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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톡’]흉기 없는 살인사건
2018-04-27 22:40 기자페이지
십여 년을 강력계에서만 근무한 형사가 해준 이야기입니다. “강력사건 중에 가장 해결하기 쉬운 사건이 살인 사건“이라는 겁니다. 범인을 특정에 잡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요즘은 길마다 곳곳에 CCTV가 있고 휴대전화 등 각종 IT 기기 들이 있어 범인의 흔적을 찾는 게 더 쉬워졌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처음에는 베테랑 형사의 자기자랑 쯤으로 여겼습니다. 하지만 실제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를 찾아보니 지난해 살인사건 검거율은 100%에 달했습니다.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 한건도 없을 정도로 ‘쉬운 사건’이 맞았던 겁니다.

그런데 지난해 다소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NC소프트 윤송이 사장의 부친이 경기도 양평의 자택 앞에서 흉기에 여러 차례 찔러 사망한 사건이었는데요. 이번에도 경찰은 만 하루 만에 피의자를 검거했습니다.

이 피의자가 윤송이 부친의 차량을 몰고 마을 밖을 나서고 인근 길가에 그 차를 버리는 CCTV도 확보했습니다. 피의자의 옷에서는 윤 씨의 혈흔까지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피의자는 경찰 출석 당시부터 범행을 부인했습니다.경찰은 이후 이 피의자가 사건 일체를 자백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지만, 정작 구속심사에서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그럴만한 결정적인 이유가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살인사건에 사용한 ‘흉기’를 경찰이 발견하지 못한 겁니다. ‘흉기’는 살인사건에 있어서 거의 유일한 직접 증거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연결하는 가장 확실한 물증인 겁니다.

하지만 흉기를 찾지 못하다 보니 경찰도 간접 증거로만 이 범행을 증명해 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이 남성은 그 증거들을 하나하나 반박합니다. 자신은 이미 죽은 윤 씨의 차를 훔쳤을 뿐이고, 차를 훔친 게 양심에 걸려 버리고 갔을 뿐이라는 겁니다. 혈흔은 “훔친 차를 몰고 가는 중에 묻은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아주 당당하게 “진범을 잡으라”고 법정에서 외치기까지 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간접증거만으로도 충분히 혐의가 입증된다는 겁니다. 오히려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죄질이 나쁘다며 법정최고형이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은 어떨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어쨌든 이 사건에서만큼은 ‘살인사건’이 잡기만 하면 해결되는 ‘쉬운 사건’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 잡는 데만 치중하다 보니 놓치고 있었던 것은 없었는지 경찰도 한 번쯤 돌아봐야 되지 않을까요. 잘 잡아놓고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니까요.

김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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