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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서 시작된 ‘거미줄 인맥’…“수산업자, 대통령도 친해”
2021-07-05 19:11 사회

수산업자에게 금품이나 선물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는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 사건을 취재 중인 구자준 기자와 대체 어떤 사건인지 짚어보겠습니다.

Q. 구 기자, 수산업자 김모 씨, 대체 어떤 인물인가요?

수산업체 회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실체는 분명치 않은데요.

지난 2016년에 변호사 사무장을 사칭해 1억 원대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이듬해 12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감옥을 나왔습니다.

출소 이후에는 배 위에서 얼린 오징어 매매사업을 하겠다며 100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끌어 모았는데요.

하지만 이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고 또 다시 사기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Q. 지금 관련해서 나오는 이름들이 많은데, 어쩌다가 이렇게 유명 정치인, 법조인들하고 친해진 거예요?

거미줄 같은 인맥, 그 출발점은 교도소였습니다.

김 씨는 경북 안동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2017년에 전직 언론인 송모 씨를 만나 친분을 쌓은 걸로 전해집니다.

당시 이 언론인은 20대 총선에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선거법을 어겨 구속돼 수감돼 있었는데요.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김 씨가 송 씨를 찾아가 "정치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송 씨가 자신의 변호인이었던 박영수 특별검사, 친분이 있는 정치인인 김무성 전 의원, 주호영 의원 등을 소개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입장문을 발표한 박영수 특검도 "평소 신뢰가 있는 송모 씨의 지인이라고 생각해 방심했다"고도 말했는데요.

이후 김 씨의 인맥은 점점 넓어집니다.

박영수 특검은 이모 부장검사와 이모 변호사를 소개해 줬고 김무성 전 의원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등을, 주호영 의원은 현직 경찰관인 배모 총경 등을 소개해 줬는데요.

이동훈 전 논설위원도 또 다른 야당 의원에게 김 씨를 소개하면서 김 씨의 인맥이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갑니다.

Q. 아까 저희도 전해드렸지만 만나고 나서 다 사진을 찍어놓았더라고요. 증거를 남기는 게 수법인가 보죠?

어떤 목적에서 유력 인사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는지 의도를 확인할 순 없지만요.

평소 김 씨의 행태를 볼 때 인맥 과시용일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김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문재인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고도 주장했다고 하는데요.

지금 보시는 사진이 김 씨가 자신의 집에 진열해 놨던 물건인데 문 대통령의 사진과 편지, 그리고 청와대 마크가 찍힌 선물이었다고 합니다.

A4용지에 컴퓨터로 인쇄된 편지에는 "사업의 성공을 기원한다",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글과 함께

날짜와 대통령의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김 씨는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일하면서 친분이 생겼다고 이야기해온 걸로 전해집니다.

Q. 대통령 부분은 이게 진짜인지 박수현 홍보수석이 잠시 후 스튜디오에 출연하니까 물어보려고 하는데요. 수산업자 김모 씨는 그래서 이들과 찍은 사진, 친분 이걸 이용해서 사기를 친 건가요?

일단 김 씨의 주장, 신빙성이 떨어져 보입니다.

김 씨 주장대로라면 2017년 초에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활동했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김 씨는 2017년 12월까지 교도소에 사기죄로 수감 중이었죠.

개인적 친분을 담은 편지가 자필이 아닌 인쇄 형식이고, 인쇄물 형식이나 내용도 청와대 서식과는 달리 조잡해 보입니다.

수산업자가 이런 사진들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걸로 보입니다.

Q. 김 씨가 이렇게 유력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내온 건 어떻게 꼬리가 잡힌 건가요?

김 씨의 선물 배송 업무를 맡았던 직원은 선물을 배달 한 뒤 사진으로 찍어 늘 김 씨에게 보고했습니다.

택배로 보낼 때는 송장을, 직접 배달했을 때는 문 앞에 선물이 놓인 모습을 찍어 보냈는데요.

경찰이 직원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이들 사진이 나왔고, 김 씨가 문자 메시지 등으로 선물 배달을 지시한
내용까지 확보된 겁니다.

Q. 앞으로 이게 정관계 로비 이런 형태로 확산할 수도 있는 건가요?

선물 등 금품을 받은 정계나 법조계 인사가 김 씨 뒤를 봐주거나 편의 특혜를 제공한 정황은 현재로서 드러난게 없습니다.

오히려 김무성 전 의원의 가족과 김 씨 인맥의 시발점이었던 전 언론인 송모 씨는 수산업자의 100억 원대 사기행각에 피해를 본 걸로 알려져있는데요. 

경찰이 확보한 선물 대상자 27명 중에는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자와 아닌 사람이 혼재돼 있고, 선물 대상자이면서 동시에 사기 피해자도 있는 만큼 추가 수사를 지켜봐야겠습니다.

잘 취재해주시죠. 사회부 구자준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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