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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을 보다]‘남편 니코틴 사망 사건’ 뒤집힌 이유?
2023-07-30 19:40 사회

[앵커]
2년 전, 남편에게 니코틴 원액을 먹여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아내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1·2심 재판에선 징역 30년을 선고했는데 대법원이 최근 그 판단을 뒤집었기 때문인데요.

백승우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Q1. 일단 사건 내용부터 한번 짚어보죠.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사건은 2021년 5월에 발생했습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살던 48살 남성이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데요.

부검 결과 사인은 '급성 니코틴 중독'이었습니다.

범인으로 지목된 건 아내였는데, 평소 전자담배를 피우던 아내가 니코틴 원액을 넣은 음료와 음식을 남편에게 먹였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사건 당일 행적을 보면 남성은 아내가 만든 미숫가루 음료와 흰죽을 먹은 뒤 고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갔고, 다음 날 새벽 귀가한 뒤 아내가 건넨 찬물을 먹고 얼마 안 가 숨졌습니다.

아내가 외도 중인 내연남이 있었고 남편 앞으로 4억 원 사망 보험을 든 정황도 증거로 제시되면서 결국,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Q2. 그런데 1과 2심, 대법원 판단이 다 달랐다고요?

1심 재판부는 아내가 세 차례 니코틴을 먹였다고 보고 징역 30년을 선고했습니다. 

반면 항소심은 음식에 니코틴을 탄 건 입증이 안 됐다며 마지막 찬물만 혐의를 인정한 뒤 형량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아내가 살인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하급심에서 다시 심리하라"며 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이유, 크게 3가지로 추려볼 수 있는데요.

먼저, 2심에서 유죄 증거로 판단한 찬물이 3분의 2가량 남아있었는데 실제로 치사량만큼 남성이 마셨는지 알 수 없다고 봤습니다.

다른 경위로 니코틴을 먹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둘째, 남성의 휴대전화 사용 기록인데요. 니코틴 농축액을 먹게 되면 30분에서 1시간 내로 체내 니코틴이 최고 농도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성이 최고 농도에 이르렀을 걸로 추정되는 시간에 가상화폐 시세 호가창 화면 캡처 기록이 휴대전화에서 발견돼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셋째는 아들의 진술입니다.

주변에선 남성이 아내 임신 이후 담배를 끊어 니코틴이 검출될 이유가 없다고 했었는데요.

그런데 아들은 "아빠가 담배 피우는 걸 봤다"는 진술을 했고 남성의 차 안에서 유통기한이 남아 있는 니코틴 배출용 알약도 발견돼 금연 여부가 명확치 않다고 본 겁니다.

Q3. 그런데 이런 니코틴 살인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면서요? 다른 사건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앞서 국내에 알려진 니코틴 살인사건은 모두 두 건입니다.

2016년 국내 첫 니코틴 살인사건으로 알려진 남양주 살인사건은, 남편 사망 직후 아내가 112 신고도 없이 바로 장례를 시도한 점, 보험금 수령과 상속이 지나치게 빠른 점 등으로 덜미가 잡혔습니다.

지난 2017년에는 오사카로 신혼여행 가서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요.

사전에 햄스터에 니코틴을 주입해 실험해보고 일기장에 기록해두는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명확히 입증됐습니다.

두 사건 모두 피고인들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는데요.

니코틴을 음식물에 타고 먹였는지 명확히 입증할 증거는 없었지만 범행 앞뒤 행적과 증거가 확실해 유죄로 인정된 겁니다.

Q4. 그럼 이번 사건은 무죄인가요?

이 사건은 수원고법에서 다시 재판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일단 무죄 취지가 아닌 지금으로선 살인 단정이 어려우니 고법에서 다시 판단해 보라는 겁니다. 

은밀하게 이뤄져 직접 증거가 없는 니코틴 살인 사건 특성상 검찰이 설득력 있는 간접증거를 새로 제시할 수 있느냐가 유무죄를 가를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사건을 보다 백승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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