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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선견지명’…23년 전에 “무점포 시대 올 것”
2020-10-25 19:12 경제

이건희 회장이 직접 쓴 저서는 딱 한권 있습니다.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1997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칼럼을 엮은 겁니다.

대기업 회장이 신문에 글을 기고했던 것도 색다르게 다가오지만 23년 전에 썼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적확하게 미래를 예견한 게 더 놀랍습니다.

인터넷도 낯설던 시절에 이미 무점포 시대가 열린다, 내다봤습니다.

박정서 기자가 다시 한번 읽어봅니다.

[리포트]
"사무실이 필요없는 시대(Officeless)에 살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무점포 시대(Storeless)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7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칼럼에서 '무점포 시대'를 예고했습니다.

종이도 사무실도 필요없고, 배달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음식점까지 생겨난다는 취지.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태동할 무렵인 23년 전 이미 '정보화를 통한 비용 절감'을 강조한 겁니다.

지난 1994년 학력과 성별 철폐를 골자로 한 '열린 인사 개혁안'을 내놓았던 이 회장.

에세이에선 여성 없인 미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건희 / 삼성전자 회장 (1993년 7월)]
"이제는 한국도 21세기 가까워지고 앞으로 남녀 평등이 눈앞에 와있어. 법으로 하기 전에 삼성이 먼저 하라, 이 이야기지."

국가 차원에서 저렴한 비용의 탁아소나 유치원을 많이 짓는 등 여성의 사회생활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업 규제 논란이 여전히 화두인 가운데

이 회장은 23년 전 글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 구조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습니다.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어 세계화의 흐름을 수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회장의 디자인 경영 철학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본 마쓰시타는 디자이너가 450명인데, 삼성전자는 130명에 불과하다며 스스로를 비판했습니다.

이 회장은 8년 후, 밀라노에서 열린 디자인전략회의에서 프리미엄 가구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감성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고 다시 언급했습니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623억 달러로 세계 5위. 

지금의 삼성을 있게 한 글로벌 경영 철학도 눈에 띕니다.

"제품 경쟁은 국가간 경쟁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우물 안 개구리식 발상'을 버려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던 이건희 회장.

책이 나온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시대를 앞서간 이 회장의 통찰을 다시 곱씹어볼만 합니다.

채널A 뉴스 박정서입니다.

emotion@donga.com
영상편집: 이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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