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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LIVE]동화작가 된 ‘둘리’ 아빠…만화가 김수정
2020-01-10 11:16 뉴스A 라이브

송찬욱) 남극에서 건너와 스타가 된 펭수, 하지만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남극에서 빙하를 타고 내려온 원조 스타가 있습니다. 요리보고 저리 봐도 알 수 없는 바로 둘리죠. 오늘 이 시간 둘리의 아버지 만화가 김수정 씨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김수정) 안녕하십니까.

송찬욱) 둘리 하면 이 배경음악, 저는 이 노래만 들으면 자꾸 동심에 빠져들어요. 이 노래가 사실 엄청 인기 많잖아요, 지금도요.

김수정) 그렇죠.

송찬욱) 정말 그런데 오랜만에 좀 뵙는 것 같아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김수정) 저는 아무래도 작가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작품 구상하고 그다음에 또 그림에 대해서 이렇게 연구해보고 이런 식의 생활을 계속해왔었어요. 그러니까 단지 대중들에게 나타나지 못했을 뿐이지 뒤에서 늘 고민하고 했었습니다.

송찬욱) 그렇군요. 우리 만화가 김수정 선생님이 최근에 만화가 아닌 동화를 썼다고 해요. 깜짝 놀랐는데 어떤 동화를 쓰신 거죠?

김수정) 동화를 생뚱맞게 만화가가 갑자기 동화를 썼다 해서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처음부터 동화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이제 제가 어린 딸이 하나 있었어요. 그 딸과 함께 캐나다에서 생활을 하면서 딸이 보고 느끼는 이런 감정들, 어린 나이 대 그것을 기록을 했었거든요. 기록을 했는데 이것을 좀 나중에 잊어버리기 전에 걸러서 좀 남겨야 되겠다 하고 생각한 게 동화가 됐어요.

송찬욱) 그렇군요. 근데 그 동화 첫 페이지 보면 딱 '딸에게 아빠가' 이렇게 쓰여있더라고요.

김수정) 그것이 꼭 저희 딸만 이야기한 게 아니고 이 세상의 아버지들이 딸에게 주는 어떤 그런 이야기. 이런 맥락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실은 이제 아버지이지만 딸이라든가 우리 애들에 대해서 사실 속속들이 잘 모르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느껴질 수 있다면 그것도 좀 보람된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송찬욱) 방금 얘기하신 것처럼 늦둥이 따님의 아버지이기도 하지만 온 국민이 사실 알고 있는 거는 둘리의 아빠잖아요. 둘리가 지금 탄생한 지 얼마나 됐죠?

김수정) 저도 사실은 둘리가 이렇게 태어난 지가 잊고 있었거든요.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느 날 누군가가 둘리가 나온 지 37년 됐던데요 하는 바람에 저도 사실 깜짝 놀랐어요. 벌써 둘리가 이렇게 됐나 그러면 그만큼 저도 늙었다는 소린데 사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송찬욱) 둘리, 정말 귀여운 캐릭터인데. 원래는 둘리 귀여운 캐릭터 그리기 전에는 성인 만화를 그리셨다고요?

김수정) 둘리가 나오기 전에 실제로 작가들의 생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 전까지 참 궁핍해요. 그래서 그때는 더운밥 찬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성인물도 그리고 이렇게 했었는데 아마 지금 앵커님께서 모르는 만화들도 좀 있을 거예요. 성인물들이.

송찬욱) 그런 성인을 대상으로 한 만화를 그리다가 어떻게 이런 귀여운 둘리라는 캐릭터가 등장을 했는지 이것도 참 궁금하네요.

김수정) 사실 둘리가 나올 쯤만 해도 거의 한국 만화계가, 아니 한국 만화를 보는 사회 인식들이 그렇게 좋지 않았거든요. 실제로 만화라고 그러면 터부시하고 하위문화로서. 어떤 부분에서는 핍박도 참 많이 받았었어요. 그래서 어떤 아이들의 세계를, 아이들이 갖고 있는 동심이 있잖아요. 맑고 그다음에 또 어떤 부분에서는 거침이 없고 이런 부분들을 표현하기가 사실은 좀 어려웠어요. 그래서 동물을 의인화하게 되면 저희가 만화를 내기 전에 심의를 받거든요. 그 심의에서 동물을 의인화했을 때 아이들의 어떤 모습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그려도 완화가 돼졌어요. 그래서 좀 못된 생각으로 동물을 의인화하면서 아이들의 동심의 모습을 좀 적나라하게 표현해보자 해서 이제 시작된 게 좀 특별한 동물을 계속 생각해보니까 1억 년 전까지 올라가 버린 거예요. 그래서 공룡이 나온 거예요.

송찬욱) 그래서 아기공룡이 등장을 한 거군요. 그런데 이제 아까 말씀해주셨지만, 둘리가 어느덧 37년이 됐는데 그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국민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어요. 비결이 뭘까요?

