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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앵과 뉴스터디]북한 접선한 ‘창원 간첩단’, “들키면 USB 삼켜라” 왜?
2023-04-01 15:01 사회

▶계속 터지는 ‘간첩 수사’ 뉴스, 무슨 일?

안녕하세요,
<동앵과 뉴스터디>
동정민 앵커입니다.

이 시대에 무슨 간첩이냐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텐데
이상하게 요즘 계속
간첩 뉴스들이 나옵니다.

최근 검찰이
‘창원 간첩단’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국정원이 무려 6년 동안
쫓아다녀서 내놓은
수사 결과라는데요.

그래서 ‘창원 간첩단’
4명을 무슨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지
공소장 내용을 다 읽어봤습니다.

기가 막힙니다.
안쓰럽기도 하고,
또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작년 11월,
그러니까 불과 5개월 전까지
있었던 일입니다.

과연 지금 이 시각
대한민국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함께 공부해 볼까요?


▶북한 문화교류국과 남한 자통민중전위

여러분, 일단 머릿속에
구조를 한번 그려보겠습니다.

북한에 문화교류국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여기서 남한의
자통민중전위라는 비밀단체에
지령을 보냅니다.

그러면 자통민중전위는
그 지령에 맞춰서 행동하고
보고문을 북한에 보냅니다.

이 구조가 머릿속에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북한 문화교류국은
대체 어떤 단체냐?

북한 조선노동당에
우리로 치면 통일부처럼
남한 관련된 일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라는 곳이 있습니다.
문화교류국은 그 산하 기구예요.

남한에 공작을 벌이는
일을 담당하는 기구입니다.

북한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기구라고 합니다.

1946년 해방 직후부터
서울 공작위원회라는 단체가 있었고,
그때부터 남한에서 공작 벌이는
일을 해온 단체가 쭉 이어져서
지금 북한 문화교류국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는 겁니다.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죠.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는 것.

대한민국 체제 전복을 위해서
두 가지 일을 합니다.

첫 번째, 간첩을 내려보냅니다.
이건 북에서 간첩을
남한에 내려보내는 거예요.

두 번째, 남한에 지하당을
구축하는 겁니다.
자통민중전위가 지하당입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지금 검찰‧국정원이
수사하고 있는 간첩들은
북한이 내려보낸
사람들이 아닙니다.

북한이 지령을 줘서
남한 내에서 자생적으로
흔히 말하는 간첩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들의 대남 공작 활동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
우리나라 남한의 내부의
국가 기밀을 빼내는 것.

두 번째는
북한의 김일성 주의에
동조가 될 수 있도록
선전‧홍보하는 것.

그리고 세 번째,
요인을 암살하거나 테러하는 것.

이게 대남 공작 활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이들의 지령을 받는
자통민중전위라는 곳은 무엇이냐?

검찰 수사에 따르면 범죄 조직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이런 일을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느냐?

작년 9월,
지금으로부터 불과 6개월 전
자통민중전위 신규 임원
가입식을 할 때 맞춰서
북한이 지령을 내려보냅니다.

이런 일을 너희가 해야 한다고
지령을 내려보낸 내용입니다.

‘연방통일국가를 수립해서
민족의 숙원인 조국 통일 과업을
완수하는 일을 해야 한다’

연방통일국가,
북한으로 통일하자는 거죠.

‘영생불멸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따르고.
조직에 철저히 복종하고
조직의 보위를 목숨으로
사수해야 한다’

이런 강령을 지난해 9월
내려보냅니다.

검찰 수사가 맞다면
참 기가 막히지 않습니까?

자통민중전위란 단체는
2012년 경남에서
북한 관련 운동을 하던 쪽에서
자생적으로 태어났습니다.

2015년 5.18민족통일학교가
전남 담양에 세워지는데,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통일 운동하는 단체 밑에
자통민중전위가 비밀조직처럼
구성됐다는 게 검찰‧국정원의
수사 내용입니다.

