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오늘만 같으면 좋겠네요.”
4일 오후 8시에 찾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약 한 달 후인 2월 9일 이 시간 2018 평창 올림픽 개회식이 시작되는 이곳에서는 개회식 공연 연습이 한창이었다.
혹한을 예상한 기자 일행은 온몸을 꽁꽁 싸매고 갔다. 하지만 이날 올림픽 스타디움 주변의 공기는 뜻밖에 온화하게 느껴졌다. 온도계는 영하 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같은 시각 풍속은 초속 0.6m였다. 동행한 평창올림픽조직위 관계자는 “운이 좋다. 아주 드물게 이런 날씨가 있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날에도 딱 이 정도만 된다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상을 기대하면서 최악에 대비하라고 했던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날씨다. 한국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인 평창의 날씨는 특히 변덕스럽다. 이날 오전 8시 현재 대관령 지역의 수은주는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추위와의 전쟁’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이 지붕이 없는 개방형 스타디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평창 조직위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이 개막하는 2월 9일 오후 8시 평창지역 기온은 영하 7.7도로 예상된다. 체감온도는 영하 14도까지 내려간다.
지난 10년간의 통계를 봐도 평창 지역의 2월 평균기온은 영하 4.5도다. 2008년에는 최저 14.8도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3만50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다. 이에 앞서 개막 공연은 두 시간 전인 6시부터 펼쳐진다. 입장과 퇴장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내 공간 이용이 어려운 일반 관중은 6시간 내외를 꼼짝없이 평창의 혹한에 노출될 거란 얘기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리 잘 준비한다면 혹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평창 날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정식 회의에서 의제가 된 적도 없다. “눈과 얼음과 추위가 없다면 겨울올림픽을 열 이유도 없다”고 말한 IOC 관계자도 있다.
○ 제공되는 방한 제품만으로는 추워요
평창 올림픽과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개회식을 치른 곳은 1994년 노르웨이에서 열린 릴레함메르 대회다. 평창과 똑같이 지붕이 없는 개방형 스타디움에 3만5000명의 관중이 모였다. 당시 릴레함메르 대회 조직위는 관중에게 판초 우의와 방석, 커피 등 3종류의 용품을 지급했다. 평창 조직위는 3만 명이 넘는 관중 전원에게 일반 우의, 무릎담요, 핫팩 방석, 손발 핫팩 등의 방한용품 5종 세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 평창의 칼바람을 막을 수 있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투명 방풍막을 설치하고, 난방쉼터 27개와 난방기 40대를 설치한다.
하지만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고 했듯 ‘혹한’이란 불청객에 맞서려면 스스로 잘 무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개회식뿐 아니라 이후 실외에서 열리는 스키, 스노보드 등 올림픽 경기를 관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올림픽 개막 100일을 앞두고 이곳에서 열린 ‘드림콘서트’ 때 6명이 저체온증 증세를 보였다. 오후 8시 온도는 영상 3.4도였지만 강풍 때문에 관중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훨씬 낮았다. 조직위 관계자는 “몇몇 관람객이 가을 옷차림으로 왔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개·폐회식에 참석할 국내 정·관계 및 재계 인사들의 경우도 평소와 다른 드레스 코드가 요청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머리, 손, 발이 특히 소중
예상치 못한 혹한에 맞서 가장 신경 써서 보호해야 할 신체 부위는 머리와 손, 그리고 발이다. 이 세 부분만 잘 감싸줘도 체감온도를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노스페이스 홍보를 담당하는 프래드컴 최선영 부장은 “보온성 및 활동성이 뛰어난 니트 소재의 모자와 목도리, 장갑을 착용해 찬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눈비에 대비해 방수 및 발수 기능이 적용된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릎 아래까지 덮을 수 있는 긴 기장의 롱다운 제품은 올겨울 트렌드 상품으로 정장이나 캐주얼 룩에도 착용할 수 있어 추천할 만하다. 특히 원단 안쪽에 필름이 붙어 있는 이중 소재를 선택하면 방수와 방풍이 된다.
