에 대한 기술에 집중하느라 많은 부분을 생략했지만 그 외에도 술은 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암과 고혈압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상 팩트맨이었습니다.

성혜란 기자 saint@donga.com

본편 보러가기▶ [팩트맨]안주 없이 술 마시면 살 안 찐다?
https://youtu.be/-ufVZeIjO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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