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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간다]백두대간 상처내고, 폐장 후엔 ‘나몰라라’
2023-04-12 10:24 사회



경기도 포천에 있는 베어스타운을 비롯해 수도권에 있는 대형 스키장 세 곳이 최근 3년 새 문을 닫았습니다. 기후위기에 제설 등 운영비는 오르는데, 스키장 방문객은 갈수록 줄어 경영난에 맞닥뜨린 겁니다. 스키장이 있던 산은 숲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선례를 살펴봤더니 말문이 막혔습니다.

17년째 방치된 ‘알프스스키장’

알프스스키장은 1984년에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한 때 각종 스키 대회까지 열릴 정도로 대표적인 스키장이었고, 지역 경제에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06년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17년째, 그 상태 그대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스키장이 있는 곳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생태 축입니다. 스키장 부지를 제외한 주변 산림은 모두 백두대간 보호구역입니다.

 알프스스키장 내 숙소(왼쪽), 스키 대여소(오른쪽)


“선배! 멀리 가지 마세요.”

알프스스키장 리조트 내부는 좀비 영화 세트장 같았습니다. 당시 내부 인테리어가 철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는데, 스키 대여료를 알리는 간판이 비스듬히 걸려있고, 스키와 부츠 스키복이 산더미처럼 쌓인 채 먼지에 뒤덮여 있었습니다. 잠시 둘러봤을 뿐인데 먼지 때문에 목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더 문제는 슬로프였습니다. 우거진 잡풀을 헤치고 찾아간 슬로프는 바로 옆, 숲들과 달리 황폐하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생태 전문가와 함께 슬로프를 등반하며 상태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알프스스키장 슬로프 부지


“슬로프를 만들기 위해 자연 지형에 손을 댄 거잖아요. 인공 구조물을 설치해서 물길을 내주는데, 관리가 될 때는 괜찮아요. 그런데 관리를 안 하잖아요? 비 올 때 수로가 막히면서 물이 한쪽으로 모이고, 구조물 옆 토양이 깊이 파이는 거죠. 그러면 주변 나무뿌리가 노출되고 넘어지기도 하죠. 자연 복원을 가로막을 수 있어요.” -이호영 한길숲연구소 소장

슬로프 곳곳에 어른 허리 깊이 정도로 땅이 파여 있었습니다. 물길을 찾지 못한 빗물에 토사가 유출된 겁니다. 땅속에 묻어뒀던 배관이 여기저기 드러나 있고, 리프트는 철거됐지만 리프트를 떠받치던 콘크리트 구조물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스키어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철조망도 그대로입니다. 철조망은 야생동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방해 합니다.

 알프스스키장 현재 모습 전경


현장에서 만난 스키장 관계자는 스키장이 문을 닫은 후 금전적인 문제로 다른 개발 사업도, 복구도 진행이 안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풍력하고 기타 개발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언제부터 할진 모르고요. 계속 움직이고 있어요. 다만 얼마 전에 코로나 왔죠, 그러다보니까 주춤하고 또 금리 올랐죠. 딱 까놓고 얘기해서 돈이 문제인 거 아니에요, 원래 상태로 복구하려면.” - 스키장 관계자

사유지는 고사하고 국유림인 상부 슬로프도 방치되고 있습니다. 산림청 산하 국유림관리소는 “그동안 사업주 측이 여러 이유로 산지 사용 허가 기간을 연장해왔다”며 그동안 관리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말 허가가 만료됐지만, 산지복구의무가 있는 사업주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산림청도 여전히 복구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운영 중이라 손 못 대요”


 오투스키장 전경(왼), 방치된 슬로프(오른)

알프스스키장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내려오면 방치된 스키장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강원도 태백의 오투스키장입니다. 이곳은 지난 겨울에도 문을 열긴했지만, 대부분의 슬로프를 닫고 일부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상부 3개 슬로프는 2011년부터 사용하지 않았지만 철조망도, 조명과 리프트 구조물도 모두 그대로 있습니다.

강원도청은 “산지 복구를 할 거면 스키장 허가가 취소돼야 한다”며 “일부 슬로프를 운영하지 않는다 해서 일부만 취소할 순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슬로프 절반 이상이 수년 간 미운영 상태인데도, 개입할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전문가는 백두대간 생태의 중요성과 공공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스키장 개발 때만 하더라도 우리가 생태계를 열심히 고민할 때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살펴보니 여기가 굉장히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이다, 그럼 이걸 어떻게 자연으로 돌려줄 것인가가 현시점에서의 숙제라 생각합니다. 사업이 끝나고 나면 원상태로 복구하는 게 원칙이거든요. 선진국에서는 그 원칙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고요. 공공에서 어느 정도 개입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호영 한길숲연구소 소장

‘산지복구’는 재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생태 복원은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하고, 복원의 의무는 사업주와 공공, 그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경영난으로 문 닫을 위험에 놓인 스키장들은 더 있습니다. 적극적인 복원 계획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뉴스A의 코너, ‘현장카메라’와 ‘다시간다’에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다시 간다] [현장 카메라]산허리 자른 스키장, 폐업 뒤 ‘나 몰라라’ <뉴스A, 지난 10일> 
[기사 링크 : https://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34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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