김수정) 아마 유측컨대 둘리가 갖고 있는 가장 어떤 아이다운 모습. 둘리 같은 경우는 가장 우리 한국의 아이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이 된 것 같고. 아마 더불어서 이제 다른 여타 캐릭터들도 그런 아이들의 모습이 가감 없이 표현됐기 때문에 그것이 장수의 비결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송찬욱) 제가 알기로 처음 1983년도에 둘리가 처음 우리 곁으로 등장했을 때 7살 정도 사람의 나이로 치면 그 정도로 알고 있는데 지금 37년이 지났으면 40대 중반이잖아요. 40대 중반의 둘리의 모습은 좀 어떨까 궁금하기도 해서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가 종이와 펜을 준비했는데 한번 그려봐 주실 수 있으실까요?

김수정) 그러니까 37년 후의 둘리인가요?

송찬욱) 지금의 둘리죠. 2020년의 둘리입니다.

김수정) 알겠습니다.
송찬욱) 역시 익숙하셔서 그런지 금방 이렇게 또 그림을 그리시네요.

김수정) 근데 이제 저희가 늘 그려오던 종이보다도 사이즈가 워낙 커가지고 그리는데 굉장히 무슨 과거시험 보는 느낌이 듭니다.

송찬욱) 둘리 몇 번째 정도 그려봤다고 봐야 될까요?

김수정) 전 국민에게 둘리 사인을 한 장씩 드리지 않았나 이런 생각까지도 했었는데 모르겠습니다. 아마 수도 없이 그렸을 것 같습니다.

송찬욱) 그렇겠죠?

김수정) 다 그렸어요.

송찬욱) 벌써 다 그리셨네요. 시청자 여러분한테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40대 중반이어야 될 둘리가 37년 전하고 똑같은데요?

김수정) 둘리는 늙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마찬가지로 늙는 건 싫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더 어려지는 이런 아마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송찬욱) 그렇군요. 오히려 둘리와 함께 큰 사람들은 늙었지만 둘리를 보면서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김수정) 그렇죠. 그래서 아마 길동 씨도 영원히 한국의 아버지로서 그 모습이 있듯이 둘리도 아마 우리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 계속 살아서 갔으면 제 개인적 바람이기도 합니다.

송찬욱) 그렇군요. 이제 아기공룡 둘리에는 정말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데 둘리를 제외하고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또 누가 있을까요?

김수정) 아무래도 제가 성인이다 보니까 일단은 고길동 씨에 대해서 좀 같은 어떤 동병상련의 이런 아픔이 있고. 그다음에 한번 어떤 젊은 친구들이 저한테 그런 것을 질문을 했어요. 만약에 선생님 댁에 둘리 같은 이런 동물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제가 그랬어요, 저는 못 키운다고. 그렇듯이 그거를 갖다가 그렇지만 쫓아내지 않고 거둬서 키우는 고길동 씨가 참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개인적으론 고길동 씨를 존경합니다.

송찬욱)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고길동 씨가 굉장히 착하고 조금 짠한 캐릭터로 재평가받고 있는 건 잘 알고 계시죠?

김수정) 들었습니다.

송찬욱) 누구보다 이 가장의 애환을 잘 안다 이렇게 평가를 받더라고요.

김수정) 한국의 아버지라면 아마 고길동 씨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연민을 다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송찬욱) 처음에 그리실 때 이런 평가받을 거라고 상상하셨어요?

김수정) 그거는 못 했어요. 못했는데 이제 캐릭터를 만들면서 그냥 우리 40대 아버지의 모습을 이제 그려야 되겠다, 그 생각만 했었죠. 그러니까 이렇게까지 이제 40대 우리 아버지들이 위로받을 줄 몰랐어요.

송찬욱) 어쨌든 이렇게 정말 둘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신 건데. 이런 측면으로 또 여쭤보고 싶은 게 우리 김수정 씨 같은 경우는 대한민국의 캐릭터 산업을 발전시켰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선생님이 보시는 이 캐릭터의 힘이라면 뭐라고 설명을 할 수 있을까요?

김수정) 이제 캐릭터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손에 의해서 어쩌면 종이라든지 아니면 디지털에서 토해서 나오는 거잖아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건데.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가 갖고 있는 다양성, 이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에 제가 볼 때는 무엇보다도 캐릭터에서 어떤 인간미를 느껴야 될 것 같아요. 그것이 동물이든 뭐가 되든 상관없이 인간미를 느낀다는 것은 내가 위로를 받고 때에 따라서는 또 어떤 카타르시스가 해소가 되고 이럴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 그것이 캐릭터로 만들어진다면 아마 그것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캐릭터가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송찬욱) 지금까지 동화작가로 돌아온 만화가 김수정 씨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수정)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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