비교적 온화한 날씨에도 기자 일행이 금세 추위를 느꼈던 대표적인 부위는 발이었다. 기자는 두툼한 등산 양말에 등산화를 신고 있었지만 한 시간가량 지나자 발 부위에 쓰라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른 일행들도 모두 다른 부위보다는 손과 발 부위의 추위를 호소했다. 방수 처리가 제대로 된 방한부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난해 12월 본보 취재진이 찾은 릴레함메르 크로스컨트리 월드컵 대회 현장을 가득 메운 노르웨이 스키 팬 대다수는 스키점퍼에 스키바지 차림이었으며 보온을 위해 신발과 바지 경계에 발목 토시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 구두, 면바지는 집에 두고 오세요
구두나 일반 운동화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천 소재의 운동화는 눈비에 쉽게 젖을 수 있고, 발목이 낮은 신발 역시 쌓여 있는 눈이 들어오기 쉽다. 휠라코리아 상품기획 장병두 팀장은 “구스다운 충전재를 사용한 경량 부츠 또는 끈이 없는 슬립온 제품을 추천한다. 보온성이 뛰어나고 장시간 착용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눈비에 잘 미끄러지지 않는 밑창 소재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라고 조언했다.
한번 젖으면 마르지 않는 청바지, 면바지 등은 보온성 및 방풍성이 떨어져 꼭 피해야 한다. 꽉 끼는 청바지 등은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와이드앵글 마케팅팀 김현희 과장은 “발열 기능이 있는 기모 소재 안감을 지닌 바지는 보온력이 높다. 스트레치 소재 제품은 활동성을 높이고 편안한 착용감을 준다”고 말했다.
평창의 추위를 몇 해 동안 경험한 조직위 관계자는 “기온보다는 바람이 관건이다. 강풍이 불면 추위가 서너 배가 된다. 두꺼운 옷을 한두 벌 입기보다는 여러 벌의 옷을 겹쳐 입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조직위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8종류의 올림픽 기간 유니폼 가운데는 스키재킷, 스키바지, 방한화 등도 포함됐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자기 사이즈보다 큰 제품을 받으려고 하는 직원이 많다. 그래야 겉옷 안에 여러 벌의 옷을 껴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플랜B’는 없다
추위와 함께 적설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감당하기 힘든 큰눈이 오면 개회식을 야외에서 여는 게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0년에는 하루에 60cm 가까운 눈이 내린 적도 있다. 평창 조직위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플랜B’로 정해 두긴 했다.
하지만 개회식을 실내로 옮겨 치를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진 등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개회식은 무조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연다고 봐야 한다. 조직위가 최선을 다해 방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관중 스스로도 잘 준비를 해 오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평창을 제대로 즐기려면 유비무환의 자세가 정답이다.
평창=이헌재 uni@donga.com / 김종석 기자
4일 오후 8시에 찾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약 한 달 후인 2월 9일 이 시간 2018 평창 올림픽 개회식이 시작되는 이곳에서는 개회식 공연 연습이 한창이었다.
혹한을 예상한 기자 일행은 온몸을 꽁꽁 싸매고 갔다. 하지만 이날 올림픽 스타디움 주변의 공기는 뜻밖에 온화하게 느껴졌다. 온도계는 영하 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같은 시각 풍속은 초속 0.6m였다. 동행한 평창올림픽조직위 관계자는 “운이 좋다. 아주 드물게 이런 날씨가 있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날에도 딱 이 정도만 된다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상을 기대하면서 최악에 대비하라고 했던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날씨다. 한국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인 평창의 날씨는 특히 변덕스럽다. 이날 오전 8시 현재 대관령 지역의 수은주는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추위와의 전쟁’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이 지붕이 없는 개방형 스타디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평창 조직위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이 개막하는 2월 9일 오후 8시 평창지역 기온은 영하 7.7도로 예상된다. 체감온도는 영하 14도까지 내려간다.
지난 10년간의 통계를 봐도 평창 지역의 2월 평균기온은 영하 4.5도다. 2008년에는 최저 14.8도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3만50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다. 이에 앞서 개막 공연은 두 시간 전인 6시부터 펼쳐진다. 입장과 퇴장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내 공간 이용이 어려운 일반 관중은 6시간 내외를 꼼짝없이 평창의 혹한에 노출될 거란 얘기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리 잘 준비한다면 혹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평창 날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정식 회의에서 의제가 된 적도 없다. “눈과 얼음과 추위가 없다면 겨울올림픽을 열 이유도 없다”고 말한 IOC 관계자도 있다.
○ 제공되는 방한 제품만으로는 추워요
평창 올림픽과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개회식을 치른 곳은 1994년 노르웨이에서 열린 릴레함메르 대회다. 평창과 똑같이 지붕이 없는 개방형 스타디움에 3만5000명의 관중이 모였다. 당시 릴레함메르 대회 조직위는 관중에게 판초 우의와 방석, 커피 등 3종류의 용품을 지급했다. 평창 조직위는 3만 명이 넘는 관중 전원에게 일반 우의, 무릎담요, 핫팩 방석, 손발 핫팩 등의 방한용품 5종 세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 평창의 칼바람을 막을 수 있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투명 방풍막을 설치하고, 난방쉼터 27개와 난방기 40대를 설치한다.
