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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만난 창신동 이웃들 “숨진 모자 비극, 남 얘기 아냐”
2022-05-04 19:46 사회

[앵커]
서울 창신동에서 숨진 지 한달 만에 발견된 모자 사건,

비극이 발생한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노후주택이 밀집한 창신동 일대에는 숨진 모자보다 더 외롭게 혼자 사는 고령층이 많습니다.

코로나 시기 이미 고독사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서주희 기자가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리포트]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오르면 나타나는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노후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지난달 20일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곳입니다.

노후주택이 몰려있는 창신동의 한 골목입니다.

저희가 이곳의 서른 가구를 돌아본 결과 11가구가 정부 지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고령층이었습니다.

집에 사람이 있어서 취재에 응한 가구는 30가구.

이 가운데 창신동 모자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구가 30% 넘게 있는 겁니다.

이들은 기초생활 수급자이거나 차상위계층이었고, 일부는 기초노령연금에 의존해 힘겹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30년째 창신동에 사는 60대 서원태 씨.

화장실도 없는 한 칸짜리 방에 살고 있습니다.

정부의 생계급여가 수입의 전부입니다.

[서원태 / 창신○길 주민]
"일을 못하니까 허리도 아프고 힘이 없어서 일을 못해 그냥 걸어 다니는 것만 여기서 왔다 갔다 걸어 다니는 것만…"

80대 이 씨 할머니는 밥을 먹으면서도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모 씨 / 83세, 창신○길 주민]
"저번에도 밥을 먹다가, 어떻게 삼키니까 목이 콱 막혀버리는 거야. 아, 이거 죽겠다 싶은 거야.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살다가 깜빡 죽고 찾지도 못하고."

창신동 모자의 비극에 할머니 마음도 무거워집니다.

[이모 씨 / 83세, 창신○길 주민]
"어마어마하게 (마음이) 아프죠. 우리도 혼자 살고 있으니까. 우리도 어떻게 될지 몰라"

창신동의 고독사 비극은 코로나 2차 대유행기였던 2020년 9월에도 있었습니다.

홀로 살던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뒤였습니다.

[창신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코로나 사태로 진짜 많이 돌아가셨어요. 코로나로 이렇게 묶어두는 바람에…."

서울시는 창신동 모자 사건을 계기로 위기 가구 발굴 기준을 정비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발굴했던 위기 가구는 3천 가구에 그쳤지만, 최근 3만 3천 가구를 추가 선정해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채널A 뉴스 서주희입니다.

영상취재 : 박찬기
영상편집 : 차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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