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쓰여있긴 한데 읽어봐도 무슨 말 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잘못 번역한 거죠.
중국 곳곳에 이런 엉터리 한글 안내판이 넘쳐납니다.
세계를 가다, 베이징 이윤상 특파원입니다.
[기자]
중국 허난성의 유명 관광지로 꼽히는 관우의 묘입니다.
소설 삼국지에 익숙한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곳이어서 한글 안내판이 곳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알아보기 힘든 한국어들이 잇달아 보입니다.
관람 안내 자료를 뜻하는 말은 "인도 보다 이해시키다"라고 적혀 있고, 여행 경로 소개에는 뜬금없이 '전기회로'라는 단어가 들어갔습니다.
미아들이 대기하는 실종 어린이 보호소는 "사라졌습니다"라는 단어만 적혔습니다.
운영소 측에 번역 경위를 물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습니다.
[관우 묘 관계자]
"저는 그런 것 잘 몰라요"
수도 베이징 내 한인 타운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 철 13는 일렬로 세운다.
지하철역 안내가 한글로 적혀 있지만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계어로 돼 있습니다.
간판도 엉터리 한국어 투성이입니다.
업체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A 스파 관계자]
"(영어로) 스파니까, (한글로) 그렇게 번역해서 이해하면 됩니다."
심지어 한식당에서조차 제대로 된 한글 메뉴판을 찾기 어렵습니다.
기름진 소, 여윈소, 미국식 뚱보 등 무슨 요리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한국어의 중국어 번역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뿔처럼 땋은 머리'를 닮아 붙여진 총각김치는 중국에서 말 그대로 청년의 무로 사용되고 있는 겁니다.
업체 측은 총각김치가 조선족 음식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습니다.
[김치 업체 관계자]
"(상표는) 소수민족인 조선족 언어를 바탕으로 한 겁니다. 한국어가 아니라 조선족 언어라서 그런거죠."
잘못된 한글 안내가 방치 돼 있는 것에 교민들도 분통을 터트립니다.
[황인원 / 북경 한글학교 교사]
"수교 30년에 아직도 그런 표현들이 발견된다는 데서 아쉬움이 있죠."
일각에서는 한국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가운데 우리 외교 당국은 중국 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강준영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섣부른 지식, 오역 이런 것을 통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형태로 정착이 되면 되돌리기가 어렵단 말이에요."
한중 외교가에서는 한국 문화의 영향력 측면에서도 정확한 한글 사용을 위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베이징에서 채널A 뉴스 이윤상 입니다.
영상취재 : 위진량(VJ)
영상편집 : 구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