여기를 기반으로 해서
지하조직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는 겁니다.


▶기소된 ‘창원 간첩단’ 4명은 누구?

그러면 재판에 넘겨진
‘창원 간첩단’ 4명은
어떤 인물들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다 남한 자통민중전위
비밀 조직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황 모 씨가
흔히 말하는 대장,
총책입니다.

북한에서
지령문을 내려보낼 때
모두 암호처럼 얘기하고,
사람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닉네임을 쓰는데,
다른 사람은 다 알파벳이에요.
그런데 이 사람에 대해서만
‘이사장’이라는 호칭을 씁니다.
총책이니까 대우를 해줬던 걸까요?

황 이사장은
신발제조업체의 대표입니다.
숨어 있어요.
어떤 단체에서도 공식 직함을
갖고 있지 않은 걸로 나옵니다.

두 번째, 정 모 씨는 여성인데
자통민중전위 경남 서부 책임자로
잠시 후 살펴볼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돈 받아오는
역할을 합니다.
북한에서 지령문 내려올 때는
알파벳 E로 불린 사람이에요.

그다음 알파벳 C로 불린
성 모 씨는 사실상 2인자입니다.
경남 동부 책임자이기도 하고,
황 이사장이 건강이 안 좋으면
이 사람이 이사장 역할을 맡습니다.
북한과 직접 지령을 받고
직접 보고문을 보내는
연락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김 모 씨는
암호명 B로 불리는데,
5.18민족통일학교에서
간부 직함도 갖고 있습니다
자통민중전위가 주로
경남에서 활동을 하는데
김 모 씨가 이 조직을
전국으로 퍼뜨리는 역할입니다.
본류 아래 파생 조직들의
이사장 역할을 담당하는
전국 조직 담당이에요.

이들이 왜 핵심이냐?
하는 일도 그렇지만
이들은 다 북한 공작원과
직접 만난 경험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북한 ‘김명성 공작조’를
다 만난 사람들이에요.

4명 다 이렇게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하고 접선을 했고,
황 이사장은 베트남에서도
공작원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김명선 공작조’는
캄보디아 같은 외국에서
이들과 같은 간첩 접선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입니다.

제가 공소장에 나온
5번의 자통민중전위와
북한 공작원들 접선 과정을
다 읽어봤습니다.

그중에서 정 여사와 만났던
2019년 6월 캄보디아 접선 내용을
자세하게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어떻게 접선했는지 보시면,
정말 첩보 영화가 따로 없습니다.

접선하기 전 북한으로부터
이런 지령도 받습니다,
“만약 들키면
USB를 부숴서 삼켜라”



▶첩보영화처럼 북한 공작원 만난 간첩단

아주 극적이었던 접선 과정
지금부터 하나하나
생생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2019년 4월 이야기입니다.

총책 황 이사장과
북한 문화교류국 사이
지령과 보고를 주고받습니다.

어떤 내용을 주고받느냐?
정 여사를 캄보디아에 보내서
북한 공작원과 접선을 시키자는
내용이 오갑니다.

곧바로 황 이사장은
정 여사를 부릅니다.

창원의 한 공원에서
자주 만나요.
일주일에 한 번도 만나고
2주일에 한 번도 만납니다.
눈을 피하기 위해서겠죠.

황 이사장은 정 여사를
공원에서 만나
캄보디아 갈 때까지
계속 지령을 전해줍니다.

오후 5시에 배낭을 메고,
손에 관광 지도를 들고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로 가면
손수건으로 땀을 닦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약속된 번호로
전화를 해라,
이쪽에서 ‘권’이라고 하면
저쪽 북한 공작원은
‘박’이라고 할 것이다.

만약 5시에 접선이 불발되면
1시간 뒤인 6시에 추가 접선을
할 것이라는 등
구체적으로 접선 방법을
다 알려줍니다.

북한 문화교류국과
얘기가 다 된 내용인 거죠.

