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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현장/탐사리포트 A+]“마시고 토해라” 공포의 신입생 환영회
2013-03-09 00:00 사회

[앵커멘트]
(남)목소리 작다고 혼나고 술 안 마시면 더 혼나고…,
군대나 조폭 얘기가 아닙니다.
요즘 한창인 일부 대학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여)매년 음주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도를 넘은 신입생 환영회 음주 문화.
그 실태를 김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장소자막: 00대학교 학생식당]
서울의 한 유명대학 학생식당.

대형 플라스틱 통 앞에서
학과 점퍼를 입은 학생들이
각목을 이리저리 젓고 있습니다.

통 안에 채워진 건 하얀 막걸리.

그 사이 이 학과 신입생 약 50여 명은
경직된 자세로 자리에 앉습니다.

잠시 뒤 시작된 신입생 환영회.

구호를 연습시키더니
불려나온 신입생들이 자신의 학번과 이름을 외칩니다.

목소리가 작으면 커질 때까지 다시 해야합니다.

신입생: "00 00대, 강철 공대~!".
선배: (다시 하라고, 목소리 그거밖에 못 내?)

이어지는 사발식.

사발에 담긴 막걸리를 남기지 않고 모두 마셔야합니다.

다 삼키지 못할까봐 입을 틀어막기도 하지만
선배들은 조금이라도 남기는 걸 용납하지 않습니다.

[SYNC] 재학생 선배
"야 (술) 버리냐? 그게 네가 신입으로서 할 짓이야? 왜 왔냐 그럼? 제대로 하자."

팔짱 낀 채 군기를 잡던 고학년 선배들은
재밌다는 듯 웃기도 합니다.

화장실에는 술을 토해내는 학생들이 줄을 잇습니다.

(괜찮아요?)
"어우 죽겠네. 지금부터 시작했어요. 3배 더 마셔야 해요. 이런 것 좀 변했으면 좋겠어요."

이런 고통스러운 신입생 환영회는
학교 안에서 한 달 내내 계속됩니다.

[SYNC] 학생식당 관계자
"(막걸리) 사발식이요? 3월달에는 거의 매일 이어져요."

[STAND-UP] 김관 기자
"조금 전까지 학생들이 막걸리 사발식을 벌였던 학생식당입니다. 아직까지도 술 냄새가 진동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양의 술을 마셨을까요. 확인해보겠습니다. 13박스 총 260병인데요, 학생 1명당 5병을 마신 셈입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마시는 걸까.

[인터뷰 : OO대 학생회 관계자]
"술을 마신다기보단 토해낸다는 의미죠. 옛날에 일제 시대 때 잔재를 토해내고 대학생으로서 새로 시작한다 이런 의미로."

학교 측은 이런 상황을 모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00대 본부 직원]
"그걸 일일이 학교에서 파악한다는 게 불가능한 거고요. 어디서 취재를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강제로 술을 먹이고 하진 않거든요. 저희가 알기로는."

학교 앞 술집 주변은 더 가관입니다.

앉은 채 몸을 가누지 못하던 이 남학생은
결국 바닥에 널브러집니다.

(괜찮아요? 이 친구 일행이세요?)
"네, 걔 취했어요?"
(신입생인가요?)
"네"

신촌이나 대학로 등 대학이 밀집한 다른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SYNC]
"야 누구 한 명만 도와줘. 00야 괜찮아? 집에 가야돼!"

응급차에 실리듯 택시에 실려가는 학생도 있습니다.

매년 대학 신입생 환영회 때마다
음주로 인한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8년 동안 공식적인 집계로만 모두 19명의 신입생들이
음주와 관련된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해도 벌써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달 27일, 서울의 한 대학 신입생이
경기도 가평에서 열린 환영회 자리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을 자다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SYNC] 가평경찰서 관계자
"(술 마시다가) 머리가 아프다고 나가서 바람쐬고 안에서 쉬겠다고 했는데 상태가 이상한 거 같아서 119신고해서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한 겁니다."

이 학생은 해당 대학에 4년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상태였습니다.

싫든 좋든 대학 입학과 동시에 시작되는
신입생 환영 술자리.

정말 누구를 위한 환영회인지 의문입니다.

채널A 뉴스 김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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