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더 바로가기 푸터 바로가기
[김진이 간다]굳어버린 제설제…부실관리 민낯
2019-12-26 20:06 뉴스A

요즘 연일 뉴스에서 들려오는 블랙아이스 사고, 가장 쉬운 예방 방법은 얼기 전에 제설제를 뿌리는 겁니다.

다니시다보면 곳곳에서 제설함을 보실 수 있으신데요.

잘 열어보지는 않죠.

김진 기자가 열어봤더니 곳곳이 가관이었습니다.

김진이 간다, 시작합니다.

[리포트]
[김진]
겨울철 눈이 오거나 얼음이 얼기 전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제설제를 도로 위에 뿌리는 일인데요. 겨울이 오기 전 지자체에서 대량 구매해 놓는 제설제가 잘못된 보관 방법 때문에 정착 필요할 때 사용하지 못하고 폐기처분 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각 지자체에 제설제 관리 실태가 어떤지 점검해 보겠습니다.

달리는 차량이 마치 빙판 위를 미끄러지듯 돌진합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아찔한 상황. 지난달 15일 일어난 블랙아이스 사고로 차량 20여 대가 부서지고 4명이 다쳤습니다.

약 한 달 뒤, 이번엔 경북지역에서 비슷한 사고 2건이 잇따라 일어나 7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아찔한 사고는 골목길에서도 자주 일어납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자칫 큰 부상을 당하기도 합니다.

[아이]
아빠 무서워.

[아빠]
조심해야 해.

모두 제설제만 미리 뿌려 놓으면 막을 수 있는 사고들입니다.

그렇다면 제설제는 과연 제대로 관리되고 있을까. 곳곳에 마련된 제설함부터 확인해보았습니다..

[피디]
아! 이거 다 굳었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 제설제. 잘 부서지지도 않습니다.

지자체가 대량으로 보관하고 있는 제설제는 어떨까요. 쌓여있는 커다란 포대자루들이 눈에 띕니다.

교각 아래 공터에, 염화칼슘 수십 톤이 쌓여져 있습니다.

제설제를 덮어둔 천막 위에서 물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피디]
쇳소리가 들리는데? 아! 아파.

일반 염화칼슘보다 비싼 친환경 제설제 역시 같은 장소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피디]
보니까 2019년 1월 10일 날이라고 적혀 있는데 1년 돼서 굳어 있는 것 같아요. 딱딱해요. 굳어 있어요.

경기도 남양주의 한 도로변. 이곳에도 제설제가 대량으로 쌓여있습니다.

이날은 아침까지 비가 내렸는데요, 제설제가 놓인 바닥에 빗물이 흥건합니다.

[동네 주민]
어휴! 딱딱해져서 못 쓰겠네. 완전하게 굳었어요.

제설제의 성분인 염화칼슘은 수분을 흡수하면 딱딱하게 굳는 성질이 있습니다.

염화칼슘에 물을 붓자 금세 녹아내려 부피가 줄어듭니다.

15분 정도 후에 확인해보니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습니다.

[피디]
안 부서져요.

이미 습기를 흡수해 굳어버린 염화칼슘. 제설 효과는 있을까요?

잘 보관된 염화칼슘 가루와 굳어버린 염화칼슘을 눈 위에 각각 뿌리고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한 시간 뒤, 염화칼슘 가루는 눈을 완전히 녹여 많은 양의 물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굳은 염화칼슘 쪽은 눈이 잘 녹지 않아 물이 거의 생기지 않았습니다.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면 눈 녹은 물의 양이 확연히 다릅니다.

굳어버린 염화칼슘은 충분한 제설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양승찬 / 제설제 제조업체 대표]
기본적으로 보관할 때 수분이나 공기의 노출을 최대한 피해서 비와 바람 차단을 원천적으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가장 좋은 방법은 실내보관을 하는 것이 가장 좋죠.

서울 종로구의 한 고가도로 아래.

[피디] 여기에 제설제 얼마나 있어요?

[종로구청 관계자]
지금 300t 정도 있어요. 굳으면 다시 깨서 쓰고 하는 거죠. 임시로 이런 고가 밑에 천막으로 씌워 두는 거지. 보관할 시설이 없어요. 서울 시내에

제설차량이 부순 제설제를 싣고 갑니다.

딱딱해진 제설제는 분쇄해서 사용하거나 폐기처분 한다고 하는데요.

[지자체 제설제 납품업체]
파쇄 비용이 많이 들죠. 폐기 비용도 톤당 30만 원씩 들어가요.

[○○시 관계자]
굴착기 한 대로 부족하니까 한 대를 더 임차해서 사용합니다. 한 번 눈이 올 때 (굴착기를) 부르면 80만 원이 들어가요.

파쇄 비용도 문제지만 다시 부수면 취재진의 실험에서 봤듯이 제대로된 제설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경기도 하남시는 제설제 보관을 위해 대형 창고를 마련했습니다.

수분과 햇빛이 차단된 실내에 보관한 제설제는 처음 상태 그대로 유지됩니다.

[김영범 / 하남시청 건설과]
나중에 굳었을 때 2차 비용이라든지 그런 부분이 생기니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아무래도 창고가 있는 게 이득이겠죠. 관리가 잘 되니까.

창고에는 통풍이 잘되도록 습도 조절 장치도 설치해놓았습니다.

연이여 블랙아이스 교통사고가 나자 정부는 사전 제설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큰 소리를 쳤습니다.

그러나 부실하게 관리되는 제설제만큼 국민의 안전도 부실하게 관리되는 것같아서 불안하기만 합니다.

[시민]
관리 좀 잘 해줬으면 좋겠어요. (문제가) 뻔하게 보이는데 저렇게 내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진이 간 김진입니다.
[채널A 뉴스] 구독하기

이시각 주요뉴스

댓글
댓글 0개

  • 첫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