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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만나다]팬데믹 속 희망은 ‘K팝’…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
2021-10-05 21:44 국제

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에 가까워 ‘코로나 청정국’으로 불리던 뉴질랜드. 그러나 지난 8월 중순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를 만난 날은 확진자가 발생해 뉴질랜드에 봉쇄령이 내려진 날이었습니다.

2달 가까이 흐른 오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각종 봉쇄 정책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저신다 총리는 “코로나를 제로화하는 건 어렵고 규제로도 그 수치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면서 “백신이 방역 방법을 바꿀 수 있다”며 위드 코로나로 한 발 나아갈 것을 명시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직접 만나 체험하고 즐기는 기회는 많이 줄었습니다. 한국 생활 4년차 터너 대사는 그런 의미에서일지, 가장 좋아하는 한국어로 바로 ‘사람’을 꼽았습니다. 늘 그리운 사람과 사람간의 ‘정’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요. 뉴질랜드 사회 속에서는 여전히 K팝과 한국 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다음은 대사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했습니다.

Q. 뉴질랜드는 코로나 초기 봉쇄령으로 확진자를 ‘0명’으로 줄이고, 호주와 트레블 버블을 시도하는 등 코로나 정책을 잘 시행해왔습니다. 그래도 백신 접종을 통해 기대하는 바도 있다면서요?

A. 네, 델타 변이로 인해 다시 뉴질랜드도 신규 확진자가 늘었습니다. 그래도 뉴질랜드는 앞으로 팬데믹 상황에서 완전히 교류가 막히지 않도록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시행될 시범 프로그램을 발표했죠. 백신 접종 여행자가 자가 격리를 하지 않는 방안을 두고 논의 중인데요. 또 내년 초부터는 여행 경로를 코로나 상황 등을 반영해 저위험, 중간위험, 고위험 지역 세 가지로 나누어 저위험 지역에서 오는 백신 접종 여행객은 격리 없이 뉴질랜드로 오갈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다만 관련 검사와 조건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사실 팬데믹으로 직접 오갈 수 있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한국과 뉴질랜드의 교류가 예전만큼 활발할까, 이런 고민을 했어요.

A. 팬데믹 때문에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 우울하고 어두운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한국과 뉴질랜드는 재밌고 매혹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바로 K팝, 한류 때문인데요. 특히 K팝은 뉴질랜드를 비롯해 전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한 TV 프로그램 제작사에서는 K팝을 배우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K팝 스타가 되려는 뉴질랜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기도 했죠. 이미 팬데믹 이전부터 뉴질랜드에선 K팝이 인기를 끌었어요. 2019년에 경상남도 창원에서 K팝 월드 페스티벌이 열렸는데 84개국 6400개 팀이 참가해 역대 최고 경쟁률 490 대 1을 기록했는데 뉴질랜드 팀이 예선을 통과해서 한국에서 공연도 한 적 있습니다. 오클랜드 출신 뉴질랜드 팀이었는데 안타깝게 최종에서는 떨어졌어요.

Q. 지난 8월, 뉴질랜드로 출장을 다녀오시면서 또 한 번 한류를 느끼셨다면서요?

A. 뉴질랜드에서 불고기, 비빔밥, 한국식 바비큐 등 한국 음식은 인기가 많습니다. 지난 8월 초 오클랜드에서 한국 관련 축제가 크게 열렸는데 한복을 입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김치를 먹고 K팝을 듣는, 한국 문화를 몸소 체험하고 즐기는 일들이 있었죠. 반대로 한국에서는 최근 뉴질랜드 와인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팬데믹 때문에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일이 늘고 있는데 그 영향인 듯도 싶고요. 한국에서 뉴질랜드 와인은 전년 대비 200퍼센트나 소비되고 있어요.

Q. 사실 뉴질랜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소수자를 위한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건데요. 성소수자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왔나요.

A. 뉴질랜드 국회만 해도 현재 국회의원 중 10%에 달하는 12명이 성소수자이고, 부총리도 저처럼 동성애자입니다. 그러나 제가 동성애자로 성장할 당시만 해도 성소수자 문제는 다루기 쉬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불법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뉴질랜드가 1993년 인권법(차별금지법)을 만든 건 우리에게 중요한 이정표였습니다. 인종, 성별, 장애 등 모든 종류의 차별을 없애거나 금지함으로써, 다양한 소수집단이 더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해당 법 제정 후에는 성소수자 공동체를 위한 법 제정도 뒤따랐죠. 2004년에는 동성 간의 시민결합을 허용했고 약 10년 후에는 동성 커플들 간의 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매우 논란이 많았던 법안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사회는 진화했고, 사람들은 성소수자에 대해 친숙해졌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동성애가 사회나 가정에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가치를 강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Q. 이러한 가치가 기반 돼 뉴질랜드에선 군에서도 성소수자, 트렌스젠더를 받아들이고 있다면서요?

A. 한국에서도 이 문제에 관심 많은 걸 알고 있습니다. 사실 뉴질랜드에서도 가장 먼저 커밍아웃한 트렌스젠더 군인은 2010년에 나왔어요. 고 변희수 하사처럼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분인데 당시 뉴질랜드에서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랐습니다. 군에서도 어떤 정책이나 가이드라인이 있지 않았고요. 그래서 결국 지침이 나왔고 2014년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기구로부터 전 세계 군대 중 가장 성 소수자에 가장 포용적인 군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인정받았습니다. 특히 (뉴질랜드) 군대와 관련해 흥미로운 것은, 뉴질랜드 군대의 수장들이 군대 내에서 개개인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더욱 폭넓게 인정해 뉴질랜드 군의 준비태세를 효율적으로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즉, 다양성을 독려하는 것이 군인 본연의 업무를 더욱 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Q. 언제쯤 다시 해외여행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역시 뉴질랜드 하면 소와 양을 키우는 평화로운 목장의 모습이 그려지고는 합니다. 한 때 뉴질랜드 인구수보다 동물이 더 많다는 뉴스도 본 거 같고요. 그런데 이런 동물들 때문에 기후변화 문제에 더 앞장서고 있다면서요?

A. 펜데믹으로 잊고 있었지만 지구의 직면 과제는 바로 기후 변화입니다. 저신다 총리는 기후 변화를 우리 시대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자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도 표현했죠. 현재 뉴질랜드는 힘든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천혜의 자연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1인당 꽤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1인당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0.17% 정도 더 높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십 년 동안 자연 성장 등 결과로 배출량은 상당히 증가해 왔습니다. 특히 유기물에서 발생되는 메탄, 즉 동물로부터 나오는 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소와 양이 많은 뉴질랜드로서는 큰 문제입니다. 지난해 12월, 뉴질랜드는 ‘기후변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2050년까지 탄소 제로를 달성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한국 정부도 비슷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탄소제로’로 가기 위한 과정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2030년까지 100% 재생 가능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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