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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간다]한 해 300건 불내는 열선…KS 인증 없어
2022-11-15 19:44 사회

[앵커]
비가 오더니 겨울이 성큼 다가왔죠.

눈에 보이진 않지만, 혹한에 수도관 동파사고를 막으려고 열선이 설치된 건물이 많은데요.

값싼 열선이 대형 화재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저희가 취재해보니 이런 열선 관련해서 아예 공인된 인증 제도 자체가 없었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기자]
주차장 천장에서 불꽃이 일더니 순식간에 불길이 번져나갑니다.

불이 난 곳은 산부인과 건물.

산모와 신생아 등 122명이 급히 대피해야 했습니다.

불은 주차장 천장에 설치한 동파방지용 열선에서 시작됐습니다.

수도관 동파를 막으려고 단열재와 열선을 시공했는데, 무자격 업자가 설치한 열선에서 불이 난 겁니다.

이 열선은 인증조차 받지 않은 제품이었습니다.

8개월 전 화재가 난 산부인과 건물에선 불이 시작된 주차장 천장을 보수하는 공사가 한창인데요.

바로 옆 건물 벽면에 남아있는 까만 그을음과 열기에 녹아내린 비닐 천막이 당시 화재 상황을 말해 줍니다.
 
생후 2주 신생아를 데리고 대피했던 엄마는 지금도 불안해 합니다.

[대피 산모]
"수유 중이었는데 도망쳐서 나왔던 거예요. 너무 무서웠어요. 갓난아이기 때문에 진짜로 괜찮은지 아닌지 아기에 대한 걱정도 너무 컸고."

인증받지 않은 열선의 화재 위험을 실험으로 알아봤습니다.

미인증 열선과 해외기관의 인증을 받은 열선에 인위적으로 누전을 일으켰습니다.

미인증 열선은 펑 소리를 내며 터지더니, 열선을 감싼 피복재와 단열재, 수도관까지 까맣게 타버렸습니다.

반면 인증 열선은 불이 나자마자 누전 차단기가 내려갑니다.

인증 제품은 열선이 굵고 3중으로 절연 처리돼 있지만, 미인증 제품은 선이 가늘고 절연 처리도 홑겹입니다.

[이진식 / 한국전기안전공사 선임연구원]
"열선을 싸고 있는 단열재까지 불이 옮겨붙게 됩니다. 전선의 열선을 따라서 화재가 계속 이어져 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전기설비규정에는 KS 표준에 적합한 제품을 쓰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동파방지용 열선은 KS 인증 절차도, 시험기관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시중에는 미인증 열선이거나, 해외에서 인증받은 열선만 유통되고 있습니다.

미인증 열선의 가격은 인증 열선의 25% 수준.

시공업자나 건물주는 위험을 알면서도 값싼 미인증 제품을 찾습니다.

[○○제조사 관계자]
"(외국 인증 제품이라도 쓰면 되는 거예요?)
좀 싼 거 주세요,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한 번 시공하면 점검도 쉽지 않습니다.

전문가와 건물 지하주차장 급수시설에 설치한 열선을 살펴봤습니다.

단열재에 가려져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진식 / 한국전기안전공사 선임연구원]
"전선을 설치하면 들춰보지 않습니다. 사고나 아니면 발열이 안되는 이상이 있을 때까지 놔두는데…."

지난 5년간 발생한 동파방지 열선 화재는 약 1600건.

매년 3백 건 넘게 발생하는데 겨울철인 12월부터 3월 사이에 집중돼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60명 넘는 사상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도 동파방지 열선에서 시작됐습니다.

더 큰 참사가 나기 전에 열선 안전 규정을 대폭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홍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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