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현장을 360도 빈틈없이 파헤치는 '사건현장 360',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유흥업소가 몰린 번화가를 지나가다보면 길바닥을 뒤덮은 퇴폐업소 전단지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 많으실 겁니다.
전단지 살포범들은 단속반을 따돌리려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데, 이기상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저녁 시간 서울 강남의 유흥가.
오토바이 한 대가 지나가자 바닥으로 전단지가 쏟아집니다.
잠복 중이던 구청 직원 두 명이 오토바이를 막아서고 전단지 2만 장을 압수합니다.
오토바이 운전자에겐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렸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직원 10명이 교대로 잠복해도 불법 전단지가 사라질 기미가 없다는 겁니다.
오후 6시 49분 현재 신논현역 인근 거리인데요.
아직까지 도로 위는 깨끗한 상황입니다.
오후 11시 반입니다.
5시간 만에 깨끗했던 도로 위는 불법 퇴폐업소를 연상케 하는 전단지들로 가득 찼습니다.
대부분 셔츠룸, 터치룸 등의 선정적 문구와 휴대전화 번호만 적혀있습니다.
[환경미화원]
"(얼마나 주워요?) 50리터 한 박스 이상 주워요. (이런 거 매일 쏟아지나요?) 어떻게 셀 수가 없어요."
취재진이 오토바이를 기다려봤습니다.
헬멧도 쓰지 않은 남성 2명이 나타나더니 전단지를 공중에 마구 뿌려댑니다.
[현장음]
"저기요, 저기요"
[현장음]
"(왔어 왔어 왔어) 잠시만요, 잠시만"
취재진이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 없이 전단지를 뿌린 뒤 멀어집니다.
혹여 단속에 성공해도 단순 아르바이트라고 잡아 떼면 그만.
전단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전화를 받는 사람과 전단을 뿌리는 사람은 또 별갭니다.
[업체 관계자]
"아 네 여보세요, 사장님. (전단지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네네 맞아요 픽업해드려요. 형님 계신 곳이 어디시죠. 5분이면 도착하거든요.
철저한 점조직 형태로 홍보만 맡는 브로커가 원격으로 전단을 뿌린 뒤 손님을 퇴폐업소로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겁니다.
[업체 관계자]
"손님 넣어주고 저희는 따로 돈 받고, 서울만 하는 게 아니라 대전, 수원, 인천 다 있어요. (인근 점포로 연결해 주는 것?) 이 번호는 강남 번호니까.
전단지 실제 배포 과정은 첩보전을 방불케 합니다.
[업체 관계자]
"알려드리기가 좀 뭐한데 (지정된 장소에 전달?) 그렇죠 돈봉투랑 같이. 초보 분들은 2~3시간에 15만 원. (처벌 받은 적도 있어요?) 일하는 애들이 보통 잡혀가고, 모르죠 저희랑은"
전단지 인쇄도 철저히 비대면으로 이뤄집니다.
[을지로 인쇄 업체 사장]
"그런 것을 전문적으로 하는 데가 있어요. 합판 집이라고 그래 가지고 전국에 있는 광고물을 갖다 다 모아서 큰 판에다 한 번에 인쇄를 하는 거에요."
문제는 단속이 돼도, 과태료는 1장에 2만5천 원, 최대 500만 원을 넘길 수 없습니다.
[업체 관계자]
"뭐, 돈이 로스가 나면 안 하겠죠 저희도.
단속반을 비웃듯 점조직 형태로 기승을 부리는 불법 전단 살포.
강력한 대책 없이는 근절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사건현장 360 이기상입니다.
PD 김지희 최수연
작가 주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