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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도살장 갇힌 동물된 듯” 구치소의 편지
2021-01-01 19:26 사회

새해 첫날이지만 구치소발 집단 감염 소식은 암담합니다.

이제 서울 동부구치소의 확진자는 1000명에 육박합니다.

구치소의 안일한 대응 실태를 꼬집은 한 수용자의 60쪽 분량 편지를 채널A가 입수했습니다.

국가 중요 관리 시설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집단 감염될 수 밖에 없었는지,

밀접 접촉자들을 이 방, 저 방 뒤섞으며 좁은 곳에 몰아 놓았다는 주장을 보면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 수용자는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불안감을 도살장에 갇힌 짐승에 빗대기도 했는데요.

남영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가 지인에게 보낸 60페이지 분량 편지입니다.

어제 지인에게 전달된 편지를 채널A가 입수했습니다.

수용자는 크리스마스인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구치소 안에서 벌어진 일을 상세히 적었습니다.

확진자가 나온 방에서 함께 생활한 사람들을 별도의 검사없이 뒤섞어 방배치를 해놨다며

이러다간 수용자가 모두 확진될 것 같다는 불안함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이 날은 동부구치소에서 확진자 288명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수용자 지인]
"계속 섞고 매일 방 이동을 한대요. 그 과정에서 확진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게 이상할게 아니거든요. 솔직히. 그냥 구치소 내에서 퍼지라고 더 하는 것 같아요."

다음날에는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수용자들을 한 방에 모아놓은 것을 두고

수용자들의 집단 반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불안한 수용자들의 상황을 '언제 끌려가서 도살당할지 모르고 기다리는 동물'에 비유한 문장도 눈에 띕니다.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지만

비상벨을 눌러 호소해도 약을 줄 뿐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날은 추가 전수검사에서 233명이 확진된 날입니다.

29일 편지에는 혼란한 상황이 더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밀접접촉자를 뒤섞어 놓은 방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또 다시 방을 깨 다른 수용자와 모아놨다며

이 과정에 양성과 음성을 2차례나 번복하는 일도 있었다는 겁니다.

[수용자 지인]
"(처음) 확진자가 있던 방에서 7명이 같이 있었대요. (결국) 그 중에 2명 빼고 다 확진 됐대요."

편지를 보낸 수용자는 내부 상황을 외부에 알려달란 말을 지속적으로 적기도 했습니다.

채널A 뉴스 남영주입니다.

dragonball@donga.com

영상취재 : 이철 김영수
영상편집 : 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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