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마음대로 계약하는 것도 문제지만, 안전성 검증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대구시가 구매한 20억원어치 마스크 필터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습니다.
탐사보도팀 박선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4월 대구시는 섬유 관련 기관인 다이텍연구원과 계약을 맺고, 20억원 어치의 마스크와 필터를 공급받았습니다.
거액 거래지만, 비상상황이란 이유로 수의계약이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이 마스크들의 필터에선 유해물질인 디메틸포름아미드, DMF가 검출됐습니다.
[대구시 관계자]
"(아이들에게 나눠주실 수 있어요?) 못 주죠. (임산부나 아이나?)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
[강금수 / 참여연대 사무처장]
"간 기능 등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호흡할 경우에 최소 수십 배에서 많게는 3천 배 이상 호흡기가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의계약 과정에서 검증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광현 / 대구 경실련 사무처장]
"다이텍연구원으로부터만 견적서를 받아서 수의계약을 체결했고… 유착이나 계약 비리라고 의심할만한 정황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시나 업체는 책임을 회피합니다.
[다이텍연구원 경영기획팀장]
"다 외주를 줬어요. 마스크 봉제도요. (그럼 여기서 만든 건 없나?) 만든 건 없죠. 저희는 계약 관련 코디네이터 역할이었죠."
[대구시 관계자]
"공무원이 전문 기술 연구소를 못 믿고 어떻게 일을 합니까? 다이텍연구원이 우리한테 고의적으로 해를 끼친 건 아니잖아요."
결국 20억 혈세를 들여 구입한 마스크들의 핵심 부분인 필터는 국기기술표준원의 예비안전기준에 못미쳐 전량 폐기될 예정입니다.
지난 4월 한 지자체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5억원 상당의 마스크를 공급한 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원래 타일받침대 제조업을 했던 이 업체는 마스크 계약 체결 전 사업자등록증에 마스크 제조 유통업을 추가했습니다.
계약서 상의 사무실은 이미 폐쇄된 상태였습니다.
[인근 업체 관계자]
"저기 오래 안 있었어요. 4개월? 3개월 정도만 하고 나갔어요."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업체들은,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치고 빠지기식'으로 마스크를 취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지자체들의 마스크 수의계약 실태를 전수 조사하자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황보승희 / 국민의힘 의원]
"정상적인 마스크를 취급하는 업체인지, 개인적인 지인 관계가 없는지, 행정안전부에서 대대적으로 감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또 마스크 품귀 사태가 어느정도 해소된 만큼, 중앙정부 차원에서 수의계약 남발을 막기 위한 지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널A 뉴스 박선영입니다.
tebah@donga.com
영상취재 : 이민경
영상편집 : 이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