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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간다 플러스] 부산 지하차도 침수 사고 10개월…고장난 통제 장치, 지금은?
2021-05-03 20:00 사회



지난해 7월 기습적인 폭우로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가 침수된 사고가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면서 지하차도를 지나던 20대 여성과 50대 남성 등 3명이 숨졌습니다.

이 사고는 어떻게 일어났는지, 사고를 막을 순 없었던 건지, 재발방지책은 마련됐는지 알아봅니다.

◆불과 10분만에… 목 높이까지 차오른 물
취재진이 유족을 통해 입수한 블랙박스 영상에는 사고 당일 다급했던 상황이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지난해 7월 23일 밤 9시 20분쯤, 천둥이 치는 폭우속 차량들이 바퀴 만큼 물이 차오른 지하차도로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3분 만에 물이 강하게 밀려들어오자 차량들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흙탕물 위로 떠오른 겁니다.

영상 속 차량 운전자는 지하차도를 빠져나가려 수차례 후진을 하지만, 차량이 물에 떠 헛바퀴가 도는 듯 계속 벽에 부딪히기만 할 뿐입니다.

결국 진입한지 10분이 흐른 시점, 차를 버리고 탈출을 시도했습니다. 차에서 나온 20대 여성의 목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었고, 여성과 그 어머니는 물을 헤치고 지하차도 입구 쪽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잡혔습니다.

물길을 헤치며 걸어나가는 또다른 50대 남성의 모습도 잡혔습니다.

하지만, 영상속 20대 여성과 50대 남성 등 3명은 결국 빠르게 차오르는 물의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지하차도 안에서 익사했습니다.

◆고장 사실 알고도 3년 넘게 방치…전형적 '인재'

부산기상청은 사고 전날부터 부산시와 동구청에 "시간당 50mm, 최대 250mm의 많은 비가 올 것"이라고 18차례나 통보했었습니다.

사고가 난 지하차도에는 수위가 30cm를 넘으면 '진입 금지' 문구가 자동으로 뜨고, 경광등도 켜지게 돼 있었지만,

사고 당시엔 피해 차량이 진입할 당시 이미 수위가 43cm에 도달했음에도 아무런 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 통제 장치들은 지난 2014년 부산 우장춘지하차도에서 발생한 침수 사망사고 때문에 재발방지를 위해 설치된 것이었는데, 고장이 나 있었던 겁니다.

검찰 수사결과 동구청 직원들은 이번 사고 3년 전에 전광판이 고장난 것을 알고도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위계와 경광등은 지난 2016년에 설치된 후, 한 번도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고장 사실조차 몰랐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15일, 사고 당일 술자리를 가졌던 동구 부구청장을 비롯한 공무원 1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폭우로 침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장 담당자 배치와 교통통제 등 재난 대응계획에 따른 조치를 소홀히 했단 겁니다.

다만, 사고 당일 외부 만찬에 참석한 후 관사로 퇴근해 논란이 일었던 변성완 전 부산시장 업무대행은 불기소 했습니다. 재택에서 10여 차례 유선보고를 받고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점에서 혐의가 없다고 본 겁니다. 나머지 경찰과 소방 공무원 등 9명도 불기소했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초량지하차도 사고는 시민 안전을 위한 단계별 조치가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고 인정하며 "동구 부구청장을 대기 발령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동구청, '피해자도 과실 있어' 언급 후 삭제
그런데도 동구청은 최근 유족과의 민사 소송 관련 답변서에서 '피해자도 과실 있다'는 취지로 언급해 책임 의식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달 동구청이 유족에게 보낸 답변서를 보면, "지하차도에 무모하게 진입한 망인의 과실도 참작돼야 한다"고 적은 겁니다.

이에 유족은 항의했고, 최형욱 동구청장은 "변호인 측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해당 표현을) 넣은 것 같다"고 전화로 해명했습니다. 이어 동구청은 해당 표현을 삭제한 답변서를 다시 유족에게 보냈습니다.

숨진 50대 남성의 유족 조일환 씨는 "이번 사고로 공무원 사회가 잘못될 때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느끼는 계기가 되길 정말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숨진 20대 여성의 유족 김영일 씨도 "민원인에게 항상 '규정대로 하라'고 안내하는 분들이 공무원"이라며 "공무원이 규정과 매뉴얼을 지켜야 하고 그렇지 않았을 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부산시, 지하차도 21곳 '진입차단 시설' 설치 예정

그렇다면, 사고가 났던 초량1지하차도 안전 시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동구청은 지난 3월, 지하차도 출입구에 자동 차단기와 수동 바리케이트를 추가로 설치했습니다.

수위를 측정하는 센서도 새로 바꿨습니다. 과거 지하차도 천장에서 초음파 센서를 통해 수위를 간접적으로 측정하던 방식을 개선한 겁니다. 현재는 지하차도 바닥에서 조금 높은 곳에 센서를 설치해 물이 해당 지점까지 차오르면 센서가 작동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차량 진입을 막는 '위험 수위 기준'도 강화했습니다. 기존엔 물이 30cm까지 차오르면 지하차도 차량 통행을 금지했는데, 이젠 물이 20cm만 차올라도 지하차도 차량 진입이 통제됩니다.

부산시도 이번 달까지 부산 시내 모두 21곳의 지하차도에 진입차단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현기 기자
whk@donga.com


[다시 간다]부산 지하차도 침수…고장난 통제 장치, 지금은?http://www.ichannela.com/news/main/news_detailPage.do?publishId=000000247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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