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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보다]‘파운드 쇼크’ 자초…영국발 금융위기 고조
2022-10-02 19:42 국제

[앵커]
여왕이 떠나고 새 왕을 받든 영국 경제는 위깁니다.

물가는 급등하고 자국 통화인 파운드 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잡겠다고 달러를 쥔 미국은 연일 금리를 끌어올리는데, 정작 영국 정부는 세금 낮춰서 돈 풀겠다며 엇박자를 냅니다.

이례적으로 IMF까지 나서서 말리는 상황인데요.

대체 지금 영국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세계를 보다> 이다해 기자입니다.

[기자]
[현장음]
"못 낸다! 안 낸다!"

영국 런던의 지하철 역 앞에 모인 수천 명의 시민들이 전기 요금 청구서를 불태웁니다.

더 이상 살인적인 물가를 견딜 수 없다며 정부 규탄 시위를 벌인 겁니다.

[시위 참가자]
"많은 노동자들은 그동안 버틸만큼 버텼습니다. 에너지 사용료도 낼 수 없고, 음식도 못 만들 정도입니다."

자영업자들은 얼어붙은 경기에 폐업 위기라고 아우성입니다.

[제임스 커터슨 / 주점 운영자]
"상점 70% 이상이 올 겨울 문 닫을 우려가 있는 중대한 상황입니다."

빈곤층 무료 급식소는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최근 영국 가정의 평균 에너지 요금은 지난해 1월 대비 68% 늘었고 빵과 음료 등 식료품 물가는 작년 동기 대비 12.7% 올랐습니다.

시민들은 치솟는 물가에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안간힙니다.

[박진엽 / 영국 20년 거주]
"한국돈으로 치면 100만원은 쉽게 나오고 (하루에) 한 시간 반씩 3번 보일러를 켰다면 요즘에는 2번으로 줄여요."

[김보경 / 영국 유학 5년차]
"부모님으로부터 생활비를 받고는 있어요. 근데 그 생활비 많으로 충당하기 어려워서 개인 과외를 하고 있거든요."

지난 8월 기준 영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9.9%로 주요 7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올초 만해도 1파운드당 1.3달러 대였던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지난 5월 1.2달러대로 떨어진데 이어 최근 1달러에 가까워지면서 20% 가까이 추락했습니다.

결국 지난달 기준 주요국 가운데 달러 대비 통화 가치 낙폭이 가장 큰 국가가 됐습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폭등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의 화폐 가치가 떨어지긴 했지만, 영국은 재정 정책의 엇박자로 특히 더 불안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근 트러스 새 내각이 경기부양을 하겠다며 발표한 450억 파운드, 우리 돈 72조 원 규모의 감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겁니다.

[리즈 트러스 / 신임 영국 총리]
"세금을 낮게 유지하고, 영국에 대한 투자를 장려해 영국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습니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국제통화기금 IMF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고소득자에게 혜택을 주는 감세가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김태기 /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영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높여서 물가를 잡아야 된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서로 엇박자가 나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영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불확실성이 커진 영국 금융시장에 파운드화 투매가 이어지고, 파운드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영국 내 해외 기업들의 손실이 불가피해지면서 파운드화 쇼크는 세계 금융 위기의 핵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채널A 뉴스 이다해입니다.

영상취재: 박찬기 김근목
영상편집: 최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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