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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만나다]“한 방울도 남길 수 없다” 24시간의 백신 공조 뒷이야기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
2021-09-14 17:40 국제

코로나 시대 2년 차, 많은 게 달라졌습니다. 한 나라를 기억하는데 있어서도 코로나와 관련된 수치로 기억하게 되는 건데요. 한 때 백신 세계 접종률 1위, 부스터샷 접종 개시 첫 번째 나라 ‘이스라엘’이 바로 그렇습니다. 인구 대부분이 백신을 맞아 마스크도 가장 먼저 벗었지만 여전히 델타 변이 등 코로나의 상황으로 이스라엘 역시 다시 비상입니다.

이스라엘 대사와 만난 지난 8월 중순은 이스라엘에 신규 확진자 수가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던 날이었죠.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코로나 시대, 어떤 외교적 진전이 있을까 싶지만 코로나 백신 교환 프로그램으로 양국 간 소중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아키바 토르 대사와 일문일답을 정리했습니다.

Q. 대사님은 코로나가 발생한 뒤 지난해 11월에 한국에 오셨네요. 코로나 이후 한국, 어떻게 보셨나요?

A. 한국은 코로나 통제를 잘해오고 있고 그만큼의 자유로움도 느꼈습니다. 콘서트에 참석할 수도 있었고요. 다만 이런 자유로운 행동에는 제약도 따르지만요. 한국은 이런 상황을 잘 유지하고 있고 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사실 이스라엘하면, 가장 먼저 마스크를 벗은 나라이기도 하고 성지순례 등 관광의 문을 열 것이라고도 기대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힘든 게 사실이죠?

A. 사실 9월이 되면 코로나 이후의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스라엘 관광부가 관광 재개를 계획하기도 했지만 바이러스 상황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철회해야만 했습니다.

Q. 백신 접종률 높지만 델타 변이가 잡히질 않자 결국 이스라엘이나 미국은 부스터샷이란 추가 접종 카드를 꺼내들었는데요. 한국에선 이제야 1차 접종률을 높이고 있다보니 그런 상황이 부럽습니다.

A. 델타 변이의 전염성은 강력한 걸로 보입니다. 그러나 백신을 맞고 나서 감염된다면 그렇게 많이 아프지 않고 입원율도 낮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부스터샷이 그런 면에서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면 됐지, 나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이스라엘 정부도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봅니다.

Q. 한국의 백신 접종에 큰 도움이 됐던 것은 벌써 두 달 전이네요. 지난 7월 백신 스와프 협정으로 화이자 백신 78만 회 분이 들어왔다는 사실이죠. 양국 간 굉장히 긴박하게 처리했다면서요?

A. 맞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네요. 정말 빠르고 간단하게 진행됐어요. 그만큼 두 나라간 보건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고요. 한국은 여러 이유로 7월 추가 백신 물량이 필요했고 이스라엘은 11월과 12월에 필요했습니다. 서로의 요구사항이 맞았고 백신을 한 방울도 낭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한국 당국과 물류와 계약 등 모든 요소를 상의한 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40시간 만에 해냈습니다. 저는 새벽 6시부터 그 다음날 새벽 6시까지 꼬박 24시간을 일하면서 상황을 조율했고 한국에서 이스라엘 대사로서 활동한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합니다.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Q. 참고로 이 백신이 팔레스타인이 받지 않기로 했던 백신이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사실인가요?

A. 네, 원래 지난 6월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에 최소 100만회 분을 주기로 했었는데요. 팔레스타인 정부가 직접 화이자에 주문한 백신을 기다리게 되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유통기한이 임박한 화이자 백신의 처분이 어려워졌고 그 백신을 한국과의 협정을 통해 보내게 됐습니다.

Q. 사실 지난 4월 중순 이후 촉발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전 세계적 우려를 얻기도 했죠.

A.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일상을 제한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이스라엘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에서 어느 정도를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인정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러나 가자 사태를 보더라도 결국 하마스가 장악하게 되면서 이스라엘을 로켓포 발포 영역에 두게 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것은 이스라엘 여론에 굉장한 영향을 미쳤고 서안지구에서도 비슷한 사태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이 같은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팔레스타인들의 자치권을 최대로 보장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특별히 한국에 감사할 일이 있다면서요. 지난 달 정의용 외교장관과 이스라엘 라피드 외교장관이 ‘반유대주의 실용정의’에 대해 통화한 일 때문이죠?

A. 네,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가 국제홀로코스트추모연맹 반유대주의 실용정의에 대한 지지 요청에 응해줘서 참 감사합니다. 한국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외교 이슈입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 등 유대인 커뮤니티가 있는 전 세계 모든 곳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죠.

특히 이스라엘을 향한 증오하는 표현으로 유대인들이 그들만의 국가를 갖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이것도 반유대주의 형태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이러한 반유대주의에 대한 국제기준을 인정해준 것입니다. 아시아 국가로서 반유대주의의 실용정의를 인정한 첫 번째 사례다보니, 특히 반갑습니다. 동아시아, 더 나아가 아시아 전역에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미국에서 오랜 생활한 만큼 토르 대사는 특히 야구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요. 좋아하는 한국어를 써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자신 있게 ‘아구’라고 말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알고 보니 ‘야구’를 잘못 발음한 해프닝이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유격수가 땅볼을 정확히 캐치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발 빠른 타자가 1루에 진출하는 시간이 똑같다면서 기하학적인 스포츠라고 극찬 했습니다.

토르 대사는 좋아하는 또 다른 한글 단어로 ‘아기’와 ‘산’을 쓰기도 했는데요. 다자녀인 토르 대사다 보니 ‘아기’란 단어를 좋아했던 거 같습니다. 대사관저 문을 열고 들어서면 대학생 딸이 그린 한국과 이스라엘의 화합을 상징하는 그림도 걸려 있습니다. 또 취미가 등산인 만큼 벌써 남산, 북한산은 물론 한라산에도 다녀왔다고 합니다. 세 단어를 모두 쓴 토르 대사는 마지막으로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위대함에 대해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추진엽
영상편집 : 한송이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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