하지만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고 했듯 ‘혹한’이란 불청객에 맞서려면 스스로 잘 무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개회식뿐 아니라 이후 실외에서 열리는 스키, 스노보드 등 올림픽 경기를 관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올림픽 개막 100일을 앞두고 이곳에서 열린 ‘드림콘서트’ 때 6명이 저체온증 증세를 보였다. 오후 8시 온도는 영상 3.4도였지만 강풍 때문에 관중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훨씬 낮았다. 조직위 관계자는 “몇몇 관람객이 가을 옷차림으로 왔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개·폐회식에 참석할 국내 정·관계 및 재계 인사들의 경우도 평소와 다른 드레스 코드가 요청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 머리, 손, 발이 특히 소중
예상치 못한 혹한에 맞서 가장 신경 써서 보호해야 할 신체 부위는 머리와 손, 그리고 발이다. 이 세 부분만 잘 감싸줘도 체감온도를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노스페이스 홍보를 담당하는 프래드컴 최선영 부장은 “보온성 및 활동성이 뛰어난 니트 소재의 모자와 목도리, 장갑을 착용해 찬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눈비에 대비해 방수 및 발수 기능이 적용된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릎 아래까지 덮을 수 있는 긴 기장의 롱다운 제품은 올겨울 트렌드 상품으로 정장이나 캐주얼 룩에도 착용할 수 있어 추천할 만하다. 특히 원단 안쪽에 필름이 붙어 있는 이중 소재를 선택하면 방수와 방풍이 된다.
비교적 온화한 날씨에도 기자 일행이 금세 추위를 느꼈던 대표적인 부위는 발이었다. 기자는 두툼한 등산 양말에 등산화를 신고 있었지만 한 시간가량 지나자 발 부위에 쓰라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른 일행들도 모두 다른 부위보다는 손과 발 부위의 추위를 호소했다. 방수 처리가 제대로 된 방한부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난해 12월 본보 취재진이 찾은 릴레함메르 크로스컨트리 월드컵 대회 현장을 가득 메운 노르웨이 스키 팬 대다수는 스키점퍼에 스키바지 차림이었으며 보온을 위해 신발과 바지 경계에 발목 토시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 구두, 면바지는 집에 두고 오세요
구두나 일반 운동화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천 소재의 운동화는 눈비에 쉽게 젖을 수 있고, 발목이 낮은 신발 역시 쌓여 있는 눈이 들어오기 쉽다. 휠라코리아 상품기획 장병두 팀장은 “구스다운 충전재를 사용한 경량 부츠 또는 끈이 없는 슬립온 제품을 추천한다. 보온성이 뛰어나고 장시간 착용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눈비에 잘 미끄러지지 않는 밑창 소재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라고 조언했다.
한번 젖으면 마르지 않는 청바지, 면바지 등은 보온성 및 방풍성이 떨어져 꼭 피해야 한다. 꽉 끼는 청바지 등은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와이드앵글 마케팅팀 김현희 과장은 “발열 기능이 있는 기모 소재 안감을 지닌 바지는 보온력이 높다. 스트레치 소재 제품은 활동성을 높이고 편안한 착용감을 준다”고 말했다.
평창의 추위를 몇 해 동안 경험한 조직위 관계자는 “기온보다는 바람이 관건이다. 강풍이 불면 추위가 서너 배가 된다. 두꺼운 옷을 한두 벌 입기보다는 여러 벌의 옷을 겹쳐 입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조직위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8종류의 올림픽 기간 유니폼 가운데는 스키재킷, 스키바지, 방한화 등도 포함됐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자기 사이즈보다 큰 제품을 받으려고 하는 직원이 많다. 그래야 겉옷 안에 여러 벌의 옷을 껴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 ‘플랜B’는 없다
추위와 함께 적설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감당하기 힘든 큰눈이 오면 개회식을 야외에서 여는 게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0년에는 하루에 60cm 가까운 눈이 내린 적도 있다. 평창 조직위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플랜B’로 정해 두긴 했다.
하지만 개회식을 실내로 옮겨 치를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진 등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개회식은 무조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연다고 봐야 한다. 조직위가 최선을 다해 방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관중 스스로도 잘 준비를 해 오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평창을 제대로 즐기려면 유비무환의 자세가 정답이다.
평창=이헌재 uni@donga.com / 김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