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앞에 붙은 추모글인데 사장은 마지막까지 몰린 상황에서도 자신의 원룸 보증금을 빼서 직원들 월급을 챙겨주고 떠났다고 합니다.
20년 넘게 자리를 지켰던 주인이 떠나고, 추모의 발길만 이어지고 있는 맥줏집에 김승희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도심의 맥줏집.
자물쇠로 굳게 잠긴 출입문에 추모글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아래엔 국화꽃 한 다발이 놓여있습니다.
지난 7일 밤 가게 지하에서 숨진 채 발견된 맥줏집 주인 박모 씨를 추모하는 꽃입니다.
23년째 이곳을 지켜온 박 씨의 가게는 단골 손님으로 붐비던 곳이었지만, 코로나19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쳤습니다.
[A 씨 / 인근 음식점 주인]
"연말에는 예약 잡기도 힘들 정도로 잘 됐었거든요 진짜로. (최근에는) 손님이 제대로 있는 걸 못 본 것 같아요."
[B 씨 / 인근 음식점 직원]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데, 없어 사람이. 문을 열면 뭐해 닫을 시간이잖아. 여는 시간에 닫아야하는 거야."
쪼그라든 매출로는 직원 월급도 줄 수 없게 되자, 박 씨는 자기가 사는 원룸 보증금을 빼서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박 씨의 절박함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C 씨 / 인근 카페 주인]
"먼저 물어보셨어요. '요즘 어때요?'라고 물었는데 '어 저희 힘들어요. 사장님 힘드시죠?' 그랬더니 '저희는 말을 하기도 어렵죠'(라고 하셨어요)."
박 씨는 퇴사한 직원들도 다시 찾아올 만큼 인심도 좋았습니다.
[이웃 가게 주인]
"나간 애들(직원)이 꼭 인사하러 오고, 와서 같이 밥도 먹는 것 같고. (직원들을) 많이 챙겼던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한 박 씨의 장례는 어제 마무리 됐습니다.
끝을 모르는 고강도 거리두기가 자영업자들을 한계상황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김승희입니다.
영상취재: 임채언
영상편집: 구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