그러면 만나서 뭘 하느냐?
정 여사에게 주어진 임무는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북한 공작원에게
그동안 자통민중전위가 한
활동을 보고하고

두 번째, 김정은에게 보내는
충성결의문을 작성하고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한데
1만 달러 공작금을
북한으로부터 받아오는
이 세 가지 임무를 하러
캄보디아에 가는 겁니다.

황 이사장이 정 여사에게
계속해서 강조한 건 보안이에요.

이들은 국정원 등이
본인들을 미행할 거라고
계속해서 의심을 합니다.

그러니까 나갈 때
꼭 선글라스 끼고,
옷을 매일매일 바꿔
입으라는 얘기도 하고,
그리고 다닐 때 꼭
미행이 있는지 확인,
사람 이름 얘기하지 말고
은어 호칭으로 얘기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활동 보고’ 내용을
USB에 담아가면서
“들키면 USB를 부숴서 삼켜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강조해
정 여사에게 주지시킵니다.



그리고 이제
정 여사가 캄보디아로 떠납니다.

2019년 6월 27일,
김해공항에서
오후 8시 19분
에어부산 비행기 편으로
출국을 합니다.

출국하기 전 정 여사는
면세점을 들러서
담배 두 보루를 삽니다.

이건 황 이사장이
북한 공작원에게 전달하라고
한 선물이었습니다.

현지 시각 10시 58분
캄보디아 씨엠립 공항에
도착한 정 여사는
다음 날 오후 5시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접선을 하도록 돼 있었습니다.

그날이 밝았습니다.
도착 다음 날 오후 4시 48분
그러니까 접선하기 12분 전에
정 여사가 앙코르와트에
도착합니다.

이제 ‘손수건으로 땀 닦는 사람’을
찾아야 되는 겁니다.

배낭 메고 손에 관광지도 든
정 여사가 땀 닦는 사람을
찾아서 갑니다.

그런데 중국어 하는 사람.
북한 공작원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다른 땀 닦는
사람을 찾습니다.

그러다가 오후 5시 9분,
손수건으로 땀 닦는
사람을 발견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되죠?
약속된 번호로 전화를 합니다.

전화로 “권”이라 했더니
이 남성이 “박”하는 겁니다.
접선이 된 거죠.

‘접선 불가 시 6시 추가 접선’은
이제 할 필요가 없게 된 거예요.

이 남성이 어디론가 가자
정 여사가 쫓아갑니다.
한 10분을 쫓아갔나 봐요.

어느 한 공중화장실 뒤에서
북한 공작원이
휴대전화를 하나 건네줍니다.
그리고 헤어집니다.

그리고 1시간 뒤
그 휴대전화를 가지고
한 카페에서 만납니다.

이때 다른 북한 공작원
1명이 카페 밖 길가
자리에 앉아서
망을 보는 상태에서
정 여사와 북한 공작원이
접선을 합니다.

5분 뒤 이들은
한 아파트먼트 숙소로
같이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1박 2일 지나
다음 날 오전 9시 25분,
정 여사가 나갈 때까지
이 아파트먼트 숙소에서
접선을 합니다.



▶북한 공작원 만난 정 여사… 뭘 주고받았나?

정 여사와 북한 공작원들은
아파트먼트 숙소에서
1박 2일간 무엇을 했을까요?

정 여사에게 주어진 임무
세 가지가 있었죠.

첫 번째,
북한 공작원에게
저통민중전위 활동 보고.
들키면 삼키라고 했던
USB를 전달합니다.

이 USB 안에는
자통민중전위가 활동한
활동 내역, 회의 내역
그다음에 회원 내역,
정회원‧준회원 회원 기준
이런 것들이 다 담겨 있습니다.

북한 공작원들은
1박 2일 동안 정 여사에게
엄청나게 많은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반정부 투쟁
어떻게 하고 있는지,
또 대한민국 동향들도
많이들 물어봅니다.

