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멧돼지들이 울타리를 뚫고 계속 남하합니다.
현장카메라 강경모 기자입니다.
[리포트]
[강경모 기자]
"야생 멧돼지의 이동을 막기 위해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광역울타리가 쳐져 있는데요.
마을로 들어가는 길엔 보시는 것처럼 울타리가 끊겨 있습니다.
확인해 보니 곳곳에 부실하게 설치된 곳들이 많은데요.
이유가 뭘까요. 현장으로 갑니다."
도로 경계를 따라 설치된 울타리, 이곳 울타리도 한가운데가 뚫려 있습니다.
조금만 힘을 줘도 사람이 빠져나갈 정도로 넓게 벌어집니다.
[강경모 기자]
"다리 위에는 울타리가 설치돼 있는데요. 정작 밑은 뻥 뚫려 있습니다."
취재진이 지방도로 200미터 구간을 확인해 보니 끊겨있는 곳이 10곳이 넘습니다.
마을 진입로나 사유지를 막는다는 민원 탓에 곳곳을 뚫어놨기 때문입니다.
[지자체 관계자]
"저희한테도 민원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거기에 문을 내주든가 위치를 조금 이동해 준다거나 조정을 해 나가더라고요."
[마을 주민]
"산쪽으로 쳐야지 길 따라 쳐선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을회관으로 가는 인도를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다른 곳도 마찬가지.
철조망이 힘없이 흔들리고, 철장 대신 초록색 그물망을 매달은 곳도 있습니다.
울타리 밑으로 야생동물이 땅을 판 흔적도 발견됩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를 차단하겠다며 정부는 2019년부터 경기와 강원 북부에 광역울타리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1단계로 200km 구간에 설치된 울타리는 몇차례 추가 설치로 1800km까지 늘어났습니다.
들어간 예산만 1천억 원이 넘습니다.
1단계 구간을 완성하는데 걸린 기간은 불과 보름.
환경부는 멧돼지 남하를 막기 위해 설치가 시급했다는 입장입니다.
[환경부 관계자]
"전체 노선은 저희가 짭니다. 이게 긴급한 상황이다 보니까 가장 빨리 쳐야 돼요. 시급하게…"
문제는 이후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겁니다.
멧돼지 폐사체를 수색하는 인력들이 울타리 관리 업무도 맡는데, 1천km가 넘는 울타리를 점검하기엔 역부족입니다.
[마을 주민]
"돈만 들여 공사가 왜 이러느냐는 그러는 사람들이 많아요."
지난해 5월 환경부는 광역 울타리로 인한 야생멧돼지 차단 효과가 99.5%에 이른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평가가 무색하게 멧돼지는 울타리를 뚫고 남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이후에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가 영월과 양양에서 연이어 발견됐습니다.
[박선일 / 강원대 수의학과 교수]
"광역울타리가 아니라 (돼지열병) 발생 위험이 높은 농장을 대상으로 해서 주변에 울타리를 강화하는 게 훨씬 더 효과가 높은 것(입니다.)"
[마을 주민]
"혈세 낭비인 것 같아요. 그 돈으로 (엽사들의) 포획 포상금을 높여 주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장 카메라 강경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