“너와 함께 일하는 그 3명도
우리가 만난 적이 있다”며
접선 내용도 공개를 합니다.

한마디로
너는 이제 우리의
핵심 일꾼이다
이런 말을 한 거죠.

그러면서 본인들도
정 여사 만났다는
증거를 남겨야 되니
카메라로 사진도 찍습니다.

이런 것도 요구를 했다고 해요
정 여사에게
고향, 학력. 결혼 과정,
키, 몸무게까지
다 써내게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 임무,
정 여사는 김정은 위원장에 보내는
충성결의문도 씁니다.
이거 갖고 이제 공작원들이
북한에 가겠죠.

북한 공작원은 정 여사에게
세 가지 개별 지령을 내립니다.

첫 번째,
국가보안법 위반을 조심해라.
대중적으로 활동하고
조직을 많이 퍼뜨려야 되니까
괜히 국가보안법 위반에
걸리지 말고 조심해라.

두 번째,
공개 활동 자제하고
은밀하게 비밀로 움직여라.
네가 들키면 다른 핵심 인력들도
위험하다는 얘기를 합니다.

세 번째,
총회장님에 관한
남한 여론이 어떤지
보고서에 써서 올려달라고 합니다.

북한 공작원들은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안 하고
‘총회장님’이라고 칭합니다.

이걸 많이 물어봤다고 해요.
“남쪽에서는 총회장님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정 여사와 북한 공작원들이
2019년 6월 말에 만난 거잖아요
북한 김정은-미국 트럼프-남한 문재인,
이 삼각관계에서 판문점 회담도 하고
이럴 때입니다.

그러니까 뭔가 지금 이제
김정은 위원장이 남한하고도
뭔가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을 때
그렇기 때문에 이게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정 여사, 이렇게 답을 합니다.
“총회장님(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낫다.
남한에서 리설주‧현송월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특히나 총회장님의 육성이
호감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줬다”

북한 공작원들을
이런 내용들을 다 보고서로 써서
보내달라고 지시합니다.

정 여사에게 주어진
세 번째 임무,
가장 중요한
‘1만 달러 공작금’ 받아오기.

그런데 실제로 북한이
준 건 7천 달러입니다.
우리 돈으로 하면 얼마 안 되죠.
800만 원~900만 원 정도 되는데
어쨌건 이 공작금을 받아옵니다.

북한 공작원들이 돈을 주면서
정 여사에게 영수증을 쓰라고 해요.
정 여사가 “어떻게 쓰냐?” 했더니
이대로 쓰면 된다면서
과거에 김 모 씨가 쓴
영수증을 샘플로 줍니다.

과거에도 이런 식으로
김 모 씨란 사람이
북한 공작원에게 공작금을
받아왔다는 걸로 볼 수도 있죠.

이렇게 해서
1박 2일 뜨거운 밤을 보냅니다.

실제로 황 이사장은
정 여사가 캄보디아로 떠나기 전
“네가 가면 뜨거운 동지애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렇게 1박 2일을 보내고
다음 날 오전 9시 29분,
정 여사는 그 방을 떠납니다.

그리고 이 북한 공작원들은
베란다에서 정 여사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정 여사는 한국으로 돌아와
황 이사장과 다시 만납니다.



▶북한과 창원 간첩단은 무엇을 노렸나?

여러분은 이 과정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저는 이게 궁금했습니다.
북한은 뭘 하려고 한 거고,
남한 간첩단은 뭘 하려고 했을까,
정말 이들은 이렇게 하면
대한민국 체제가 전복될 거라고
믿는 것인가...

이들은 과연 무엇을
하려고 했던 건지
북한이 자통민중전위에 내린
지령 내용은 다음 시간에
이어가 보겠습니다.

복잡한데 궁금한 이슈
댓글로 남겨주시면
제가 시원하게 풀어드리겠습니다.

<동앵과 뉴스터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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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동정민 기자·김정연 작가
연출·편집: 황진선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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